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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혈자리서당

소변 작다고 무시하면 참변! 몸 속 수분대사를 관장하는 곤륜혈(崑崙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3. 28.

내 몸 속 선인(仙人)의 거처, 곤륜(崑崙)





『삼국유사』에 보면 <문희매몽>이라는 재미난 설화가 있다. 김유신의 두 누이동생들의 이야기이다. 잠깐 한자락 들어보자. 설화는 언니 보희와 동생 문희 즉, 자매 관계에 있는 이들이 오줌 꿈을 팔고 사는 것으로 시작한다. 보희가 꿈에 서악에 올라가서 오줌을 누었더니 오줌이 서울에 가득 찼다. 이튿날 아침에 보희가 동생 문희에게 꿈 얘기를 하자, 문희가 이 말을 듣고서 비단 치마를 내고 꿈을 사겠다고 하였다. 언니는 동생에게 꿈을 팔았다.

열흘 뒤 유신이 춘추공과 함께 유신의 집 앞에서 공을 차다가, 일부러 춘추의 옷자락을 밟아서 그 옷고름을 찢어 뜨렷다. 보희에게 꿰매 드리라 하니 사양하였다. 문희가 꿰매어주자, 공은 유신의 뜻을 알고 드디어 문희를 사랑하였다. 이 춘추가 바로 신라 제29대 태종대왕이다. 비는 문명왕후 문희이니 곧 유신공의 막냇누이이다. 꿈을 해몽해 보니 재미난 점이 있다. 자신의 오줌이 내를 이루거나 마을을 덮치는 꿈은 가까운 시일에 엄청난 재력을 지니거나 지위나 권세로 자신의 영향력을 세상에 과시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 꿈 큰 사전』, 동학사, 2002, 87∼88쪽)

득몽을 한 보희는 자신의 꿈을 유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문희는 이 꿈의 상징성을 해독하여 꿈을 산 후, 왕후의 자리에 올랐으며 그녀의 아들들 또한 각간의 지위까지 올랐다 하니 길몽이긴 한 모양이다. 얘기가 좀 길었다. 그러나 오줌을 잘 살피면 길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선조들의 관찰력이 빛나는 해몽이다. 현재 우리는 12경맥 중 족태양방광경(足太陽膀胱經)을 알아볼까 한다. 방광경을 살펴보며 오줌을 빼놓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오줌 꿈을 꾸지 않아도 소변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그것을 찾아 오늘의 혈자리를 향해 출발해 본다.



몸의 생생 정보통, 소변


『동의보감』 「소변」 편에서 ‘소변은 방광에 저장된 진액이 기화작용을 받아 생성된다’고 하였다. 소변은 우리 몸을 한 바퀴 돌아 나온 탁한 물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위에서 1차 소화과정을 거친 소화물이 소장에 와서 비별청탁(泌別淸濁) 과정을 거친다. 비별청탁은 위와 소장에서 수액으로 만들어 흡수한 영양분 중 쓸 것과 버릴 것을 가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탁한 수액은 방광으로 전달된다. 그리고 정미한 기운은 비(脾)가 운화작용으로 온 몸으로 나른다.

폐는 수도(水道)조절 작용으로 수액을 운행시키고, 배설시키기 위해 물의 길을 내어준다. 이렇게 온 몸을 돌아온 일부 수액이 방광에 도달한다. 방광에 모인 수액은 기화(氣化)를 거쳐 소변으로 배출된다. 보통은 하루 6~7회 1.2리터 내외의 양을 배출한다고 한다. 배출된 소변은 다양한 색으로 몸의 상태를 알려준다. "소변이 탁하거나 누런 것은 열이 있기 때문이다. 백색은 하초의 원기가 허하고 냉한 것이다".(『동의보감』, 변뇨색)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소변을 보라. 누렇고 탁한 소변이 나온다. 심지어는 마신 술의 향도 함께. 이것은 술로 인해 몸에 습열이 생긴 것이다.   

소변은 그 쓰임이 다양하다. 요즘 병원에 가면 보통 소변검사와 피 검사를 한다. 소변과 피가 동급의 정보를 가지고 있단 뜻이다. 소변과 피는 모두 몸의 수액이다. 위에서 밝혔듯 탁한 수액과 수명이 다한 혈액 등이 소변이 되어 몸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그러니 소변과 피는 서로 다르지만 소중한 몸의 정보를 담고 있다. 정보란 무엇인가? 에너지장이다. 다시 말해 기운장이다. 소변에는 몸을 돌며 모아온 기운이 담겨져 있다는 말이다. 몸 속 장기들의 대사 상태에 관한 정보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 어의들은 임금의 대소변을 맛보고 관찰하며 건강 상태를 살폈다. 



헛... 정말 사람은 못 먹는게 없구나...



심지어 동의보감엔 소변을 약으로 쓴 예가 나온다. 남자 어린 아이의 중간 소변인데, 이름하여 동자뇨(童子尿)가 그것이다.



오줌은 화를 내려주고 음을 자양해 주며, 또한 어혈을 풀어주고 토혈, 뉵혈(코피)등 여러 가지  출혈을 멎게 해준다....동변 한 종지에 생강즙 2~3 방울을 넣어 고르게 섞어서 천천히 마시는데, 하루에 2~3차례 마시면 좋다.


─『동의보감』, 「혈 (血)」, 법인문화사, 322-323쪽 


『본초』에서는 생강즙이나 감초가루를 섞어 먹으면 대장을 잘 통하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방광경의 서늘한 기운을 타고 나온 소변이 열로 생긴 화나 어혈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민간에서는 인간의 기운을 담고 있는 귀한 것을 그냥 버리지 않고 모아 논밭에 거름으로 내어, 식물을 생장시키고 열매를 달게 만들었나 보다.



소변의 집, 방광    



방광은 텅 비어 있음으로써 물을 받아들여서 진액지부가 되는데, 위에는 구멍이 있으나 아래에는 구멍이 없으므로, 기해의 힘을 받아서 증발이 되면 소변이 잘 나오고, 기해의 기가 부족하면 막혀서 잘 나오지 못한다.


─『동의보감』, 「방광」, 법인문화사, 438쪽


몸을 돌아 온 소변은 방광에 모인다. 방광은 소변을 일시적으로 저장해 두는 자루 모양의 기관이다. 사실 방광은 작은 오줌 그릇에 불과하지만 70%의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는 몸의 구조를 고려할 때, 소변 배출을 못하는 것은 매우 위급한 병증이 된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아니지만, 전체 장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방광경은 가장 긴 경맥과 경혈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의 12경맥들은 매일 몸을 한 바퀴씩 순행하는데, 방광경은 오후에 가장 활발하게 일을 하는 시간대인 3~5시 사이에 몸을 지나게 된다. 몸을 움직이는 동안 몸에서는 수분이 계속 순환, 배출되는데 활동을 통해 수분조절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긴장이나 과로 등으로 수분조절이 안되면 열이 쌓이거나 허증이 되어 소변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방광경은 ‘진액지부’로 불리며 진액, 소변, 땀 등 수액이 모이는 것을 관리한다.



호...혹시... 소변이?



방광에 열이 있으면 대체로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 혈이 화(火)로 인해 타들어가서 혈이 없어지고 기가 내려가지 못하여 소변이 막히는 것이다. 이것은 급성병의 성질로 소변이 불통(不通)한 경우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방광의 기가 돌지 않아도 소변이 나오지 않는 융폐(癃閉) 증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방광이 허하면 진액을 저장하지 못해 소변을 참지 못한다. 정체되는 차안이나 화장실을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자기와의 투쟁을 벌여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방광의 기능이 허해지면 이런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뇨의(尿意)를 느끼면 바로 화장실로 뛰어가야 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흐르게 되는 유뇨(遺尿)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것은 "하초에 혈이 쌓여 있거나 허로로 기운이 손상된"(『동의보감』, 소변) 경우이다. 대략 난감한 이 상황을 극복할 방법은 일단 열심히 움직일 것. 그래서 방광경의 수분조절 능력을 증대시킨다. 그리고 오늘의 혈자리, 곤륜(崑崙)으로 그 능력을 배가시키자.     



곤륜으로 에너지를 더하자

곤륜혈(崑崙穴)은 발의 바깥쪽 복사뼈(복숭아뼈)의 뒤쪽 즉, 복사뼈와 아킬레스근육의 사이 함몰된 곳에 있다. 이 복사뼈는 우리 몸에서 튀어나온 뼈 중에서는 가장 높이가 높다. 옛날 사람에게는 곤륜산이 바라봤을 때 가장 높고 큰 산이었다. 그래서 곤륜산에서 혈자리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한자도 역시 산을 가리킨다.



발의 복사뼈 바로 옆에 위치한 곤륜!



또한 옛사람들은 모든 하천의 원류가 가장 높은 산인 곤륜산이라고 보았다. 방광경이 머리 부분에서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이라 마치 모든 강이 곤륜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은 형상이 된다. 방광경에서도 곤륜혈이 수액을 돌려 순환계통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잘 맞는 작명이다.

곤륜의 순환 능력은 화(火)기에서 나온다. 그리고 곤륜은 방광경의 경화혈(經火穴)이다. 족태양방광경은 두 개의 수(水)를 가지고 있는 서늘한 물이다. 물은 화의 양기를 얻어 순환을 하는데, 곤륜은 물을 순환시키는 방광경의 동력기인 셈이다. 때문에 사람은 생존에 가장 중요한 수승화강의 구조를 갖추게 된다. 자연스럽게 생리적 구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습열로 인해 소변이 나오지 않을 때, 곤륜을 사(寫)하면 열을 뺄 수 있다. 반면 곤륜을 보(補)하면 열을 더해 양기를 잃은 방광을 자극할 수 있다.

우리 몸에는 360개의 혈자리가 있으며 매 혈자리마다 용도가 다 다르다. 그래서 명나라 명의 마단양은 그 중 중요한 12자리를 뽑아 12혈이라 했는데, 곤륜이 그 중 하나이다. (방광경에는 위중, 승산, 곤륜 3개의 혈이 있다.) 마단양이 12혈을 깨칠 때 곤륜산에서 만난 선인(仙人)의 도움이 있었고, 후일 그도 곤륜산에 들어가 도를 닦았다고 하니, 곤륜은 이래저래 상징성이 있는 듯하다. 곤륜은 발목염좌, 허리와 엉덩이가 아픈 것을 치료할 수 있고, 또 갑자기 숨이 차면서 가슴이 뻐근한 증상이나 걸으려 하면 아파서 신음이 나는 증상에도 쓴다.  



소변은 신체의 수액대사에 큰 역할을 해요. 함부로 장난치면 안되겠죠?



소변을 살피는 일은 몸의 수액 대사를 돌보는 일이다. 수액의 흐름은 결국 장부의 흐름이다. 장부의 흐름은 마음의 길이기도 하다. 소변 배출에 문제가 있는 경우 자기 것에 집착하는 성향과 관련이 있고, 소변을 참지 못하는 것은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이 방광경의 수기를 해쳤기 때문이라 한다. 소변은 이미 몸의 기운으로 바뀐 것을 배출하는 것이므로 소변을 살피는 것은 바로 몸과 마음을 살피는 것이다. 곤륜산에 올라 도를 닦진 못해도 우리 몸의 곤륜혈로 몸과 마음 길을 닦아 보는 것은 어떨지.    


최정옥(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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