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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토로그

[북-포토로그] 아쿠아리움에 다녀왔습니다.

by 북드라망 2025. 2. 5.

아쿠아리움에 다녀왔습니다

 
인스타를 하다가 우연히 한 릴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쿠아리움에서 촬영한 영상이었는데, 가오리의 먹이를 주는 공연인 듯했습니다. 대형 수조에는 잠수복을 입은 아쿠아리스트와 거대한 가오리 그리고 여러 물고기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는데요, 신비롭고 아름다운 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보니 유리벽에 찰싹 붙은 가오리 몸통 한편에 노란 물고기가 끼어있었습니다. 가오리는 사람 몸만큼이나 컸고요 물고기는 손바닥 정도로 작았습니다. 아쿠아리스트는 물고기를 살리려고 필사적으로 가오리 안으로 손을 뻗었는데요, 여러 번 꺼내려고 시도해 봤지만 결국 버둥거리던 노란 물고기는 도망치지 못하고 가오리의 먹이가 되었습니다. 이 모습은 유리벽 바깥에 있는 관객들에게 그대로 생중계되었고, 평화로웠던 아쿠아리움의 공연이 갑자기 살벌한 공포영화의 한 장면으로 변하고 말았답니다. 사실 ‘공포영화’라고 하기보다 약육강식의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요.

이 장면은 제게 꽤나 충격적이었는지 오래도록 생각났는데요, 사촌 동생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자기도 동영상을 봤다면서 예전에 코엑스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의 이야기를 해주었답니다. 
 

“누나 거기 아쿠아리움에서 일하는 친구가 얘기해 줬는데, 관객들 나가고 밤이 되면 애들이 야생성이 살아나서 상어가 작은 물고기들을 다 잡아먹는대. 그리고 다음 날이 되면 다시 새로운 물고기들을 넣는다고 하더라고.”

 

헉.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아쿠아리움에 가면 신기하고 재미나기도 했지만 작은 수조에 갇혀있는 해양생물들에게 마음이 쓰이곤 했는데 사촌동생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더욱 아쿠아리움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습니다. 인간의 잠깐동안의 즐거움을 위해서(결국에는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서) 자유롭게 바다에서 살아가야 할 생물들을 이렇게 소비하는 것이 맞는지 여전히 의문이 듭니다.
 
아이들은 조만간 또다시 상어를 만나러 또 인어 공연을 보러 아쿠아리움에 가자고 할 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좀 더 해양생물들이 편안하게 지내고 있는, 그들이 그들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곳에 찾아가볼까합니다. 모든 존재가 평안하고 행복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살아 있는 생명이면 어떤 것이나, 동물이거나 식물이거나 남김없이, 기다랗거나 커다란 것이나, 중간 것이나 짧은 것이거나, 미세하거나 거친 것이거나,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사는 것이나 가까이 사는 것이나, 이미 생겨난 것이나 생겨날 것이나, 모든 님들은 행복하여지이다. (『숫타니파타 』 , <자애의 경>,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역주)

 
 

어쩌면 마지막 방문이 될 지도 모르는 아쿠아리움에서 한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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