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무더운 여름, 삼계탕과 함께 양계혈 잡기

양기 충전, 양계

이민정(감이당 대중지성)

양계가 뭐꼬?


‘양계’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는 바로 ‘닭’이다.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닭을 키웠던 기억도 스쳐 지나갔다. 혈자리 서당을 시작하며 만난 첫 혈자리가 하필 ‘양계’라니.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검색창에 양계를 넣으니 아니나 다를까 양계협회, 양계수의사회, 월간 양계…… 등등이 나온다. 이런 운명적(?) 만남이란!! 피할 수 없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밖에. 그래도 혹시나 내가 아는 양계와 혈자리 양계가 비슷한 맥락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양계(陽谿, 2개 혈) 일명 중괴(中魁)라고 한다. 손목 위쪽 두 힘줄 사이 우묵한 곳에 있다. 수양명경맥의 기가 흘러가는 곳이니 경혈(經穴)이다. 침은 3푼을 놓고 7번 숨 쉴 동안 유침하며, 뜸은 3장을 뜬다.
ㅡ『동의보감』, 법인문화사, 20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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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닭과 "양계혈"에는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양계는 볕 양(陽)자와 시내 계(谿)자를 쓴다. 계(谿)는 溪(계)로도 쓰며, 산간의 작은 시내 또는 산골짜기의 谿谷(계곡)을 뜻한다고 한다. 내가 경험했던 양계(養鷄)와는 너무 달라 보인다. 흑! (닭똥 냄새는 맡아 본 사람만이 안다;;) 여하튼 오늘은 양계(陽谿)와 양계(養鷄)가 정말 아무 관계없는지 한 번 탐구해 보기로 하자.

우리 몸의 자가발전 시스템

먼저 양계(陽谿)를 살펴보자. 혈자리 이름에 양이 들어가는 것을 보니, 무언가 양기(陽氣)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양계혈은 수양명대장경 오수혈 중 화 기운을 담당하는 경혈이다. 즉, 양계는 화(양)기와 관계가 있다. 우리 몸에서 양기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바로 체온이다. 사람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체온이 갑자기 상승하거나,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몸의 균형(체온의 항상성)이 깨지면 아프다! 또, 아프면 체온이 급변한다. 스스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동력'(動力)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태양열을 흡수해 에너지로 전환해서 사용하는 기술처럼, 양계혈에 충만한 양기는 우리 몸이 자체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예전에 TV에서 이구아나들이 단체로 일광욕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느릿느릿 걸어서 바위 위에 올라간 이구아나들이 한참 동안 햇빛을 쬐고 나니 엄청나게 빨라지는 게 아닌가! 그때 햇빛의 영향력에 놀랐고, 사람도 햇빛을 쬐면 빨라지는 걸까 궁금했었다.^^ 그런데 사람은 굳이 햇빛을 쬐지 않아도 움직이는 데 큰 지장이 없다. 왜냐? 우리는 우리 몸의 동력이 되는 열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은 태양빛이 있어야만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식물에 축적된 에너지는 식물을 먹는 동물과 인간에게 전달되며, 이 에너지는 동물과 인간의 움직임에 필수적 요소이다. 열을 통해 에너지가 생성되고, 만들어진 에너지를 사용해서 또 에너지를 만든다. 이 에너지가 바로 양기(陽氣)이다.

36.5도는 사람이 양기를 유지하는 데 최적화된 온도이다. 또, 닭의 체온은 41~42도 가량이다. 그렇다면 체온이 높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실 우리 피부는 외부 요인에 따라 뜨거워지기도 하고, 차가워지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몸 속, 즉 오장육부의 온도는 균일하게 유지된다. 체온의 항상성이란 바로 장부의 온도를 의미한다. 장부를 거치며 36.5도로 데워진 동맥혈은 온도가 낮은 피부로 흘러간 후 열을 잃고 차가운 정맥혈이 되어 다시 장부로 돌아간다. 따뜻한 피가 끊임없이 몸 전체를 순환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장부의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몸은 열을 발산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피부온도가 높아진다. 반면에 장부의 온도가 낮아지면 피부로 이동하는 열량이 감소한다. 열량이 감소한다는 것은 근육으로 이동하는 혈액의 온도가 낮아진다는 말이다. 온도가 낮아지면 근육이 수축하는데, 추울 때 몸이 떨리는 것은 근육이 무질서하게 수축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오랜 시간동안 장부의 온도 유지가 어려울 때, 몸은 말초 부위를 포기하기도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것이 동상이다. 이렇듯 열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발전 시스템인 것! 그래서 사람들은 몸이 허해질 때, 보양식으로 양기가 많은 음식을 먹는다. 특히 삼계탕은 닭의 양기를 몸에 흡수하려는 삶의 지혜였다.

대변, 알고 보면 완전소중한 건강지표


닭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릴 때 닭장 청소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땐 너무 괴로웠다. 닭똥 냄새가 너무너무 고약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배설물이 향기로울 수는 없는 법이지만, 닭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했다. 왜 그랬을까? 닭은 소화기관이 짧은 편이기 때문에 사료를 먹으면 소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해 악취가 심하게 난다고 한다. 소화과정에서 생성된 암모니아 때문이다. 여하튼, 조류는 다른 동물에 비해 소화 속도가 빠르고 배설도 빠른데 이는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에너지가 몸에 흡수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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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이 자주 급한가? 유달리 화장실에 자주 가는가? 자괴하지 말자, 신진대사가 활발해서 건강하고 활기차다는 증거다^^ (그것도 심하면 병이지만!)

사람의 경우에도 체질과 먹은 음식에 따라 소화-배설 시간에 차이가 있다. 과일, 고기는 곡류, 채소보다 소화기 빨리 되는 편이다. 또한 체온이 낮은 사람보다는 높은 사람의 소화 능력이 더 높다. 기초대사량은 말 그대로 사람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열량을 의미하는데, 기초대사량이 높은 사람은 살이 잘 찌지 않는다. 흡수하는 에너지를 모두 사용하기 때문이다. 흡수하는 에너지가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많을 때, 그 남은 잉여가 살이 된다.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배설이다. 사실, 대변은 중요한 건강 지표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변의 신호를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소위 변이라고 하면 그냥 똥덩어리, 고체덩어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똥의 70%를 차지하는 것은 수분이다. 그리고 수분이 그 정도를 넘어가면 설사가, 그리고 그 이하로 마르게 되면 변비가 되는 것이다. 변비는 대변이 장내에 장시간 체류하면서 수분을 빼앗겨 건조하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열이 넘쳐 진액이 말라 있거나, 진액이 모자라는 것인데, 이는 과로나 매운 음식을 많이 먹어서 화열이 쌓여 진액이 부족해진 탓이다. 따라서 변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액을 보충해 대장을 촉촉이 적셔 주어야 한다.
ㅡ『명랑인생 건강교본』, 166쪽


대장에 열이 생기면 변비가 생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장은 위와 근접해 있기 때문에, 대장열(大腸熱)이 위열(胃熱)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위에 필요 이상의 열이 생기면 몸의 균형이 깨지는 것은 당연지사! 위열로 인해 몸의 상초(배꼽 위 상반신)가 뜨거워지고, 계속 배가 고프게 된다. 그런데 먹는 것과 나가는 것의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에 어느 순간 위와 대장에도 한계가 올 것이고, 이는 구토 증상이나 복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소화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에너지를 생성하는 능력도 저하된다. 못 먹고 기운도 없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몸의 온도(양기)를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변의 불통이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 잊지 말자!

화기와 금기의 동거동락

양계가 소속되어 있는 수양명대장경(手陽明大腸經)은 상초를 담당한다. 대장경은 인체의 위쪽으로 올라가는 경락 중에서 그 지맥이 가장 넓게 퍼져있다. 게다가 대장이 있는 배꼽 밑의 하초까지 그 영향력이 닿아있기 때문에 하초의 기를 끌어올리거나 상초의 기혈을 내리는 데 좋은 경락이다. 그런데 왜 수양명대장경일까? 대장경은 손끝 상양에서 시작하여 이간, 삼간, 합곡을 지나 손목의 양계를 거친다. 팔의 바깥쪽을 따라 흐르며 어깨를 거쳐 가슴으로 내려와 한 줄기는 폐를 거쳐 대장에서 끝나고, 다른 한 줄기는 목과 뺨을 거쳐 아래 잇몸으로 들어간다. 수양명대장경의 이름 중 '수'(手)와 '대장경'(大腸經)에 대한 의문은 여기서 풀린다.

그럼, 양명은 무엇을 의미할까? 陽明(볕 양, 밝을 명)은 말 그대로 밝은 볕이다. 음양이론을 통해 살펴보자. 우리 몸의 오장육부 중 오장은 음, 육부는 양에 배속되어 있다. 그래서 오장은 간(궐음), 심(소음), 비(태음), 폐(태음), 신(소음)의 경락에 속해있다. 육부는 담(소양), 소장(태양), 위(양명), 대장(양명), 방광(태양)에 속하게 된다. 육부에는 삼초가 포함되며, 삼초는 소양에 속한다. (육부에 삼초가 들어가는 이유에 관해서는 추후 포스팅 될 삼초경에서 자세히 설명될 예정이다.^^) 간-담(궐음-소양), 심-소장(소음-태양), 비-위(태음-양명), 폐-대장(태음-양명), 신-방광(소음-태양)이 하나의 쌍을 이루는 것은 사주명리 기초에서도 다룬 적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사주명리 기초편 보러 가기)

음은 아래로 가라앉는 성질이 있다. 가장 큰 음은 태음이며, 소음을 거쳐 궐음에 이르면 0의 상태가 된다. 반대로 양은 가장 작은 소양에서 시작해 태양을 거쳐 양명이 되면 절정을 찍고 흩어지는 상태가 된다. 이 양명의 기운에 속하는 것이 위와 대장이다. 즉, 위와 대장의 소속 경락을 통해 소화와 배설에는 많은 에너지(양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명은 건조하면서, 금에 해당하는데 이를 바로 양명조금(陽明燥金)이라 한다. 생각해보니, 닭도 지지에서 유금(酉金)이다. 닭은 강한 양기를 지녔으면서 동시에 금 기운을 가진 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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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고구려 벽화, <주작도>

가을에 열매를 살지우기 위해서는 유(酉)는 십이지지 가운데 이 응축력이 가장 세다. 유의 지장간은 경금과 신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더구나 이 둘은 서로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금의 기운에다 음양의 조화까지 이루었으니 끌어당기고 모으는 힘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ㅡ『갑자서당』, 182쪽
오행으로는 극하는 관계, 화극금이 있다. 화는 단단히 뭉쳐 있는 금을 흩어주는 역할을 한다. 화기(火氣)는 양기(陽氣)로 봐도 무방하다. 대장경은 금에 속하고, 양계는 화에 속한다. 대장경은 양명조금이므로 건조하고 응축하려는 기운이 있는데, 양계의 화 기운이 이러한 금 기운을 흩어줄 수 있는 관계인 것이다. 금 기운이 너무 치성하면, 우리 몸의 수분이 부족해지고, 수분이 부족해지면 변비가 생기고, 대장열은 위로 옮겨가며, 위열로 인해 소화기능이 저하되고, 소화기능이 떨어지면 새로운 기운을 만드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금 기운과 화 기운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화 기운과 금 기운을 함께 가진 혈자리! 양계(陽谿)와 양계(養鷄)는 이런 깊은(!) 속사정이 있었다. ^^

실제로 어린이들이 소화불량일 때 양계에 침을 놓으면 효과가 좋다. 양계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엄지손가락을 힘껏 뒤로 제친 후 두 개의 뼈 사이에 있는 작은 골짜기를 만나야 한다. 그 골짜기의 손목 부위를 만지면 쏙 들어가는 곳이 있다. 그 부위를 지압하거나 침을 놓으면 양계의 덕을 톡톡히 볼 수 있으리라. 기운 딸리는 이들이여, 일단 소화불량부터 해결하자! 양기 보충은 양계, (養鷄는 닭을 기른다는 의미도 있지만 잘 키운 닭도 의미한다는 점~~~~~) 잊지 마시길! ^^ (본초서당 삼계탕 편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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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마저 사라지는 무더운 여름날, 원기는 삼계탕으로 양기는 양계혈로 충전하자. 정신줄 놓지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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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달집 2012.06.26 11:00 답글 | 수정/삭제 | ADDR

    드디어 양계집이 나왔구려.
    잊지못할 양계!
    짝짝짝...

  • 도경 2018.12.18 20:48 답글 | 수정/삭제 | ADDR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