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바람을 다스리는 혈, 곡지

친절한 곡지씨

이영희(감이당 대중지성)

채울 길 없는 욕망

그는 중풍에 걸려 오른쪽 반신이 흐느적대고, 제 입안의 침도 잘 수습하지 못한다. 뭐라고 말을 하기는 하는데 잘 알아들을 수 없이 버벌거린다. 나니까 대강 알아듣지 타인하고는 거의 의사소통이 안 된다. 입술을 오므리지 못하니까 나를 ‘복희야’라고 부르고 싶을 때는 입가에 심한 경련이 인다. 나는 그게 불쌍하지 않고 고소하다. 처녀 적 그의 집에서 식모살이 할 때부터 함부로 부르던 이름을,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데도 그의 마누라가 된 후에도 기분이 좋을 때나 화가 날 때는 연달아 불러대곤 했다. 반신이 무력해진 후에도 속에서 뻗치는 기운은 여전한 듯 말이 잘 안 돼 고함으로 변할 때는 유리창이 다 들들댄다. 원래 기운이 넘치는 장대한 남자였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처럼 쓰는 게 이상인 단순한 남자가 늙고 병들어 썩은 포대자루처럼 처져 있는 걸 보면서 나는 측은하단 생각이 들기보다는 기괴한 환상에 시달린다. 저 남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가 거침없이 말할 때도 그의 생각은 주로 욕망에 관해서 였다. 물욕, 식욕, 성욕이 남보다 강하고 그걸 표현하는 데 망설임도 수치심도 없었다. 말로도 행동으로도 그런 욕망을 채울 길이 막혀버린 지금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생각은 무슨, 그의 속이 텅 비어 있다고 생각해도 불안하고, 텅 비었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다 뭘 자꾸자꾸 쑤셔넣고 싶어하는 나는 더 불안하다. 내가 불안한 건 그가 아니라 나다.

ㅡ박완서, <친절한 복희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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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에 걸린 남편을 보는 아내의 내면이야기다. 물욕, 식욕, 성욕과 같은 삶의 욕구가 강렬했던 사내는 반신불수가 되어 말도 제대로 못한다. 몸도 불통, 의사소통도 불통인 지금, 사내는 자신의 욕망을 채울 길이 완전히 막혀버린 것이다. 이렇게 몸도 말도 불통인 상태, 이것이 중풍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럴 때 쓰는 멋진 말이 있다. 불인(不仁)! 인(仁)하지 않다는 것. 인은 두(二) 사람(亻) 사이에 일어나는 어진 마음을 말한다. 사람과 사람사이를 소통시키는 마음, 그 사람됨의 근본이 되는 마음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음과 몸이 연결되어 있다는 전제가 없다면 쓸 수 없다. 몸이 불통인 것은 마음이 불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뒤집어서 마음이 불인하기 때문에 몸이 불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복희씨를 친절하다고 한 것일까? 『설문』에는 인을 ‘인(人)’과 ‘이(二)’의 두 글자가 합해서 된 것이기도 하지만, ‘친(親)하다’는 뜻도 있단다. 비록 남편은 불인의 상태가 되어버렸지만 복희씨는 그러한 남편을 인(仁)한 마음으로 친절하게 보살핀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 마음에는 뭔가 불순한 욕망이 숨어있다. 그래서 복희씨는 불안(不安)하다. 늘 남편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전유물에 불과했던 복희씨. 남편이 불통이 되어버린 지금이야말로 그녀만의 욕망을 충족시킬 때라고 생각한다. 그건 자신을 능멸했던 남편에 대한 복수, 남편의 불통을 완전한 불통으로 만드는 것이다. 남편에게 늘 친절할 수밖에 없었던 복희씨는 이제 그 욕망에 시달리며 불안해하는 것이다. 중풍과 욕망, 그 불인하는 마음은 남편과 복희씨를 이렇게 한통속으로 묶어놓고 있다.

바람의 욕망

복희씨의 남편은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하다. 흔히 중풍은 ‘바람 맞았다’고 한다. 바람으로 생긴 병이다. 그렇다면 바람이란 놈이 어떤 놈이길래 몸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가?

『황제내경·소문』에 바람(風)은 모든 병의 시작이고 우두머리라고 한다. 그리고 이 놈은 옮겨 다니기도 잘하고 변하기도 잘한단다. 정해진 방향도 없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병을 일으키니 잡기도 힘들 뿐 아니라 그 범위도 광범위하다. 무서운 놈이다. 이 몹쓸 놈의 성깔! 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역마살의 제왕, 바람! 운기상으로 목기(木氣)가 센 임진(壬辰)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꼭 풍을 조심하자^^;


바람이란 놈도 안과 밖이 있다. 이름하여 외풍(外風)과 내풍(內風)이다. 밖에서 불어온 바람을 맞은 것이 외풍이고, 몸 안에서 일어난 바람을 맞은 것이 내풍(중풍)이다. 복희씨 남편은 내풍을 맞은 거다. 그런데 외풍이나 내풍이나 풍의 성깔은 바뀐 게 없다. 단지 안이냐 밖이냐만 있을 뿐.

외풍(外風)은 상체의 피부나 땀구멍으로 들어와 그 넘치는 양기로 쉽게 이동하면서 몸의 깊은 부위로 들어간다. 풍은 사기(邪氣;병이 나게하는 나쁜 기운. 줄여서 풍사라고 한다) 중에서 양(陽)의 기운을 가졌다. 그래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 왕성한 활동성으로 몸의 가장 바깥의 대문이라고 할 수 있는 피부를 벌컥벌컥 잘도 열고 들어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 열린 문으로 들어와서 알토란 같은 기와 혈을 가지고 다시 빠져나간다. 그래서 외풍이 피부표면에 머물면 이 놈과 위기(피부표면을 지키는 양기)가 싸우면서 열이 나고 땀이 줄줄 흐른다. 기혈이 빠져 나가는 중이다. 마침내 열린 문으로 위기가 빠져나가면 오한이 난다. 설령, 위기가 외풍과 이겨 땀구멍이 닫히더라도, 집중포화를 막기 위해 몰려있던 위기는 울결되어 열이 나고 답답하다. 외풍은 이렇게 양의 기운을 가져서 그런지, 몸의 상부인 얼굴이나 양경맥, 피부 표면에 자주 출몰한다. 이렇게 상부와 겉에서 시작된 외풍은 점점 깊은 부위로 들어간다.

깊은 부위로 들어간 외풍은 빨빨거리고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역마살도 보통 역마살이 아니다. 관절과 관절을 축지법을 써가며 돌아다녀서 온몸에 관절통을 만들고, 경맥에 침입해 가려움과 두드러기를 만든다. 물론 이 증상도 불규칙하게 나타난다. 여기 갔다, 저기 갔다하면서 정말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놈이 풍이다.

이 예측할 수 없는 점핑도 힘든데 우리 몸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풍이 다른 나쁜 기운, 한습조열화(寒濕燥熱火)와 연합하는 것이다. 정말 썩을 놈이다. 오직 풍만이 이 다섯가지 나쁜 기운과 연합한다는 것! 한을 부추겨 연합하면 풍한(風寒), 습을 부추겨 연합하면 풍습(風濕)이 된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풍을 만병의 으뜸이라고 한다. 풍이 다른 사기들을 선도해서 병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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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뜨고, 소화 안 되고, 관절통까지... 바람 맞으면 고생이 말도 아니다. -_-;;


이 외풍의 성깔을 고스란히 몸 안에서 일으키는 것이 내풍이다. 몸 안에서 바람이 저절로 일어난다니 언뜻 이해가 안 된다. 그럼, 밖에서 바람이 일어나는 생리를 연상해 보면 간단하다.

지구에 햇빛이 내리쬐면 그 표면이 데워지고, 그 위에 있는 공기도 데워져 기온이 올라간다. 수면도 마찬가지로 데워지지만, 지면의 온도 보다는 낮다. 이 온도 차이가 바람을 일으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표면에 가열된 공기는 가벼워져서 위로 올라간다. 그러면 공기의 양이 적어져서 저기압이 된다. 반대로 지표면 보다 차가운 수면의 공기는 상대적으로 고기압이 된다. 이때 공기의 양이 많은 고기압 지역에서, 공기의 양이 적은 저기압 지역으로 공기가 이동한다. 이 기압 차이로 생긴 공기의 흐름이 바람인 것이다.

밖에서와 마찬가지로 몸 안에서도 이 기압 차이로 인한 흐름이 일어난다. 기혈의 흐름이 그것이다. 기혈의 흐름이 원활하면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순조롭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몸이 허약해지면서 기혈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이 흐름을 막히지 않게 하는 간의 기능이 둔해진 것이다. 이 말은 기능이 저하된 장기의 온도가 낮아져 정상인 장기와의 사이에서 온도차가 급격해졌다는 말이다. 이렇게 편차가 급격해지면 바람은 삿된 바람으로 돌변한다. 습기가 오래 머물러 생기는 습담과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하고 한 곳에 맺혀 있는 어혈을 몸 여기저기에 만든다. 그래서 중풍의 전조증상은 팔다리가 저리거나 힘이 떨어지기도 하고, 마비와 언어장애가 생기기도 하고, 입이 한쪽으로 살짝 돌아가기도 하고, 사물이 이중으로 보이기도 하고, 하품(간기가 울결되어 퍼지지 못해 그 기의 부족을 하품으로 대신하는 것) 횟수가 늘어나기도 한다. 모두 습담과 어혈로 생기는 증상인 것이다. 그런데 이 삿된 바람을 더욱 부채질하는 것은  감정이다.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지나친 긴장은 진액과 원기를 소모시키며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을 띈다. 몸 속에 불길을 확 당겨버리는 것이다. 말이 좋아 스트레스와 긴장이지 그 감정의 본질은 욕망이다. 혈기방장한 젊은 시절에는 색욕에 물들기 쉽고, 나이 들어 혈기가 쇠했을 때는 욕망이 깊어지기 쉽다. 무엇이든 자기 소유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얻어야 할 것은 놓칠 수 없고, 내가 가진 것은 더더욱 놓을 수 없는 것이다. 혈기가 쇠하고 있으니, 마치 그걸 채워넣기라도 하듯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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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몸이다. 과도한 욕심, 마음의 잉여는 곧바로 몸의 순환을 막아버린다.


중풍을 서양의학에서는 뇌졸중으로 본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진 뇌출혈이 그것이다. 모두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진 증상이다. 내풍이 일어나 그것이 점점 커져 태풍이 되어 몰아치는 곳이 뇌인 것이다. 이 한 번의 기습적인 폭풍은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고, 팔다리를 못 쓰게 만들기도 하고, 정신을 둔하게 만들기도 한다. 운이 좋으면 며칠 만에 일어날 수도 있지만, 대다수가 십수 년을 자리보전하게 만든다.

이렇게 사람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 바람의 욕망일까? 바람은 그냥 막힘없이 흘러가고 싶을 뿐이다. 그 흘러감의 자유, 그 유연한 아름다움을 누구보다 갈망하는 것이 바람이다. 바람을 삿되게 만든 것은 우리가 먹은 고량진미고, 절제하지 못한 감정이다. 바람은 절대로 당신을 쓰러뜨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건 전적으로 당신이 욕망한 것이다.

똥의 욕망


바람은 불시에 찾아와서 그 공격력이 막강하다. 그래서 연세 드신 분들은 풍을 무서워한다. 중풍은 단일질환으로는 국내 사망원인 1위다. 그래서 찾아봤다. 풍을 예방하는 방법!

의사 1 : 차가운 곳, 과식 피하고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라.
의사 2 : 중풍소인이 있는 사람은 변비를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의사 3 : 시원한 대소변이 풍 치료의 첫걸음이다.

하나같이 똥을 잘 눠야한다는 주문이다. 생각보다 너무 쉽지 않은가. 똥만 잘 누면 되는데 뭘? 하실 거다. 글쎄, 똥 그 까이 것 대충 싸면 되지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근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자, 똥에 대해 간단한 점검하고 넘어가자.

Q1) 하루에 한 번씩 일정한 시간에 똥을 누는가? (No! - 나의 경우^^)
Q2) 똥을 눌 때 시원하게 누는가? (No)
Q3) 똥의 색깔이 누런가? (아주 가끔)
Q4) 똥의 굵기가 가래떡 정도 되는가? (노)
Q5) 누고 난 똥 모양이 돌돌 말려 올라가 있는가? (아주 가끔)

다섯 가지 질문에 'Yes'로 답하신 분 별로 없으실 거다. 그렇다. 건강한 똥을 누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 말은 곧, 우리가 언제든지 풍을 맞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몸이 허약해졌을 때, 균형이 깨졌을 때, 기습적으로 풍이 우리 몸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똥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에 풍을 예방할 수 있다는 건가? 이제 똥의 욕망을 들어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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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다섯 가지 질문에 모두 "Yes"라고 답할 수 있는 용자!!!

아시다시피 똥은 음식물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최종 결과물이다. 소장에서 내려온 음식물의 찌꺼기를 대장이 받아들여, 그 속의 수분은 흡수되고 최종 건더기만을 항문으로 배출한 것이다. 그렇다. 똥은 아웃풋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왜냐?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는 게 만물의 이치기 때문이다. 이것이 몸의 순환 원칙이다. 똥은 받은 대로 돌려주는 놈이다. 몸에 이로운 것을 먹으면 이로운 똥으로 돌려준다. 그래서 똥은 우리 몸을 원래대로 되돌려서 어제와 같은 몸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 똥은 순환의 종지부를 찍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 열렬히 누고 싶어하는 똥의 욕망을 거스르는 자, 누구인가? 아무리 힘을 줘도 나오지 않는 똥의 슬픈 운명, 이름하여 변비다. 대장에 오래 머물러 있는 똥은 점점 딱딱해진다. 대장이 수분을 몽땅 흡수하기 때문이다. 이 딱딱한 똥은 기어코 사고를 친다. 대장벽을 자극하고 눌러버린다. 그러면서 주변의 혈관이 눌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대변이 들어찬 부위 주변의 혈액순환이 나빠진다. 물론 기의 흐름도 나빠진다. 똥을 잘 눌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기는 폐기와 위기인데, 이 기의 흩어주고 내려주는 기운도 막혀버린 것이다. 이러면 기가 내려가다 도로 올라가버리는 상역이 생긴다. 몸의 순환 고리에 적체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기혈의 순환에 불통이 생기면, 풍이란 놈은 제 성깔대로 망동한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몸을 휘젓고 다닌다. 똥이 아웃풋하지 못해 생긴 불통을 풍이란 놈은 온몸으로 전가시킨다. 결국 우리가 먹은 고량진미와 절제하지 못한 감정은 풍을 삿되게 만들고, 변비로 순환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장과 풍이 이렇게 연결되듯, 수양명대장경과 풍도 인연이 깊다. 그중에서도 곡지는 풍의 삿된 기운을 흩어주니 더욱 그러하다.    

곡지의 욕망

이제 종착역이다. 곡지를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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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지(曲池)는 우리 몸의 막힌 기혈을 뚫어주는 혈자리다. 그래서 중풍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7개의 혈자리(백회, 곡빈, 견정, 풍시, 족삼리, 절골, 곡지) 중에 하나다. 한의학에서 다루는 병의 거의 대부분이 기혈에 관한 것들이고 보면, 곡지는 보배 중의 보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보배혈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할 거다.


곡지는 문자 그대로 굽힌다는 의미의 곡(曲)과 연못처럼 움푹 패여 고인다는 의미의 지(池)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름이다. 실제로 팔꿈치를 구부리면 두 뼈 사이에 주름이 생긴 바깥쪽 끝에 움푹 패인 곳이 만져지는데 이곳이 바로 곡지혈이다. 곡지는 귀신(鬼臣), 귀거(鬼巨)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귀신도 울고 갈 만큼 효과가 좋다나 어쩐다나.^^ (귀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소상을 참고하시라)

곡지는 수양명대장경의 합혈이다. 대장의 금 기운과 토 기운이 모인 자리다. 곡지가 팔을 굽혀 움푹 패인 곳에 있어서 이 경맥을 흐르는 나쁜 기운이 못의 물처럼 고여 있기 쉽다. 이것은 대장경맥을 흐르는 나쁜 기운이 곡지에 몰려 있다는 말이다. 곡지에 몰려 있는 나쁜 기운, 그것이 뭐겠는가? 우리 바람의 욕망을 잊지 말자.

“바람이 때에 맞는 방향에서 불어오면 실풍(實風)이라고 하는데 발생을 주관하여 만물을 자라게 하고 길러 준다. 바람이 상충되는 반대 방향에서 불어오면 허풍(虛風)이라고 하는데 사람을 해치는 바람으로서 죽이고 해를 입힌다.”
ㅡ『황제내경·영추』 「구궁팔풍」

그렇다. 때에 맞게 부는 바람은 만물을 만들고 자라게 한다. 바람의 욕망은 이처럼 구체적이고 충실하다. 구체적인 물(物)을 만들어내고 그 물(物)을 충실하게 만든다. 그래서 바람은 오덕(五德) 중 인(仁)에 배속되었다. 인(仁)은 이처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덕목이다. 그런데 이 인(仁)한 바람이 때를 거스르고 방향을 거슬러 허풍으로 돌변한다. 곡지는 이렇게 허풍 떠는 것들을 강한 금 기운으로 제압한다. 금극목하는 것이다. 제멋대로 망동하는 바람을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바로 돌리고, 상염하는 열기도 식히며, 바람을 잠재운다. 곡지는 바람을 부릴 줄 아는 것이다.

곡지가 토의 기운을 이용할 때는 풍이 습과 연합했을 때이다.

“양경은 쉽게 풍사를 감수하고 음경은 쉽게 습사를 감수한다.”

ㅡ『황제내경·소문』 「태음양명론」
곡지는 양명경이다. 양(陽)의 경맥이므로 양의 성질을 띤 나쁜 기운인 풍사를 감독하여 지킨다. 그런데 풍이 습과 연합하여 풍습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 습사는 음의 성질을 띤 나쁜 기운이다. 이것은 비의 운화기능, 즉 토의 기운이 실조된 것이다. 곡지는 토의 기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실조된 토 기운을 북돋워준다. 습은 무겁고 탁한 진액이어서 관절이나 근육에 달라붙어 정체를 만든다. 그래서 관절염이나 근육계질환을 만든다. 곡지는 풍습의 적체도 해소시킬 줄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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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도 움직이지만 그는 실제로는 앉아있는 것이며, 움직이고 있을 때가 가장 진득하게 앉아 있을 때인 것이다. …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매끈한 공간을 차지한[다] … 유목민만이 절대적 운동, 즉 속도를 갖고 있[다]." (『천 개의 고원』, 732쪽)

곡지가 풍을 안다는 것은 바람을 포획할 수 있는 그물코를 움켜쥐고 있다는 것일 거다. 한 번도 앎의 그물코를 쥐어본 적이 없는 나는, 곡지의 그 앎을 대충 짐작할 뿐이다. 그 자유가 얼마나 넓고 깊을지. 바람과 존재의 관계에서, 바람과 존재 모두를 살리려는 그 인(仁)한 마음이 어떤 것일지 침을 맞으며 따끔하게 짐작할 뿐이다. 그래서 이제 이렇게 말하련다. 곡지씨는 친절하다. 하여 삿되게 친절한 복희씨, 그러지 말고 우리 같이 곡지씨를 닮아보아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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