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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의 책들

『낭송 주역』 풀어 읽은이 인터뷰

by 북드라망 2019. 4. 15.

『낭송 주역』 풀어 읽은이 인터뷰



1. 『주역』은 일반적으로 점서(占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특정 독자층을 위한 책 같기도 하지만 공자의 애독서였고, 유학에서는 사서삼경이라는 기본 중의 기본 텍스트입니다. 『주역』은 어떤 책인가요? 선생님께서는 낭송을 위한 여러 텍스트 중 왜 『주역』을 선택하게 되셨나요?


『주역』은 때[時]의 변화를 읽어 내는 텍스트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우연한 사건들과 반전을 거듭하는 길흉화복을 겪으며 살아갑니다. 64괘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64가지의 시절[時]과 삶의 조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줍니다. 여섯 개의 효들은 그런 상황이 펼쳐질 때 사회 속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생각과 욕망을 갖게 되는지, 상호간에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지를 알려 줍니다. 괘사와 효사에 등장하는 ‘흉하다’(凶), ‘부끄럽다’(吝)라는 말은 자신이 처한 때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빠지게 되는 함정들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점서로 활용되어 온 『주역』은 공자를 비롯한 수많은 학자들에게도 애독서이자 필독서였습니다. 천명(天命)을 깨닫게 해줄 지혜로 가득한 궁극의 텍스트였기 때문입니다. 천명이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시간이며, 태어날 때부터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주어지는 시절인연입니다. 그것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거듭하며 흘러갑니다.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주어지는 시대 상황을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그 가운데서 어떤 결심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만이 각자의 몫으로 남겨져 있을 뿐이지요. 『주역』은 끝없이 변화하는 시절을 겪으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때를 알고 그때에 맞는 최선을 선택하며 살아가라고 말합니다. 잘못된 욕망을 좇아 맹목적으로 내달릴 때 우리는 아까운 생명력을 낭비하며 재앙을 자초하고 맙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욕망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할 때 반드시 읽고 소화시켜야 할 텍스트가 바로 『주역』입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면,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가 궁금하다면 그 순간이 바로 『주역』을 펼치고 탐독해야 할 때입니다. 

  


2. 『낭송 주역』이 기존의 『주역』 책들과 다른 점은 어떤 것일까요?


『낭송 주역』은 언제 어디서든 『주역』을 낭송하고 익힐 수 있도록 만든 책입니다. 주역의 괘사와 효사, 단전과 상전 번역문 아래에 한자음을 단 원문을 실어 놓아 원문까지 쉽게 낭송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원문을 우리말로 바꿀 때에는 『주역』 특유의 압축적인 표현 속에 생략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이천의 『역전』을 바탕으로 간략한 설명을 채워 넣었습니다.   

번역문과 원문의 배치는 명나라 영락제 때 호광(胡廣, 1370~1418) 등이 편찬한 『주역전의대전』(周易傳義大全)에 언해를 붙여서 1820년(순조 20)에 판각한 내각본(內閣本) 『주역전의대전』의 순서를 따랐습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공부하면서 읽고 외웠던 판본을 현대의 낭송본으로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이 공부했던 텍스트를 가지고 직접 몸으로 익히고 소화시켜 나가는 경험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3. 『낭송 주역』은 ‘원문으로 읽는 디딤돌편’에 속해 있습니다. 『주역』을 원문과 함께 낭송한다는 것인데요, 일반 독자들에게는 『주역』이라는 텍스트도 만만치 않은 마당에, 원문까지 더해지다니 벅차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 『주역』을 원문과 함께 낭송해야 할까요? 


이 책에 원문을 함께 실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 책이 낭송을 넘어 암송을 위한 교재로 활용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낭송이 온몸으로 텍스트와 만나 공명하는 과정이라면, 암송은 텍스트를 몸에 새기며 의미를 깨쳐 나가는 첫걸음입니다. 우리말보다 한문이 훨씬 더 압축적이기 때문에 『주역』을 암송할 때는 원문 암송이 더 적합합니다. 「계사전」에 나와 있는 대로 ‘평상시에 그 괘상을 보고 괘사와 효사를 음미한다’(居則 觀其象而玩其辭)를 실천하고 싶다면 괘사와 효사를 원문으로 외워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소리 내어 읽고 또 읽어 통째로 외우다 보면 우리말 번역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 괘사와 효사의 의미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문을 읽어야 하는 두번째 이유는 ‘잠룡’(潛龍)이라든가 ‘경륜’(經綸)처럼 현재도 쓰이고 있는 단어는 물론이고 ‘덕불고’(德不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과 같은 유명한 문구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역』에 나온 말들이 어떻게 지금의 우리가 쓰고 있는 의미가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원문 암송은 몸으로 『주역』을 소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앎으로 이어지는 재미까지 가져다줄 것입니다. 걱정과 두려움은 잠시 내려놓고 저절로 외워질 때까지 반복해서 읽어 보시고, 손으로 직접 써 보시기를 권합니다.  

  


4. 『주역』의 64괘 중 선생님께 특별한 의미를 갖는 괘, 또는 독자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괘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괘는 64괘의 중간에 해당하는 32번째 괘인 뇌풍 항(雷風 恒, ䷟)입니다. 항괘(恒卦)는 아래에는 바람(巽, ☴=遜)이, 위에는 우레(震, ☳=動)가 함께 있기 때문에 공손하게 자신을 낮추면서 움직입니다. 해와 달의 운행, 사계절의 순차적인 변화, 성인(聖人)이라 불리는 위대한 인간이 자신의 도를 오래 지켜 나가는 것이 모두 항괘에 해당합니다. ‘오래도록 지속함’이라는 뇌풍 항괘의 의미를 나의 공부와 삶에 적용해 본다면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정진해 나갈 수 있게 해주는 항심(恒心)이 되겠지요.


언뜻 생각해 보면 변하지 않는 게 없는 세상에서 자신이 지키려고 마음먹은 것을 오래도록 지속해 나갈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괘의 주제문에 해당하는 괘사와 단전, 대상전에는 ‘오래 지속할 수 있어 형통하다, 그렇게 일을 해 나가는 것이 이롭다, 군자는 항괘의 상을 보고 우뚝 서서 자리를 바꾸지 않는다’라며 오래 지속해 나가는 항괘의 에너지 자체를 긍정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효사와 소상전을 보면 구이효를 제외하고는 모두 ‘흉하다, 이로울 바가 없다, 부끄럽다, 사냥하는데 짐승을 잡지 못한다, 부인의 경우는 길하지만 장부는 흉하다’라는 부정적인 경고만 가득합니다. 처음엔 여섯 효들이 모두 오래도록 지속하려고 나름대로 애쓰고 있는데 어째서 구이효 하나만 ‘후회가 없어진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괘의 전체적인 방향성은 강한 긍정이 분명한데 어째서 효사는 이렇게 부정적이기만 한 걸까?’ 이런 의문을 품고 효사와 소상전을 꼼꼼히 살펴보면 알게 될 것입니다. 여섯 효 모두 오래 지속하려는 방향성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각자가 처한 때와 자질(능력과 체력)에 따라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섣불리 무리한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일이거나(초육), 스스로 조급함을 못 이겨 지속하지 못하거나(구삼), 판단 착오로 인해 엉뚱한 것을 고집하거나(구사), 오래 지속해야 한다는 데 꽂혀서 시의적절한 대처를 못하거나(육오), 뒷심이 달려 흔들리느라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거나(상육). 항괘는 어떤 상태를 변함없이 고집하는 게 아닙니다. 자기 자신과 주변 상황을 주의 깊게 파악하고 때에 맞게 바꾸어 나가야 ‘오래도록 지속함’을 제대로 지켜 나갈 수 있는 거죠. 


목표가 훌륭하다고 해서 무작정 돌진할 때 어떤 함정에 빠지기 쉬운가를 일깨워 주는 항괘를 통해 그때그때 변하며 반전을 거듭하는 『주역』의 매력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5. 마지막으로, 앞으로 『낭송 주역』을 낭송하게 될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주역』의 지혜를 체득하기를 원하는 분이라면 ‘감이당’ 낭송 캠프의 슬로건처럼 ‘낭랑하게 낭송하기’, ‘필사적으로 필사하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일단 필기감이 좋은 펜을 골라 한문 원문을 직접 쓰면서 소리 내어 읽어 보시기를! 제 공부법은 줄 없는 단어장에 64괘의 괘사와 효사를 원문으로 써 놓고 그걸 갖고 다니면서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보고 중얼거리면서 외우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외운 다음에는 백지에 써서 제대로 외워졌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반복했고요. 다 되었다 싶을 때 시험을 치는 것으로 마무리.^^        


이 책이 여러분의 서가에 얌전히 꽂혀 있기보다는 여러분들이 어딜 가든 함께 하는 벗이 되었으면 합니다. 틈 날 때마다 읽고 또 읽어서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꼭꼭 씹어, 내 것으로 만드는 텍스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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