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안드로메다, 개념종말 혹은 문(文) 그리고 돼지

추분 무렵의 별자리, 안드로메다 혹은 규수
-가을철 별자리를 찾아서②


손영달(남산강학원 Q&?)




개념이 모이는 별, 안드로메다


포스팅에 적당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글은 “개념이 안드로메다로 갔니?”라는 말로 시작해본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우주적 스케일을 가진 신조어가 나왔구나 하고 무릎을 쳤었다. 스케일 탓인지 이 말은 웹상의 신조어들 중에 퍽 생명력이 긴 편이다. 지하철 무슨남과 청담동 무슨녀, 지금은 은퇴한 정치인 모씨 등 숱한 사람들을 수식하는 데 이 표현이 쓰였다. 아마도 안드로메다는 우리 시대에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거의 유일한 별일지 모른다. 그런데 왜 하필 안드로메다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처음 이 말을 만든 사람은 왜 하필 안드로메다를 떠올린 것인지. 뭇 사람들이 상실해 버린 개념이 향해 가는 별, 안드로메다는 어떤 별일지. 자! 오늘 포스팅의 주인공은 개념의 별^^ 안드로메다이다.


실제 안드로메다 은하의 모습이란다. 보기만 해도 참 예쁘다. 졸지에 무개념 유배지로 전락해버린 안드로메다가 이렇게 이쁠 줄이야... 은하철도 999에서 메텔이 여길 가려고 했던 이유가 있었던 게야~~


안드로메다는 딱 요즘 철의 별자리이다. 완연한 가을에 접어든 요즘, 절기상으로는 백로와 추분 사이, 해질 무렵 동쪽 하늘위로 지난시간에 살펴본 바 있는 가을철의 대사각형에 뒤이어 솟아오르는 별이 바로 안드로메다이다. 마치 팔다리를 벌리고 춤추는 듯한 사람의 형상을 한 별자리이다. 한 눈에 봐도 사람의 형상이 그려지는지라 안드로메다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먼저 페가수스 사각형, 동양 별자리로는 실수와 벽수를 찾는다. 그중 북동쪽의 모서리, 즉 벽수의 북쪽 별이 안드로메다의 머리인 알파(α)별 알페라츠이다. 그로부터 북동쪽을 향하여 V자가 가로로 놓인 것 같은 모양으로 늘어선 별들이 안드로메다의 팔다리가 된다. 알파(α)별 밑으로 델타(δ)별,  베타(β)별, 입실론(ε)별, 감마(γ)별이 늘어선다. 이들 별이 안드로메다 공주의 머리와 몸, 양 발에 해당하고, 델타(δ)별의 좌우로 뻗은 어두운 별들의 라인이 두 팔이 된다. 아래 베타(β)별은 안드로메다의 허리가 되며 여기서 양편으로 두 다리가 갈린다.


젠장... 별자리 사진은 맨날 봐도 잘 모르겠다^^ 나만 그런가, 내가 이상한 건가 ㅋㅋ

흥미로운 것은 안드로메다의 오른편 다리 언저리에 은하가 보인다는 것이다. 베타(β)별에서 북쪽으로 안드로메다의 오른 무릎쯤 되는 뮤(μ)별과 뉴(ν)별로 더듬어 가다보면 뉴(ν)별 근처에 ‘안드로메다 대은하 M31’이 있다.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은하이자 지구가 속한 은하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게 바로 ‘안드로메다 대은하 M31’이다. 가장 가깝고 유명한 은하를 끼고 있다는 점,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가졌다는 점, 이런 이유로 안드로메다는 SF소설의 주 무대가 되기도 했다. 별을 보고 ‘자원’을 떠올리는 우리 시대의 우주관에 가장 부합하는 별이 이 별 안드로메다인 것이다. 안드로메다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별이 되었다. ‘개념이 안드로메다로 갔다’는 말은 아마도 여기서 나온 게 아닐까 한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놓고 천체를 곧 하나의 상징으로 여겼던 옛날 같았으면 ‘개념이 자미원으로 갔니’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안드로메다의 신화를 알아보자. 안드로메다는 희생양으로 바쳐진 처녀다. 우리나라 민담으로 치면 바리데기 같은 존재다. 그녀는 에티오피아의 공주였다. 포세이돈이 보낸 고래 괴물 케투스가 에티오피아 해안을 유린하자 희생양으로 해안 바위위에 바쳐졌다. 안드로메다는 바리데기보다는 운이 좋았나보다. 염라대왕에게 시집가서 굳은 시집살이를 도맡아 해야 했던 우리네 바리데기와 달리 안드로메다는 지나가던 훈남 페르세우스에 의해 위기에서 벗어난다. 여차저차하여 안드로메다는 페르세우스의 부인이 되고, 죽어서 페르세우스 옆에 별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하늘의 별 안드로메다를 가만 보니, 제물로 바쳐져 바위에 포박된 가녀린 처녀의 모습이 연상된다. 재미있게도 안드로메다의 아래에는 바다괴물 케투스를 상징하는 고래자리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늠름한 페르세우스가 버티고 서 있다. 이 별자리들에선 안드로메다를 둘러싸고 해안가에서 벌어졌던 급박한 결투의 한 장면이 연상된다. 이들이 펼쳐진 가을철의 밤하늘은 흥미진진한 신화가 상영되는 하나의 극장이었다.

문운의 별, 규수


동양별자리로 앵글을 틀어보자. 가을철 대사각형을 따라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별 무리들. 서양인들이 안드로메다라 부른 별들 일부를, 동양에서는 ‘규수(奎宿)’라고 불렀다. 물론 배치도 의미도 전혀 다르다. 규수는 안드로메다의 팔다리 주변 별들을 8자 모양으로 그려냈다. 먼저 이 별의 모양을 노래로 읊은 [보천가]의 한 대목을 들어보자.


허리는 가늘고 머리는 뾰족한 것이 마치 해진 신발 같구나.
열여섯 붉은 별이 둘러서 신발을 만들었네.

-이순지, <천문류초> 중에서


규수는 무려 열여섯 개나 되는 별들의 모임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안드로메다의 델타(δ)별, 베타(β)별, 뮤(μ)별, 뉴(ν)별 등이 포함되어 있다. 노래에서 읊고 있는 것처럼, 뾰족한 신발 모양의 별자리다. 언뜻 보면 삐죽삐죽 날이 솟아 있는 표창이 연상되기도 한다. 혹자는 이를 보고 돼지를 연상하기도 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도 각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기 바란다. 규수를 보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동양의 천문학은 점성적인 의미가 강하다. 때문에 별자리의 모습이 뭣처럼 생겼는가라는 점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된다. 고대인들에게는 동류가 상응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에, 먼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거나 직접 관련이 없는 사물들도 그 형상이 비슷하면 곧바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여긴 것이다. 만일 이 별을 입술모양이라고 본다면, 이 별은 곧장 입술과 관련된 어떤 일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면 이 별의 상태를 보고 언어풍속(입술=말) 아니면 성풍속(입술=뽀뽀) 따위를 점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규수를 어떤 모양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점성적인 의미는 달라진다. 통상 그 해석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안드로메다가 희생양으로 바쳐진 순결한 처녀의 이미지였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굉장한 동서의 격차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인데, 규수는 첫째 문운(文運)을 주관하는 별로 본다. 구불구불 연이은 모양새가 마치 하나의 글자 같다고 하여, 이 별을 문(文)의 상징으로 여긴 것이다. 규(奎)란 왕이 직접 쓴 글인 어필(御筆)과 어제(御製)를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이 별은 나라의 문운을 점치는 데 쓰인다. 정조의 도서관인 ‘규장각(奎章閣)’ 이란 이름도 바로 여기서 유래했다. 정조는 즉위하던 해인 1776년 규장각을 설치했다. 처음엔 선왕들의 책을 보관하는 왕실 도서관의 성격이었으나 차츰 학술과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으로 변했고, 정조의 개혁정책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토대가 되어 주었다. 이런 식으로 동양의 별자리는 왕궁의 건축이나 관료조직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별자리를 그 자체로 우주의 궁궐이자 신하로 여겼던 옛 사람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규장각에 이렇게 깊고 우주적인 뜻이 담겨 있었다니... 그러니 이름을 함부로 지을 수 없는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한 것인가. 아~~ 내 이름과 이 원고의 필자의 이름은 그런 점에서 너무 거창한 것은 아닐까.^^


점성학적으로 규수는 문운을 점치는 별이었다. 이 별이 밝으면 나라의 문화가 창성해지고 학문이 번창한다고 보았다. 실제로 문치주의로 유명한 중국의 송나라 때, 규수 주변으로 오성이 모두 모인 적이 있다. 송대가 낳은 성리학의 탁월한 성과와 300년간 이어졌던 송 왕조의 치세는 바로 규수의 기운에 힘입은 것인지 모른다. 일설에 의하면 연구실의 새 이름인 “남산강학원 Q&?"도 규수의 이름에서 따온 것(큐=규奎)이라 한다. 남산골 샌님들이 살았다 해서 붓 필(筆)자를 쓰는 필동에 문운의 별 규수의 이름을 본 따 연구실을 세우니, 공부빨이 넘쳐나겠다고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았던 기억이 있다.


지난시간에 살펴본 벽수도 도서관을 상징했다는 것을 상기해보자. 벽수와 연이어 있는 규수가 학문과 결부되는 별자리라는 점. 벽수와 규수가 떠오르는 가을철, 확실히 가을은 공부의 계절인가 보다. 독자 여러분, 이 가을을 놓치지 말고 공부합시다! ^^;


조금 튀는 감이 없지 않지만, 동시에 이 별은 무기를 주관하는 별이기도 하다. 우리로서는 학문과 무기가 대체 뭔 관계인지 의아할 따름이지만, 점성학적으로는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일이다.(점성의 세계 앞에 너무 날을 세우지 말지어다~ 이 바닥에서는 논리보다는 신심이 필요하다!^^) 규수의 생김새가 뾰족한 표창과 같다고 보면, 이 별은 또한 무기를 주관하는 별이라고 해석 된다. 규수는 병란을 점치는 별이었다. 이 별이 움직이거나 혜성에 의해 침범당하면 곧 하늘의 무기창고가 털리는 형국이니, 나라에 병란이 일어나리라 예상했다. 


설마 나는 아니겠지??^^ 제국주의 시대와 맞서 싸우는 용감한 돼지의 이야기. 쥐가 돼지를 좀 무서워하면 좋을 텐데... 영~~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편 이 별이 돼지의 모양이라고 본 점성가도 있었다. 자세히 보니 정말 살 오른 돼지 모양  같다. 그래서 규수에 하늘의 돼지(天豕)라는 별칭을 부여하기도 했다. 그럼 이 별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돼지 모양이니까 축산업이랑 관련되겠지 라고 예상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대 점성학을 너무 얕본 것이다. 추상과 직관의 힘을 발휘 하시어 한 번 더 생각해 보시라! 12지지 중 돼지는 수(水)기운에 해당한다. 따라서 규성은 나라의 수로나 도랑을 의미했다. 이 별이 어지러우면 홍수가 일어난다던지 수로가 망가진다던지 하는 변고가 생긴다. 특히나 금성이나 화성이 침범하면 홍수와 같은 천재지변이 생긴다. 4대강으로 나라의 하천이 온통 쑥대밭이 된 오늘, 우리의 규수는 과연 안녕하신가! 모두 하늘을 올려 보자.


가을 별자리가 시작되다, 서방백호 7수


규수가 떠오르는 추분 무렵, 이제부터는 바야흐로 가을 별자리의 퍼레이드가 시작된다. 감이당 수업을 들으며 별자리 이름을 독송하셨던 독자분들, 혹은 필자처럼 신당에 기도 꾀나 하러 다니셨던 분들은 알 것이다. 동양에서는 별자리를 동서남북 사방위의 신에 배속한다. 동방청룡, 북방현무, 서방백호, 남방 주작. 여기에 중앙을 상징하는 3원(垣)이 덧붙으니 하늘의 구역이 크게 다섯으로 나뉘는 셈이다.


그런데 가을철 별자리인 서방백호 칠수는 왜 입추가 아닌 춘분부터 떠오르는 걸까? 동양 천문학은 관측 중심이 아니라 구조 중심이다. 10회 차에 연재분에 설명한 바 있지만, 동양의 28수는 하늘을 수리적으로 분할하려는 관심에 의해 탄생했다. 입추엔 이 별이 뜨고 추분엔 저 별이 뜨고 하는 식으로 눈에 보이는 대로 속편하게 별자리 지도를 그린 게 아니라, 추상적인 원리를 따라 하늘을 구조화 하려 했다. 분할의 기본 원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오행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관측되는 시기와는 딱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오행이 의미하는 바 그 시기의 천체가 담고 있는 ‘기운’ 과 영향이라는 점에서, 보다 탁월한 해석을 제공한다.


가을은 오행으로 금(金)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금은 거두고 죽이는 숙살(肅殺)의 기운을 감고 있다. 가을이 되면 산천의 초목들은 성장을 멈추고 열매를 맺는데 고심한다. 수렴하는 금의 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방위로는 금은 해가 떨어지는 서쪽이다. 서쪽 하늘에 해가 걸릴 무렵 우리는 퇴근을 한다. 금기운을 받아 하루의 결실을 거두는 것이다. 하늘의 별을 나누는 원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늘을 하나의 커다란 구(球)라고 생각했을 때, 여기서 서쪽 방향에 있는 별자리들은 곧 가을의 금기에 배속된다. 그렇기에 이들은 금이 상징하는 숙살의 이미지에 가장 근접한 백호라는 동물이 담당한다. 사마천에 따르면 “규수는 호랑이의 꼬리이고 루수 위수 묘수 필수는 호랑이의 몸체이며 자수는 호랑이의 머리와 수염이고 삼수는 호랑이의 앞발에 해당”한다.([사마천-천관서]) 이제부터 연재될 서방 백호의 별자리들은 금이 상징하는 수확, 전쟁, 군사 등의 의미가 강하다.


돼지는 여전히 우리에게 풍요를 가져다주는 상징으로 여겨진다. 가을에 뜨는 별에 이 풍요의 기운이 없을 쏘냐! 황금돼지의 지긋한 웃음이 가을 별빛 같다.^^(나 감수성이 왜 이러니~)


이렇게 보면 서양의 별자리와도 일면 통하는 점이 있다. 서양 별자리가 기대고 있는 신화도 인간이 농사짓고 사냥하며 계절을 살피고 자연과 감응하던 세계관 속에서 나왔다. 서양의 별자리에도 그 별이 뜨는 계절의 성격과 의례에 관한 이미지들이 짙게 녹아들어 있다. 안드로메다는 희생양이다. 희생제의는 주로 추수 무렵인 추분(秋分)을 기하여 많이 열린다. 희생제의는 희생물을 바쳐 대지의 신을 달래며 한 해 농사의 풍작을 기원하기 위해 열렸던 것이다. 동양의 규수의 다른 이름인 천시(天豕), 돼지가 갑자기 왜 나오는 건가 찜찜해 한 독자분들이 분명 계시리라. 신화에서 돼지는 대표적인 곡물신으로 나온다. 돼지는 밭의 곡식을 먹어치우는 동물이기에 고대인들의 눈에는 그가 곧 곡물의 주인이라고 비춰졌다. 그래서 돼지를 곡물신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그리스에서도 돼지는 곡물신의 화신이었다. 이런 신화적 이미지가 중국의 별자리 체계에도 반영된 것이리라.


희생양으로 바쳐진 안드로메다를 집어삼키려던 괴물 케투스의 별자리, 고래자리는 동양 별자리로 천창(天倉)과 천균(天囷)이다. 각각 루수와 위수에 속한 별자리들이다. 이들의 의미는 글자 그대로 하늘의 창고, 곳간이라는 뜻이다. 가을은 수확철이고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때, 때문에 이때 하늘에 뜨는 별자리들에 곡식의 수확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이다.


금기운이 지배하는 가을철의 밤하늘. 저 하늘의 별들, 그리고 대지의 초목들, 그걸 바라보는 지금-여기의 나. 모두 가을이라는 시공이 가진 금(金)의 기운에 동참하고 있다. 수확과 결실의 시기. 버리고, 죽이고, 수렴시켜야 하는 때. 저 하늘의 별과 이 땅의 만물, 그리고 나의 몸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던 옛 사람들은 가을 하늘의 별들을 보고 다르지만 같은 꿈을 펼쳐갔던 것 아닐까?


개념종말, 멘붕, 몸붕, 일명 붕괴세대. 그들은 안드로메다에서 온 외계인들이거나 갸루상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 틀림없다.^^ 정신 나간 인간들이여! 고개를 들어 하늘을 좀 보자!! 가을별의 금기운이라도 좀 받자^^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