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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알책(알리고 싶은 책들)

8월에 눈에 띈 책들

by 북드라망 2018. 8. 30.

8월에 눈에 띈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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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도 사랑을 할까』, 로랑 알렉상드르, 장 미셸 베스니에, 양영란 옮김, 갈라파고스



과학과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인류를 개선하자고 주장하는 트랜스휴머니즘은 4차 산업혁명 덕에 가까운 미래로 다가왔다. 기술을 이용해 신체적?지적 역량이 향상된 증강 인류가 꼭 탄생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유전자 조작을 통해 우수하고 똑똑한 아이들이 만들어지게 된다면 우생학의 유령이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인간이 천 살까지 살 수 있게 된다면 과연 행복하기만 할까? 로봇이 인간처럼 행동하게 된다면 우리는 로봇과도 사랑에 빠질까? 


트랜스휴머니스트인 로랑 알렉상드르와 철학자 장 미셸 베스니에는 12가지의 흥미로운 주제를 통해 트랜스휴머니즘 프로젝트가 사회에 제기하는 엄청난 쟁점들을 대화로 풀어나간다.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하게 맞서는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인류에게 어떠한 미래가 다가올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뇌가 아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전대호 옮김, 열린책들 



독일에서 가장 촉망받는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이 내놓은 도발적인 철학서이다. 칸트, 다윈, 프로이트, 신경과학을 넘나들며 정신 철학의 주요 개념들을 다양한 비유와 독창적인 생각 실험, 위트를 버무려 대중의 눈높이에서 풀어 놓았다.


<철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가 우리의 인간상에 대해서 함축하는 바를 대중에게 최대한 많이 알릴 의무가 있다>는 발언에서 보듯, 저자는 전문 용어를 자제하고 미드, SF 영화, 불상, 뱀, 고양이 등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대상들을 동원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높인다. 


그럼에도 이 책이 다루는 문제의식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전작 『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가』가 유물론적 세계관(오직 물질적 대상들만 존재한다는 주장)의 허상을 무너뜨렸다면, 이 책은 인간의 정신, 다시 말해 생각하고 느끼며, 정치, 경제, 예술 활동 영위하는 정신적인 생물인 인간 그 자체를 다룬다.



『메스를 잡다』, 아르놀트 판 더 라르, 제효영 옮김, 을유문화사



네덜란드의 현직 외과 전문의가 집요하게 써 내려간 생생한 의학 오디세이. 손으로 상처를 치료하고 칼 쓰는 일이 일상인 사람들, 의학 드라마에서 흔히 '서전(surgeon)'이라고 불리며 화려한 수술 실력을 선보이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생명을 다루는 막중한 책임감을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가리곤 하는 흥미로운 존재들인 외과 의사들과 기꺼이 또는 예기치 않게 그들의 수술대 위에 누운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암살범이 쏜 총에 맞아 뇌의 일부가 사라진 상태로 수술실에 도착한 케네디 대통령과 그를 맞은 의사들의 긴박감 넘치던 수술 현장, 포피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7년이 넘도록 마리 앙투아네트와 진정한 부부가 되지 못했던 루이 16세, 특이한 병과 사인으로는 따라올 자 없었던 교황들의 연대기, 출산의 고통을 참지 못해 수술에 마취가 도입되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 낸 빅토리아 여왕.


엄지발가락에 생긴 상처와 종양 때문에 유명을 달리하게 된 음악가들인 장 바티스트 륄리와 밥 말리, 대동맥류에 걸리고도 예상보다 7년을 더 살아 '수술의 상대성'을 몸소 보여 준 아인슈타인 등 보통의 역사서라면 주목하지 못했을 순간들이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다. 아무리 범상치 않은 인물들이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병을 피해 가지는 못했기에, 그들의 '평범한' 이야기는 오히려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들어라 와다쓰미의 소리를』, 일본전몰학생기념회 엮음, 한승동 옮김,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태평양전쟁 때 죽은 일본 학도병들의 유고를 모은 책이다. 남만주 철도 노선 폭파라는 모략으로 시작된 만주사변부터 본격적인 중국 침략과 진주만 기습으로 시작된 태평양전쟁에서 패전에 이르기까지의 '15년 전쟁'은 대동아 공영권 건설이라는 허울 좋은 슬로건을 내걸고 벌어진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전쟁이었다. 


명분 없는 전쟁은 침략 지역의 민중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을 뿐 아니라 일본의 수많은 젊은이들 역시 무참한 죽음을 당하게 만들었다. 이오지마, 오키나와 등에서 괴멸적인 옥쇄가 이어지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투하로 전의를 상실한 일본 제국주의가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함으로써 전쟁은 끝났다. 


일본 전국이 잿더미로 변한 패전의 폐허 속에서 태어난 한 권의 책 <들어라 와다쓰미의 소리를>은 전시 언론의 통제로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군대의 실상과 전쟁이라는 '혹독한 상황 속에서 마지막까지 예민한 혼과 명석한 지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조국과 사랑하는 이들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죽어간 학도병들'의 사연을 감동과 충격으로 일본 사회에 생생하게 전달했다. 


이후 이 책은 현재까지 200만 부가 넘게 팔렸으며 일본 반전, 평화 운동의 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책이 나온 이듬해에는 일본 최초의 반전 영화로 평가받는 동명의 영화가 제작되어 대히트를 기록했으며 1995년 전후 50주년을 맞이해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바다의 신을 뜻하는 '와다쓰미'란 단어는 전몰학생이란 의미로 통용되게 되었고 나아가 반전, 평화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단어가 되었다.



『어느 독일인의 삶』, 브룬힐데 폼젤, 토레 D. 한젠 엮음, 박종대 옮김, 열린책들



독일 나치 선전부장 요제프 괴벨스를 위해 일했던 브룬힐데 폼젤의 증언을 정치학자 토레 D. 한젠이 정리한 책이다. 1942년부터 1945년까지 괴벨스의 비서로 일했던 폼젤은 이 책에서 자신은 그 당시 나치의 만행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괴벨스의 지근거리에서 일했던 그녀의 주장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치 정권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충직한 태도를 보인 그녀를 우리는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106세 노인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들려주는 회고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한젠은 폼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정치적 소용돌이 속 한 개인의 책임과 비극적 삶을 면밀히 분석함으로써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지 살피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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