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2일 서울 정동의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북드라망의 『한뼘 양생』 저자 강연회가 열렸습니다. 독자님들께서 자리를 꽉꽉 채워 주셨고요, 어느 때보다 저자 선생님께서 꽃선물도 많이 받으셨던 강연회였습니다. 자리에 함께해 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요, 그날의 뜨거운 현장을 문탁네트워크의 후유샘이 기록해 주셨습니다.
『한뼘 양생』 저자이자 저에겐 문탁선생님이신
이희경 작가님의 『한뼘 양생』 출간 기념 강연회를 다녀왔습니다 ~
후유(문탁네트워크)
『한뼘 양생』은 작가님이 어머님과 함께한 여러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공감할 수도 있는 책이에요. 흥미롭게도 작가님은 ‘오늘 강연은 하지 않을 겁니다’라는 말씀으로 강연의 포문을 여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강연에는 책 내용도 포함되는 ‘돌봄, 죽음, 나이듦, 공부’를 담은 “양생”에 대한 작가님의 경험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양생이란 화두
작가님은 20대에 사회해방을 위해서 사회학 공부를 열심히하고, 20대 후반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셨는데 지난 공부인 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적 앎 등과 아이를 키우는 돌봄은 너무 달랐다고 합니다. 그 후 수유너머를 지나 문탁네트워크에서 대중지성 공동체를 만드셨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어머님과 함께 살게 되면서 ’노년의 어머님‘, ’중년의 작가님‘ 의 부딪힘을 겪게 되셨어요. 어머님은 노화로 겪는 변화에 대해 분노를 항상 지니고 계셨고 작가님은 그것을 이해하기란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 후 이 모든 걸 개인의 성격으로 치부하기엔 사회적 문제가 발견이 되었습니다. 사회에서 노년이 가지는 보편적인 구조가 있는 것이지요. 사회는 ‘젊은, 생산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보니 늙는다는 건 쓸모없어짐을 의미하게 됩니다. 이런 잉여인간이 되는 건 수치스럽기까지 한 것이지요. 단정하고 깔끔하게 늙는 건 판타지입니다. 독박돌봄 10년의 경험으로 작가님은 ’양생=나이듦, 죽음, 돌봄’에 대해 의료적인 게 아닌 인문학적인 측면에서의 이야기들이 나와야 한다는 통찰을 하게 됩니다. 양생을 공부의 화두로 삼게 되신 거죠.
어머님이 백살까지 살 것 같다고 친구랑 얘기하며 걱정하셨는데 하루 아침에 돌아가시는 사건을 통해 양생이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시간들을 통과하기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떤 노년 라이프를 구축할 것인가? 에 대해 물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나이듦, 돌봄, 죽음
1) 나이듦
몇 살부터 노인일까요? 법적으로는 정해져 있지만 생물학적인 노화는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입니다. 개인이 나이듦을 실감하는 건 어떠한 사건에 의해 ‘현타’로 온다고 합니다. 예로 들면 그동안은 아가씨라고 불리다 아줌마라고 불리는 그런 사건. 직장인은 정년퇴직이 있겠지요.
사회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노년을 맞이하는 가장 솔직한 주체는 몸입니다. 나이가 듦에 따라 병원에 가서 주치의를 의지하는데요. 작가님이 논의를 나누는 인문약방의 약사와는 나의 몸, 나의 병에 대해서 얘기하며 ‘어떻게 나이가 들것인가’를 스스로 생각해보게 된다고 합니다. 통증에 대한 이해와 해결할 테크닉, 자신의 몸과의 불화와 소통할 다양한 방식 등. 그러니 이건 더욱 의료의 문제가 아니라 인문학적인 문제인 것입니다. 자신의 신체와 소통하는 방법 중 작가님이 주신 팁은 자신의 몸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해볼 것은 노년의 라이프스타일입니다. 사회적으로 노인은 비생산적인 존재로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며 노인혐오가 심하고 노인존중은 점점 저하되지요. 이것이 근대사회의 노년모습이었으나 2~3년 사이에 베이비부머 1세대 (55~63년생) 사람들이 노년에 들어서면서 ‘5070 소비권력’이라는 모습으로 노년의 사회적 모습이 변화하게 됩니다. 즉 부가가치가 시니어에게 나오면서 가난하면 복지의 대상이 되고 가난하지 않으면 소비대상이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나이듦연구소의 캐치프라이즈는 ‘다른 노년의 발명’ 이라고 합니다. 어떤 말년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 수 있을까?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노년의 라이프스타일은 축소입니다. 나이가 듦에 따라 라이프 스타일이 축소될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요. 저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던지라 머리가 띵- 했습니다. 점점 축소하고 후퇴하는 삶. 작가님에게는 가장 큰 과제라고 하시는데요. 저도 가장 큰 과제를 하나 얻은 느낌이었습니다.
2) 돌봄
어머니 돌봄이 10년 끝에 강제종료를 당하고 나서야 돌봄에 무지했다는 걸 알게 되셨다고 합니다. 사회적인 정보도 인문학적인 해석에 관한 것들도요.
사실상 돌봄을 노동으로 치면 10년간 한 셈이신데요. 작가님은 하이퀄리티 돌봄을 제공했다고 자부하셨어요. 조금 멀리서 지켜본 저로서는 자부 그 이상을 하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암튼 처음에는 동생분들과 이 돌봄을 함께할 생각이었으나 잘 되지 않았고 결국은 돈으로 청구해야 하나? 까지 생각이 드셨다고 해요. 하지만 이도 쉽게 진행될 사항은 아니지요. 결국 이상적인 돌봄의 모습은 없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일 뿐입니다. 그래서 판단력이 필요하고 현재 가진 자원을 이용해서 자기 식으로 조합해서 돌봄의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작가님은 쉼 없이 돌봄을 제공하면 하이퀄리티가 되겠지? 라는 허영된 마음과 힘들지만 버티기라는 두 가지 마음이 번갈아 드셨다고 합니다.
사실 어릴 때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람은 없지만 사회개학론은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성인남성은 도움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돌봄을 할 수도 있어야 하지만 돌봄을 받을 능력도 있어야 한다고 해요. 나는 돌봄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서로를 돌 볼 수 있는 이웃이 늘어나는 일은 참 감사할 것 같은데요. 주거에 대한 고민을 하시다가 친구들과 함께 ‘노년 코하우징’을 준비하고 계시다고 해요. 그 과정이 쉽진 않으신 것 같지만 해내면 정말 멋질 것 같습니다!
3) 죽음
어머니의 죽음을 겪고 구체적인 생각을 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죽음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갑작스러운 단절 이자 부재인데요. 의미를 찾는 건 인간의 영역이지만 죽음 자체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서 계속 해석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죽음의 무의미성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형이상학적으로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셨다고 해요. 사실 살면서 가장 사유해봐야 하는 것은 죽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속되는 공부=글쓰기
『한뼘 양생』 책에는 칼럼/리뷰/간병블루스, 세 가지 연재글이 엮여 있습니다. 칼럼은 4주에 한 번씩 써내려 가는 글쓰기 훈련 같았고 리뷰는 밀도 높은 글을 위해 가장 깊은 공부가 되는 글쓰기였고 간병블루스는 어머니를 돌보는 중에 살기 위해서 쓰셨다고 합니다. 치유의 글쓰기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작가님 자신은 치유는 잘 모르겠으나 ‘자기배려의 글쓰기’ 는 맞았다고 하셨어요. 너무 힘들던 돌봄의 시기를 통과 시켜준 중요한 역할이었던 것이지요. 글은 로직이니까 감정을 논리적으로 정돈시키는 효과가 톡톡했던 것입니다. 어머니를 돌보는 10년이 양생이라는 키워드를 화두로 만들어주었고 글쓰기라는 훈련을 하게 만들었으니 앞으로 이 ‘양생’에 대한 공부는 이어지고 나아가서 현재 운영 중이신 ‘나이듦연구소’ 또한 활발한 활동을 이어 가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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