[북토크 후기] ‘동네 병원’ 이내과의원에서 열린 『동네 병원 인문학』 북토크
지난 주 목요일인 4월 17일 서울 대방동의 한 동네 병원에서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대방역과 보라매역 사이 서울지방병무청 부근에는 연륜이 쌓인 건물이 여럿 있는데, 그 가운데 4층짜리 건물 하나에 파란색의 ‘이내과의원’ 간판이 눈에 띕니다. 오래된 건물의 닳은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면 그곳이 바로 전공의를 마치고 이여민 선생님께서 30여 년간 진료해 오신 곳, 이내과의원입니다.
이여민 선생님은 3년 전에 출간하신 『대중지성, 금강경과 만나다』를 통해 불교 신자가 아니라도 한번은 들어보았을 유명한 경전인 『금강경』을 인문학적으로 설명해 주신바 있는데요, 이번에는 바로 이곳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와 질병에 대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엮어 『동네 병원 인문학: 30년 내과 전문의가 말하는 병, 치료 그리고 삶』을 출간하셨습니다. 세월이 느껴지는 병원 대기실에는 수년간 선생님께 진료를 받아오신 분들을 비롯하여 적지 않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습니다.
셋째 주 목요일에 이내과의원에서 북토크를 연 사연이 있는데요, 코로나 시기 전에 이여민 선생님께서는 ‘목요 점심 인문학’이라는 프로그램에 병원에서 진행하신 적이 있으셨기 때문입니다. ‘목요 점심 인문학’은 이여민 선생님이 『금강경』의 배움을 실천하시는 과정에서 나온 프로젝트였습니다.
[친구가] “너 전공이 의학이니까 이때까지 감이당에서 배운 인문학을 접목해서 무료 강의를 해보는 것은 어때? 가장 잘하는 것을 이용해서 남을 돕는 방법으로 제격인 것 같아. 직접 행동하다 보면 『금강경』에서 부처님이 왜 남부터 먼저 도우라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지 않을까?” “아, 그렇구나.” 이 말을 듣자 어렴풋하게 느껴지던 길이 명확해진 기분이었다. 사실 이전에 강의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나는 아직 강의를 할 만한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거절했었다. 이 마음이 깨달아야 중생을 구제한다는 전제와 같다는 것을 알았다. 친구 말을 듣고 용기를 내었다. ‘그래 일단 해보자.’
그다음은 일사천리로 준비가 진행되었다. 먼저 공간이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환자 대기실이 넓은 편이다. 이 공간을 잘 활용하면 인문학 강의를 열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은 평일 점심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 시간이면 점심시간에 방문이 가능한 중장년층 성인과 노인, 주변의 회사원들이 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다음으로 무엇을 알려 주면 좋을지를 구상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기획했기에 그들이 불명확한 두려움을 느끼는 질병으로 시작했으며, 의학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둠과 동시에 인문학과 『금강경』의 지혜를 연결하는 것이 강의에 숨겨 둔 카드였다. 그렇게 탄생한 강의 타이틀이 ‘목요 점심 인문학’이다. ‘남부터 구제하는 마음 내기’로 비롯되어 시작한 ‘목요 점심 인문학’의 취지에 공감한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금강경』의 시각에서 보면 ‘보시’가 자연스럽게 시작된 것이다. 예를 들면 강좌 소식을 들은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이 강의하는 날 김밥, 음료수, 과일 등을 선물해 주었고, 같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인은 진행을 도와주었다. 목요일 점심, 병원으로 강의 들으러 오시는 분들이 식사도 해결하고 강의도 들을 수 있게 준비가 된 것이다. ‘보살 되기 프로젝트’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이여민, 『대중지성, 금강경과 만나다』, 159~160쪽)
이미 ‘목요 점심 인문학’을 통해 청중에게 필요한 정보를 잘 전달하는 데 일가견이 있으신 이여민 선생님께서는 『동네 병원 인문학』 책을 쓰시게 된 이유부터 인문학을 공부하며 진료실이 달라진 이야기까지, 줄곧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말솜씨로 청중들을 사로잡으셨습니다. 북토크 후에 한 독자이자 오랜 환자이기도 한 남성분께서는, 구청이나 주민센터에서 이런 좋은 강의를 열어 더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역시 또 오랜 기간 환자셨던 어르신께서는 작가님에게 직접 사인 받는 건 처음이라며, 선생님 책에 사인을 즐겁게 받아가시는 등, 강연 후에 이어진 사인회까지 모두 선생님의 강연에 깊은 인상을 받으신 느낌이 병원 대기실에 가득했습니다.
특히 선생님께서 『동네 병원 인문학』 책에서도 다룬 ‘죽음’에 대한 태도 등을 이야기하시며 들려주신 선생님의 어머님 이야기(올해 초 돌아가신)가 많은 분들의 마음에 남았던 듯합니다. 이여민 선생님의 인문학의 관점으로 본 치료와 병과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지금 바로 서점에서 『동네 병원 인문학』을 찾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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