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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의 책들

아나키즘의 이상과 자유로운 사랑에 대한 열렬한 추구 원조 ‘센 언니’ 엠마 골드만을 만나다!

by 북드라망 2024. 6. 24.

아나키즘의 이상과 자유로운 사랑에 대한 열렬한 추구 
원조 ‘센 언니’ 엠마 골드만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북드라망 & 북튜브 독자님!
많은 분들이 기다리시던(?!) 북튜브 출판사의 신간 소식입니다.^^
그동안 북튜브에서는 강의를 바탕으로 하는 책들을 주로 출간했는데요. 이번에는 조금 다른 책을 출간했습니다. 바로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활동했던 아나키스트 엠마 골드만의 자서전입니다. 한국어 번역본 기준으로 본문만 1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자서전인데요. 그 분량만큼이나 치열하고 파란만장한 엠마 골드만의 생애가 담겨 있습니다.


엠마 골드만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아나키스트 중 한 명으로,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 ‘빨갱이 엠마’, ‘대중 연설에서 동성애를 옹호한 최초의 인물’, ‘미국에서 최초로 구속 수감된 여성 정치범’ 등, 무시무시한 ‘타이틀’들을 보유한 원조 ‘센 언니’입니다. 청중을 격동시키는 연설 능력으로도 유명했고, 『어머니 대지』라는 잡지를 창간하여 당대에 가장 급진적인 아나키즘과 여성주의 사상을 소개하면서 ‘아나카 페미니즘’의 시작을 알린 사상가이기도 했습니다. 또 당대의 결혼제도를 문제 삼으면서 자유로운 사랑을 주창하고 실천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센 캐릭터와 아나키즘과 페미니즘에 대한 이론적 기여로 1960~70년대 제2의 페미니즘 물결 때, “내가 춤출 수 없다면, 그것은 나의 혁명이 아니다”라는 유명한 문구와 함께 재소환되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번 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춤을 출 때면, 나는 그곳에서 가장 지칠 줄 모르고 가장 신이 난 사람이 되었다. 어느 날 저녁 사샤의 어린 사촌이 나를 옆으로 끌고 가더니 마치 동지의 죽음이라도 알리는 듯한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선동자로서 춤을 추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속삭였다. 뭐, 출 수 있다고는 해도 그렇게 정신줄을 놓고 춰서야 되겠냐고 했다. 아나키스트 운동에 힘이 되어야 하는 사람으로서 품위가 없는 일이고, 나의 천박함이 대의를 해치고 있다고도 했다. 어린 소년의 뻔뻔스럽기 이를 데 없는 간섭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고선 그에게 너의 일이나 신경 쓰라고 말하며 내 얼굴에 던져 대는 그놈의 대의가 지겨워 죽겠다고 대꾸했다. 나는 아름다운 이상과 아나키즘, 관습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를 위한 대의가 삶의 기쁨을 내던져야 하는 일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나는 우리의 대의가 내가 수녀가 되는 것을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또 우리 운동이 수도원이 되어서도 안 되지 않냐고 주장했다. 만약 대의가 그런 거라면 내게 대의 따위는 필요없었다. ‘내가 원하는 건 자유와 나를 표현할 권리, 모든 사람이 아름답고 찬란한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권리야.’ 아니키즘이란 나에게 그런 의미였고, 비록 거기에 감옥과 박해가 있더라도 나는 그 세상을 살 것이었다. 그렇다. 나의 가장 가까운 동지들이 나를 비난하더라도 나는 나만의 아름다운 이상을 살 것이다.(1권 172쪽)

 


사실 엠마 골드만의 자서전에 “내가 춤출 수 없다면, 그것은 나의 혁명이 아니다”라는 문구는 나오지 않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사건을 누군가 멋진 문장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렇더라도 이 말은 엠마 골드만의 일생을 잘 표현하는 말인 듯합니다. 평생 ‘모든 사람이 찬란한 것들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앞장서서 싸우면서도, 결코 자신을 표현할 자유와 자유롭게 사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즐길 권리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춤출 수 있는 혁명’을 위해 평생을 싸워 온 것이죠. 

뉴욕 유니언 스퀘어에서 연설하고 있는 엠마 골드만(1916년 5월 21일)


엠마 골드만이 활동했던 당시는 전세계적으로 노동과 자본의 투쟁이 극심해지던 시기였고, 열강들이 무고한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내몰던 시기였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아나키스트들을 중심으로 폭력과 테러를 통한 저항이 만연하기도 했으며, 러시아에서는 볼셰비키 혁명으로 프롤레타리아 독재 국가가 수립되기도 한 격동의 시대였죠. 


엠마 골드만의 자서전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이 격동기에 대한 상세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골드만은 미국에서는 노동운동과 파업의 지지에 앞장서고, 자유로운 모성과 피임법의 보급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미국의 1차 세계대전 참전이 임박하자 전쟁과 징병제에 대한 반대에 나섰습니다. 징병제에 반대하는 투쟁으로 투옥되고 이후 미국에서 추방되고 나서는 소비에트 러시아로 건너가지만, 새로운 사회주의 조국에서, 노동자 민중과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극심한 탄압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도하고 다시 유럽으로 탈출합니다. 그렇게 미국과 소련의 정치현실을 모두 경험하고 유럽에서 집필한 것이 바로 이번에 번역된 자서전 『레드 엠마』(원제 : Living My Life)입니다.

 

“그러던 중 어니스트 헤밍웨이와의 만남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포드 매덕스 포드가 주최한 파티에서였다. 헤밍웨이가 없었다면 이 파티는 아마 엄청 지루했을 것이다. 그의 단순함과 활기 넘치는 정신은 잭 런던과 존 리드를 떠올리게 했다. 헤밍웨이는 나를 위해 프랑스 비자를 발급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신문사 친구와 함께하는 저녁 식사에 나를 초대해 주었다. 포동포동한 아기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어니스트는 집에서 보니 더 젊고 즐거워 보였다. 그의 기자 친구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많은 약속을 하긴 했지만 비자에 대해서 그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그는 러시아에 대한 인터뷰라고 주장하며 나에 대한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썼는데, 그중 단 한 마디도 사실인 게 없었다.”(2권 714~715쪽)

 


엠마 골드만의 자서전에는 엄청난 인물들이 많이도 등장합니다. 자신의 공작품과 아내의 농사 솜씨를 자랑하는 노년의 크로포트킨, 아이와 놀아 주고 있는 헤밍웨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레닌, 그 밖에도 헬렌 켈러, 버트런드 러셀, 루이즈 미셸,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마거릿 생어, 잭 런던, 트로츠키, 막심 고리키, 바그너, 프로이트 등등. 엠마 골드만의 눈을 통해 당대를 수놓았던 위대한 인물들의 세세한 면모를 살필 수 있다는 것도 『레드 엠마』를 읽으면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책은 서점에 있습니다!
여전히 싸울 일이 많은 현실에서, 시대와 대결하기 위해 영감과 용기가 필요한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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