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포토로그] "두려움과 불안함이 삶을 잠식하지 않도록"

"두려움과 불안함이 삶을 잠식하지 않도록"

평소와 다를 바 없었던 어느 토요일 점심 즈음. 그날도 두 아이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을 때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런데 전화를 건 사람은 엄마가 아니었다.

 

“저 엄마 병원 친구인데요, 놀라지 말고 들어요. 엄마가 갑자기 심정지로 응급실에 갈 예정이거든요? 병원에서도 연락이 갈 건데 놀랄까봐 내가 먼저 연락해요.”

 

엄마는 몇 달 전 유방암으로 진단받고 항암치료 중이시다. 식단관리와 치료를 위해 암 전문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다. 순간 너무 멍해서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엄마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니 더 답답한 노릇이었다. 그렇지만 일단 당장 응급실로 출발해야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출발하기 전 가장 먼저 유축을 했다. 혹시나 엄마의 젖을 찾을 지도 모르는 11개월짜리 둘째를 위해서 말이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엄마는 “소생구역”에 계셨다. 소생이란 무엇인가. 蘇生. 되살아날 소에 날 생. 말 그대로 “거의 죽어 가다가 다시 살아”(네이버 국어사전)난다는 뜻이다. 

 

나중에 상황을 들어보니 정말 그랬다. 요양병원에서 친구 분들과 이야기하시던 중에 갑자기 쓰러지셨고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기도가 좁아져 호흡곤란이 왔다고 한다. 다행히 병원에서 바로 처치했고 구급차가 오기 전에 의식이 돌아왔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찔했다. 엄마가 병실에 혼자 계시다가 실신하셨으면 어땠을까? 또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셨으면? 구급차가 바로 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엄마는 지금 곁에 안 계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큰일을 겪고 나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은 여유로워졌다. 삶과 죽음, 또 일상에서 겪는 여러 사건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혹은 그 반대로 그러니까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약간은 알게된 것 같다. 엄마가 지금 곁에 계신 것도 정말 운이 좋아서... 라고 밖에 해석이 안 된다.

얼마 전, [아기가 왔다 2]에 아이들이 다칠까봐 걱정된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링크) 그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도 어느새 옅어져있었다. 다치는 것도 모든 조건들이 맞아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A의 결과로 B가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세상은 정말 무수히 다양한 인과조건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일상에서 소소하게 하는 행위들이 갑자기 비범(!)하게 느껴진다. 점심 메뉴로 내가 원하는 뼈해장국을 먹을 수 있고, 온천으로 놀러 가고 싶을 때 가고,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고,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는 것 등등! 정말 우리는 매 순간 온 “우주의 기운”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 다시 엄마가 쓰러지시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올라 올 때, 또 아이가 다칠까봐 불안한 마음이 들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진부한 말이지만, 하루 또 하루를 지금의 인연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아직 이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모르겠다. 두려움과 불안함이 삶을 잠식하지 않도록 일상을 단단하게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