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치통과 장염은 동시에 온다? 삼간혈

슬픈 이빨을 위로하라!

약선생(감이당 대중지성)

내게 아직 둘째가 없던 무렵의 이야기이므로 햇수로 친다면 꽤 옛날 일이 된다. 어느 더운 여름, 그 전주부터 살금살금 아려오던 아래쪽 잇몸과 왼쪽 어금니가 도무지 나을 기미가 안 보였다. 평소 양치질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도 이빨이 이상했다. 더운 날은 계속되고 있었고, 몇 가지 회사일도 뒤엉킨 채 내 손을 기다리고 있던 터라, 마음은 몹시 조급하고 무거웠던 때였다. 아마도 그때 내 마음은 약간 불안정했을 것이다. 퇴근 후에 아내에게서 받은 얼음봉지를 손수건으로 둘둘 말아 입에 대기도 했지만, 그때만 잠시 통증이 사라질 뿐이었다. 겨우 잠이 들어도 이른 새벽이면 어김없이 찾아온 통증이 온몸에 식은땀과 신음소리를 짜냈다. 도로 졸음이 찾아 와도, 옆으로 누우면 또 어김없이 치통이 뛰쳐나와 그 졸음을 쫓아 버렸다. 마치 물을 마시려 고개를 숙이면 물이 저 아래로 달아나 버리더라는 그리스 신화의 탄탈로스와 흡사했다. 잠은 오는데 잘 수는 없는, 참으로 비극적인 ‘불면 생지옥’이 여러 날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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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때만 해도 끔찍한 파국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날도 치통으로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여름 이불에 그려진 원숭이 엉덩이를 보며, 참 속 편한 놈일세, 라며 눈물을 흘리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날 새벽엔 아랫배에 바늘로 찌르는 고통도 같이 찾아왔다. 그 통증은 서너 시간에 걸쳐 십분 주기로 찾아왔다. 결국 꾸르륵거리더니, 마침내 설사가 정신없이 쏟아져 나온다. 아뿔사, 장염이었다. 이제 똥구멍까지 터진 것이다. 생각해보니 전날 뒷골목 술자리에서 급하게 들이킨 식은 찌개가 좀 이상하긴 했다. 그래도 회식의 막판은 항상 밥과 찌개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나름 오랜 철칙 때문에 바닥이 보일 때까지 먹었었다. 그게 탈이었나 보다. 급기야 새벽 5시쯤부터는 변기에 살다시피 앉아 있어야 했다. 입구멍과 똥구멍의 연대는 실로 대단했다. 처음엔 간격을 두고 둘이 왔다 갔다 하면서 공격하더니만, 나중엔 완전히 파상공세다. 나로선 그 근처에 있는 혀나 입술과 신성동맹이라도 맺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혀는 노란 쓴물만 내뱉고 있었고, 입술은 바싹바싹 마른 채 도무지 동맹을 맺을 태세가 아니었다. 나는 완전히 홀로 되어 가련하기 짝이 없었다. 이빨과 대장, 입구멍과 똥구멍. 나는 이들이 정말 무서운 놈들이란 걸 이때 난생 처음 알았다. 나의 비겁한 ‘혓바닥’은 “제발, 제발...”이라는 소리를 연신 내뱉을 뿐이다. 결국 나는 혼절하고 말았다. 아마도 ‘파국’의 리얼리티를 체험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지 싶다.

이빨, 나는 너의 슬픔을 몰랐다

옛날에는 치통 없이 죽는 것도 사람 사는 복 중 하나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빨의 슬픈 몸부림은 그 역사가 길다

사실 이빨만큼 안타까운 녀석이 또 있을까. 아마 사람들은 내 말이 도대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싶어 의아해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녀석의 생애를 묵상해보자. 태어난 지 6개월 된 몸을 찾아 돋아나서 8~9년 정도 쓰이다, 쓸쓸히 퇴장해야만 했던 젖니. 이빨의 삶은 갈수록 윤택해지는 삶이 아니라 쓸쓸히 퇴장당하는 삶이다. ‘32개의 영구치’로 힘겹게 환생한 이후에 주인에게 사랑받으려고 무지 애쓰지만, 그런 요구는 대개 깡그리 무시되기만 한다. 젊은 주인은 양치하라는 말은 안 듣고, ‘혀’만 사랑하여 매일 육류, 단맛 과자,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만 잔뜩 집어넣어 씹으라하고, 술, 담배 같은 것들을 수도 없이 집어넣어 물어라 한다. 그러다 젖니가 전생에 그랬던 것처럼 하나씩 하나씩 퇴장하고 만다. 물론 영구치들도 처음엔 주인의 명령을 묵묵히 수행한다. ‘앞니(절치)’와 ‘송곳니’는 제 주인이 대책 없이 들이민 음식물을 단단하게 잡아 주고, 어금니 큰놈, 작은놈은 그것들을 알아서 작은 조각으로 갈고 부숴 준다. ‘저작(詛嚼)’이란 노동만큼 슬픈 노동이 어디 있을까싶다. 이빨은 자신의 노동을 자기를 위해 쓰는 법이 없다. 오히려 노동의 산물인 음식물을 자기 곁에 두었다가는 자기 몸이 아프게 될 뿐이다. 매번 음식물을 잘게 부수어 혀로, 위로 넘기기 바쁘다.

그래서 치통이란 이빨들의 슬픈 몸부림이다. 이들도 당연히 신경과 혈관을 통해서 자신이 느낀 울분을 토로한다. 이빨은 대개 잇몸 밖으로 나와 있는 ‘치관’(우리는 대개 이것을 두고 ‘이빨’이라고 말한다), 잇몸에 살짝 들어가 있는 ‘치경’, 그리고 뼈에 지탱하고 서있는 ‘치근(이뿌리)’, 이렇게 세 부분으로 이뤄져 있다. 흔히 신경과 혈관은 치관과 치근에 걸쳐 있는 ‘치수강’이라고 부르는 것 안에 자리하는데, 이것들이 이빨의 슬픔을 우리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대개 치통이라고 하면 충치가 치수 안에 있는 신경과 혈안에 염증을 일으켜 생기는 통증으로 알려져 있다. ‘치수강’이라는 밀실 속에 들어 있는 신경이 뇌신경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충치가 찌르르 아리는 것을 바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양치질을 하루 세 번 열심히 하면 충치 같은 것은 싹 사라지는 것으로 안다. 분명히 음식물 찌꺼기에 의한 충치는 그걸로 해결될 수 있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양치질도 게으르지 않고, 평소 충치도 없었던 경우인데도 웬일인지 이빨이 마구 슬퍼한다는데 있다. 나의 경우가 그랬다.

수양명대장경, 대장과 이빨을 이어놓다

동의보감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치아는 수양명경맥과 족양명경맥이 지나는 곳이다. 윗잇몸은 곤토에 속하고 족양명위경이 통하는 곳인데, 정지한 상태로 있고 움직이지 않는다. 아랫잇몸은 음식물을 씹는 곳으로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데, 수양명대장경맥이 통하는 곳이다.”
ㅡ『동의보감』, 외형 편 권2 아치(牙齒)

신기하게도 아랫잇몸은 대장과, 윗잇몸은 위와 연결되어 있다. 아랫잇몸과 연결되어 있는 부위를 죽 연결해보면 한쪽에 20개 자리(양쪽 40개 자리)가 나오는데, 이를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이라고 부른다. 이 경맥은 체내에서는 대장(大腸)에 속하고 폐장(肺臟)에 낙(絡)한다. 다시 말하면 대장이 주관하고, 폐와 이어져 있다. 좀 더 말해본다면 이 자리들 전체가 하나의 큰 대장이다. 이것은 둘째손가락 노뼈(손바닥을 앞으로 향한 자세에서 아래팔에 있는 2개의 뼈 중 바깥쪽의 뼈)쪽 끝에서 시작하여 옆을 달려 올라가 콧날개에 가서 끝난다. 엎어놓은 ㄷ자 모양으로 배속에 자리 잡은 것만이 대장인 것은 아니다. 어찌 보면 손가락에서 코에 이르는 이 경맥의 자리들이 모두 대장인 셈이다. 대장의 형태변환들이라고나 할까, 암튼 그렇다.

그런데 이 경맥은 폐에 이어지기 전에 쇄골 오목한 곳에서 갈라져 나간 가지가 하나 있는데, 이게 요상하게 움직여 입으로 들어간다. 그러니까 목과 볼을 지나고 아랫니의 치은을 지나서 입을 돌아 코와 입술의 중앙으로 쏘옥 빠진다. 내가 알고 싶었던 비밀이 여기 있었다. 하루 종일 양치질을 해도 이빨의 슬픔을 위로해주지 못한 이유를 말이다. 

아무튼 우리는 이빨에 대해 묵상 중이었으니 그거 다시 해보자. 치아(齒牙)의 치(齒)는 가지런한 앞니 모양을 본뜬 글자이고, 아(牙)는 날카롭게 생긴 송곳니와 어금니를 가리킨다. 이 모양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앞니는 채소 같은 부드러운 것들을 자르고, 어금니는 곡식들을 갈아서 죽처럼 만들어 주고, 송곳니는 고기 찢기에 알맞다. 사랑니 4개를 빼고 나서도, 어금니가 24개, 송곳니가 4개인걸 보고서, 채식:육식의 비율이 6:1이 적당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아마도 그게 이빨과 대장을 편안하게 하는 비율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걸 봐서도 치통이 생기는 원인을 단순히 음식물 찌꺼기 때문이라고만 말해선 안 된다. 우선 치아는 뼈의 나머지로 신(腎)에 속한다. 따라서 신이 허약하면 이 사이가 벌어지고, 그 사이로 음식물 찌꺼기가 쌓이기 쉽다. 이걸로도 문제이긴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위장과 대장이다. 경맥의 이름이 알려주는 바와 같이, 대개 대장에 이상이 생기면 수양명대장경의 자리들이 문제를 일으킨다. 왜냐하면 이 자리들이 바로 대장들이니까 말이다. 얼굴이나 코, 치아 질환들은 십중팔구 대장이 아픈 거다. 그리고 이 경맥이 양경(陽經)이다 보니, 음경(陰經)의 경혈보다 체표 쪽 증상이 더 많다. 이빨, 잇몸도 체표에 가깝다. 그래서 위장과 대장에 독소가 쌓여 양명경의 열이 위로 상충하면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가만히 있던 잇몸에 통증이 발생한다. 평소 양치질을 열심히 하는데도 아랫잇몸이 고통스럽다면 대장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보아야 하는 것이다. 위장과 대장에 독소가 뭉치면 열이 잇몸으로 올라와서 잇몸을 붓게 만들고, 통증을 만들어 낸다. 음식찌꺼기가 없는데도 입 냄새가 많다면 이때도 이를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독소란 무엇인가? 독소는 몸에 안 맞는 음식들이 들어와 썩으면서 생긴다. 결국 몸에 안 맞는 과음 과식과 육류 과다 섭취가 문제다. 위와 대장이 힘들어지면 열이 나고, 그 열이 올라와서 잇몸을 아프게 한다. 더군다나 신이 약해 이가 벌어져 있어서 음식물이 잘 끼는 사람이었다면 상황은 최악이다.

사실 대장에 이상이 생기면, 어깨, 팔 특히 둘째손가락으로 이어지는 줄기가 아플 때가 있다. 이럴 때 배꼽 양옆의 천추와 허리띠가 닿는 부분의 대장수를 눌러보면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대장에 이상이 생긴 게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동시에 치통이 같이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마도 치통이 먼저 오기 십상일 것이다. 왜냐하면 대장에 쌓인 독소를 치우라고 주인에게 악을 써야 하니 말이다. 그것은 일종의 메시지인 셈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 슬픈 소리를 못 들었다. 그러니 아무리 얼음봉지를 갖다 대도 도통 낫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입구멍과 똥구멍, 이것들이 연합해서 나를 공격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주인을 보기 좋게 전복했고 성공했다.


삼간(三間), 슬픈 이빨을 위로하다

그럼 이것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일단 반성하라. 이빨의 슬픔에 대해 묵상하고 그의 삶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은 치통을 앓는 자로서 당연한 자세다. 그리고 그 다음. 당연히 수양명대장경의 혈자리를 찾아야 한다. 자, 손을 들어 보자. 손을 약간 구부려보면 둘째손가락(집게손가락) 세 번째 마디 뒤쪽의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의 뼈가 갈라지는 지점이 있다. 여기가 삼간(三間)이다. 시지(示指) 즉 둘째손가락의 제3절(세 번째 마디)에 위치하므로 삼간(三間)이라 하였다. 그래도 감이 안 잡히면 다음과 같이 만져보라. 오른손을 펴서 집게손가락에 연결된 손등뼈(이것을 ‘제2중수골’이라 한다) 안쪽을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대고 손목 쪽에서 손가락 쪽으로 살며시 밀고 가면 손가락과 관절이 되는 곳에서 툭 나온 뼈가 만져 지는데 이 뼈의 바로 뒤쪽이 삼간이다(헉헉, 나도 모르겠다. 사진 봐라!). 이 혈은 기본적으로 유혈(兪穴)에 속한다. 여기서 삼(三)은 세 번째를 가리키고, 간(間)은 장소를 뜻한다. 그리고 ‘유혈’이란 자연으로 비유하면 시냇물에 해당하는데, 위치는 팔목(腕) 아래, 발목(踝) 아래에 있다. 대개 기혈이 한 곳에 머물러 ‘염증을 일으키거나 통증을 일으킬 때’ 그 경락의 유혈을 다스려야 한다. 나의 경우에 아랫잇몸에 염증이 난 치통이므로 여기를 다스려야 했던 것이다. 아무튼 여러분도 치통이 생기면 여기를 마구 찔러주면 된다는 것, 꼭 기억두기 바란다. 나 같은 불상사를 안 당하려면 말이다.


그 사이에 나는 둘째도 얻었고, 술, 담배도 끊었다. 요즘엔 웬만해선 치통이나 장염에 걸리지 않는다. 그래도 그때만 생각하면 끔찍해서 소름이 돋는다. 하긴 그런 일이 있었으니 나도 이빨의 삶을 묵상하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대개 이빨이 있는 것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신경을 쓴 적이 별로 없다. 이 세상 보통의 주인들은 이런 이빨을 정성을 다해 보살펴 주진 않는다. 기껏해야 양치질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는 온갖 육류와 과자를 집어넣고, 그것도 모자라 술과 담배까지 입에 물리고는 모른 체한다. 양치질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 입에 재갈을 물린 격이다. 사람들이 이런 염치 없는 짓을 하는 것은 이빨들이 당연히 자신을 위해 태어난 것인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빨이 있어야만 음식을 먹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사실대로 말하면 인간을 위해 이빨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이빨에 의해 인간이 만들어져가고 있다고 해야 정상이다. 이빨에 이상이 생긴다면 자연히 모든 인간들은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히려 이빨을 위해서 사람이 있지, 사람을 위해서 이빨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나는 감히 주장해본다. 그러고 보니, 몸이 나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몸을 위해 있구나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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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해 이빨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이빨에 의해 인간이 만들어져가고 있다." 감동적인 말씀! 그러니 소중한 내 이, 양치질이라도 열심히 하자. 대장을 편안하게 하는 것도 물론이고. (입구멍 똥구멍 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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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2014.07.08 17:19 답글 | 수정/삭제 | ADDR

    비밀댓글입니다

    • 북드라망 2014.07.08 19:37 신고 수정/삭제

      어쩐지... 같은 아픔이 느껴지는 댓글이네요.
      삼간혈을 꼭 기억하셔요^^;;;

  • 호프 2019.02.03 22:19 신고 답글 | 수정/삭제 | ADDR

    훌륭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