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몸개그의 향연, 이보다 더 웃길 순 없다!『닥터 슬럼프』

이 만화를 처음 본 것은 국딩시절, 500원짜리 해적판이었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돌려보던 만화는 『드래곤 볼』과 『닥터 슬럼프』!! 시기적으로 보면 『닥터 슬럼프』가 먼저 연재되었고(1980~1984년), 『드래곤 볼』이 다음 연재작(1985~1995년)입니다. (그때 해적판으로 읽었던 『타이의 대모험』이나 『북두신권』도 비슷한 시기에 일본 주간 만화 잡지인 「점프」에 연재되었더군요.) 


<드래곤의 열쇠>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해적판입니다.



『닥터 슬럼프』에서는 펭귄 마을의 천재 박사가 로봇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집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몸'을 소재로 한 웃음 코드들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점이 『닥터 슬럼프』의 독특한 부분인 것 같네요. 요즘 말로 하자면 일명 '몸 개그의 향연'이랄까요. ^^


아라레가 자신의 몸체가 만들어진 후 배에서 미사일이 나가냐고 박사에게 묻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도 그냥 나온 것이 아닙니다. 로봇 만화는 대개 남자 아이들의 로망! 그래서인지 당시 로봇들도 남성처럼 여겨졌던 모양입니다. 마징가의 여자 친구라 할 수 있는 아프로다이 에이나 비너스 에이의 등장으로 짐작해볼 수 있지요. 이 여성 로봇들은 겉모습도 여성의 체형을 본따 만들어지게 됩니다. 가슴 부분에 무기가 장착되어 있고, 여기서 미사일이 발사되지요. 아라레가 자신 역시 로봇이니 다른 로봇들처럼 지구를 지키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을 기대하거나 미사일을 갖게 되는 것을 물어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박사는 아라레를 '아이'로 만들었고, 멋진 영웅보다는 천방지축 장난꾸러기로 이야기가 전개될 수 밖에 없었죠.  



초반에는 슬럼프 박사가 아라레가 로봇인 점을 필사적으로 숨기려고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평범하지 않은 아라레를 '힘이 센 명랑한 아이'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로봇이라서 이상하다거나 무섭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게다가 마을은 외계인과 괴물 등 특이한 캐릭터들로 늘 북적북적한 상태입니다. 이 낯선 존재들이 접하는 최고로 무서운 캐릭터가 바로 아라레지요. 배로 한 번 튕겨냈을 뿐인데 달까지 날아가버리는 장면을 보면 웃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달까지 어떻게 날아갔지? 혹은 돌아올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하지 않고 그냥 웃을 뿐이지요.


무서운 괴물과도 술래잡기를 하고 노는 아라레의 모습을 보며 당혹스러운 것은 어른들입니다. 이런 순진무구함과 명랑함이 만들어 내는 엉뚱함이 웃음을 유발하는 만화! 천재, 영웅과 같은 다소 진지한 소재들을 가볍고 유쾌하게 만드는 만화! 작가도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중간 중간에 '만화니까 괜찮아'라는 뉘앙스의 대사들이 등장하곤 합니다. ^^


소재가 고갈되었다며 등장한 만화가의 모습도 재미있죠. 작가가 은근히 자주 출연합니다. ㅎㅎ



『도라에몽』이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이 만화는 도라에몽이 늘 주머니에서 신기한 물건을 꺼내 그 물건을 통해 탐험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닥터 슬럼프』도 유사한 설정인지, 신기한 발명품이 자주 등장합니다. 타임머신 같은 기계라든가, 물건을 작게 만드는 광선총이라든가, 생물의 속살을 볼 수 있는 투시 안경 등등. 슬럼프 박사가 아라레의 담임 선생님의 팬티를 보기 위해 만드는 발명품 얘기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여기에는 지기 싫어하는 쥐, 막 알에서 깨어나려는 달걀, 돼지, 쫄쫄 굶긴 개구리 등등 얘기만 들어서는 무슨 역할인지 알 수 없는 조연들이 '팬티 보기 프로젝트'에 알바비를 받고 참여합니다.


슬럼프 박사의 신호에 따라 각기 맡은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요, 먼저 쥐가 달리다 돌에 걸려 넘어집니다. 분한 쥐가 가까이에 있는 밧줄을 질겅질겅 씹어 분풀이를 하지요. 밧줄이 끊어지며 그 위에 놓인 달걀이 날아가 병아리가 태어나고, 병아리는 지렁이를 발견하고 먹으려고 합니다. 지렁이는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도망을 치면서 멀리 점프하는데, 여기서 지렁이를 싫어하는 코끼리 거북이가 놀라서 지렁이를 향해 돌맹이를 던집니다. 이런 연쇄작용을 몇 번 더 거쳐서 돼지의 재채기를 유발하게 되는데~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지만, 우연히 지나가던 옆 사람의 옷깃이 흔들려 목표했던 바를 달성하지는 못 합니다. 그리하야 닥터 슬럼프는 몸져 눕고 만다는 그런 슬픈(?) 에피소드입니다. 하하! 슬럼프 박사는 천재인데, 허당인 면도 아주 많지요. 천재인데 밉지 않은 캐릭터입니다. ㅎㅎ (만화에서 닥터 슬럼프는 그가 짝사랑하던 아라레의 담임 선생님과 결혼하게 되는데요, 현실에서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도 그 시기 쯤 결혼했다고 합니다.)


겁도 많은 슬럼프 박사입니다. ㅎㅎ


또, 지저분한 유머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만화에서는 ‘똥’이 정말 자주 등장합니다. (이때 이후로 '똥' 이야기를 만난 것이 『동의보감』이라는 점이 신기하네요. ㅎㅎ) 아라레는 똥을 막대에 꽂아 뛰어다니기도 하고, 외계인 파리는 너무 맛있다며 먹기도 하죠. 지저분한 이야기를 질색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저분함과 바보스러움’이 없었더라면 『닥터 슬럼프』가 이토록 재미있었을까 싶습니다. 물론 후대에 나온 '지저분하고 웃긴' 만화로 『괴짜 가족』을 들 수 있겠습니다만...다시 보라고 하면 역시 『닥터 슬럼프』를 고르겠습니다. 웃음이 필요한 분들에게 『닥터 슬럼프』 완전판을 강력추천합니다! +_+


피규어로도 등장한 똥...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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