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를 위한 읽기책』이 알려주는 인문 고전 잘 읽는 팁 하나
― 인문 공부에 유용한 참고서(사상사, 논리학, 신화사전)
정승연 샘의 『세미나를 위한 읽기책』 에는 각 장이 끝나는 곳에 깨알 팁들이 하나씩 실려 있습니다. 인문 고전 공부를 해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팁들이지요. 달리기나 걷기를 하라든지, 해설서 활용은 어떻게 하면 된다든지, 개념 노트를 만드는 법이라든지, 생각은 연필과 형광펜으로 하는 것이라든지 등등….
오늘은 책 속의 이 팁들 가운데 공부할 때 옆에서 두고두고 참고하면 좋은 책들 소개를 블로그에 그대로 싣습니다. 정승연 샘의 말로는 “옆에 두고서 가랑비에 옷 적시듯(?) 두고두고 귀퉁이가 닳을 때까지 참고하면 좋습니다. 물론, ‘통독’을 해본 후에 그렇게 하는 게 최고로 좋”다고 합니다.
군나르 시르베크·닐스 길리에, 『서양철학사』 1~2권, 윤형식 옮김, 이학사, 2016.
제목 그대로 ‘서양철학사’ 책입니다. 인터넷 서점 등에서 ‘서양철학사’로 검색을 하면 무수하게 많은 철학사 책들이 검색결과로 나오곤 합니다. 책으로 출간되어 번역까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중에 훌륭하지 않은 ‘철학사’는 사실상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철학사’들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 관점의 차이는 있다는 점은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 철학사를 추천드리는 이유는 일단 서술 스타일이 ‘교과서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읽기에 평이하다는 장점이 있어서입니다. 그리고 철학사의 고전들로 꼽히는 몇몇 철학사 텍스트들에 비해 현대적인 감각이 잘 살아 있습니다. 일례로, ‘철학’과는 딱히 상관이 없을 것 같은, 그러나 매우 큰 상관이 있는 ‘과학혁명’과 ‘다윈’에 관한 내용이 별도의 장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장점을 꼽자면, 각 장의 맨 뒷부분에 있는 ‘질문’에서 해당 장과 관련된 ‘철학적 질문’의 예시들을 보여 주는 부분입니다. 각각의 질문 하나하나가 훌륭한 글감이 되기도 합니다. 한 차례 통독을 한 후에 참고서로 활용하셔도 좋고, 도저히 시간이 안 되면 그때그때 필요한 장들을 먼저 읽어 가면서 읽지 못한 부분으로 읽는 영역을 확대해 가도 좋습니다.
김희정·박은진, 『비판적 사고를 위한 논리』, 아카넷, 2008
이 책도 교과서적으로 ‘논리학’을 공부하는 데 대단히 훌륭한 지침을 제공하는 책입니다. 논리학에서 사용되는 기호들에 대한 설명부터, ‘비판적 사고’를 위해서 필요한 분석법, 술어 논리의 기초적 이해까지 저는 ‘기초 논리학’을 공부하는 데 이보다 좋은 책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2004년 초판 발행 후에 2008년에 개정판까지 나와 있는 상태입니다. 한 가지 감안해야 할 점은 이 책은 되도록 미리 한 번 읽거나, 따로 공부를 해본 후에 필요에 따라 활용하시는 걸 추천드린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논리학’에 대한 기초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어디를 어떻게 찾아야 찾고자 하는 게 나오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피에르 그리말, 『그리스 로마 신화 사전』, 최애리 책임 번역, 열린책들, 2003
저는 보통 ‘개념어 사전’류의 텍스트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읽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개념어’란 특정한 맥락에서 작동하는 것이어서 그 개념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그 개념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독특한 성질들이 사라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이건 사실 어학 사전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들은 실제 대화 속에서, 상황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발생시키곤 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이 갖는 미덕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 말이 가지고 있는 가장 일반적인 용법을 사전이 보여 준다는 것입니다. 만약 그게 ‘신화 사전’이라면 이 장점은 좀 더 두드러집니다. 왜냐하면 ‘신화’는 대개 사건들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고, 그 ‘사건’ 안에는 그 일을 겪는 신과 인간들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야기’를 모른 채로 “오레이튀아가 보레아스에게 납치되었을 때” 같은 대목이 나오면 막막합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지’ 하는 의문이 들 때 찾아보면서 읽으면 매우 유용합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이나 문화사, 문학 등을 공부할 때 거의 필수로 놓고 보아야 할 정도로요.
다만, 이와 같은 책들을 참고할 때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교과서’와 ‘사전’들조차 완전히 ‘객관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무엇이든 글로 쓰여진 것은 어떤 식으로든 서술자의 관점이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만 잊지 마시고, 자주자주 찾아보면서 공부해 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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