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서 고마워
*경고! 비위가 약하신 분들 특히 ‘똥’ 이야기에 약하신 분들은 절대! 읽지 마세요!
아, 이제 이 이야기를 할 때가 된 건가. 배변 이야기 말이다.
어느덧 ‘아기가 왔다’ 코너를 시작한 지 1년이 가까워 간다. 작년 8월부터 시작했으니 말이다. 쓰기 시작할 때는 몇 회나 쓸 수 있을까 했는데, 어찌어찌 벌써 한 사람당 20회를 넘겼다. 엄빠가 합치면 무려 40개의 이야기가 쓰인 것. 그래서 뭐가 문제냐 하면, 이제 우리는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지 한 주 한 주 조마조마해져 간다는 것이다.;; 아기가 말을 시작하면 뭔가 재미난 거리들이 막 생길 것 같은데, 이제 막 14개월에 돌입한 딸은 아직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엄마’ ‘아빠’ ‘맘마’ 전부다(‘안녕’인지 ‘안아’인지 ‘아니’인지 구분할 수 없는 ‘앙냐아’가 있긴 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한 주 한 주 딸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딸의 팬 분들을 위해 오늘도 엄마와 아빠는 머리를 쥐어 뜯으며 키보드 앞에 앉는다.
그동안 눈치챈 분은 없겠지만, 엄마는 글에 ‘육아’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담으려 노력했(었)다. 흔히 아기의 생활을 이야기할 때 ‘먹-놀-잠’(먹기-놀기-자기) 패턴을 말하는바, 엄마도 딸의 먹-놀-잠 관련 이야기를 몇 번 하면서 관련되어 초보 엄마 아빠들이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육아정보를 같이 써서 나누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런데 여기서 그간 빠진 것이 있으니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것으로 먹기와 사실상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는 ‘싸기’이다.
딸은 잘 먹는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으라고 준 것을 한 번도 거부하거나 먹다 그만둔 적이 없다. 고마울 뿐이다. 이렇게 잘 먹는 아기가 잘 싸지 못하면 그것도 이만저만한 고민거리가 아닐 텐데, 또 고맙게도 딸은 잘 싼다. 쉬는 물론이고 똥도 신생아 때부터 한 번도 변비 비슷한 증상 없이, 오히려 너무 많이 싸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싸고 있다.;; 보통 분유를 먹는 아기는 며칠씩 똥을 안 싸기도 한다는데 우리 딸에게는 거리가 먼 얘기다. 어느 정도 거리가 먼가 하면... 그러니까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오니, 애아빠가 너무 지친 얼굴이어서 오늘은 애 보기가 유난히 힘든 날이었나 보다 하고 위로의 말을 건네니… 피로와 짜증과 울음이 두루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딸 똥을 다섯 번 치웠어.”(참고로 설사를 했거나 어디가 아팠던 날이 전혀 아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기저귀가 남들보다 좀 빨리 소진되는 느낌만은 아닌 느낌도 든다.
아무튼, 아기의 변의 양상을 잠시 말해 보자면, 분유만 먹던 시절에는 솔직히 딸 똥이라서 그런지 다른 이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냄새도 참 향긋했다. 플레인요구르트 같은 냄새가 났다.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색은 약간의 녹색을 띨 때도 있고, 좀더 황금빛 똥에 가까울 때도 있었다. 참 사람 마음이 이상한 것이, 일전에 얘기한 것처럼 엄마는 가장 유명한 육아책 중 한 권을 1년 가까운 시간에 걸려 외울 정도로 편집한 이력이 있는지라, 아기 변에 대해서도, 색깔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그러니까 ‘황금빛 똥’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무수히 읽었고, 알고 있었고, 또 책을 만들 당시에는 물론 딸을 낳기 전까지는 아기가 건강하면 됐지 엄마들은 변 색깔에 집착을 왜 할까,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기를 낳고 보니, 딸이 황금색 똥을 싸면 어쩐지 뿌듯하달까. 집착까지는 아니지만, 딸의 똥 색깔에 기분이 좌우되는 경험을 했다.;;
아무튼 이후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딸의 똥도 슬슬 모양(!)을 갖추어 갔다. 이유식 시작 시기에 약간 걱정이 되었던 것은… 내가 비위가 몹시 약한 사람이라는 거였다. 비위가 약하면 딸 똥이라도 못 치울 수도 있지, 라고 생각은 했지만 어쩐지 딸의 똥도 못 치우는 엄마가 되고 싶진 않았다. 이건 꼭 모성 때문이라기보다 그냥 무슨 일이든 생활에 꼭 필요한 일을 내가 할 수 없어서 다른 누군가가 없으면 안 되는 그런 게 있는 게 싫은 성격이랄까... 흠흠. 아무튼 다행하게도(?) 여러 면에서 모양과 냄새를 두루 갖춘 똥이지만, 지금까지 딸의 똥을 잘 치우고 있다.
이유식을 하는 아기의 똥을 보면 무엇을 이유식으로 먹었는지 훤히 알 수 있다. 잘게 잘라 주는데도 아직 소화기능이 약하고 잘 씹지 못하는 아기들은 변에 먹은 것이 그대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유식 후기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딸의 똥을 본 엄마나 아빠가 이유식 재료의 크기를 어느 정도로 할지 얘기를 나누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똥에 나온 당근을 보니 너무 크더라 다음에는 채썰기를 하자… 등등 하는 식으로.
참, 바나나를 처음 먹인 후 본 똥기저귀를 치울 때는 약간 놀랄 수 있다. 마치 가느다란 실처럼 생긴 애들이 막 섞여 있기 때문에 얼핏 보면 기생충인가 싶어 깜짝 놀란다. 내가 딸 기저귀를 보며 지금까지 가장 놀랐던 순간이다(게다가 나는 벌레를 무지무지무지무지무지무지 싫어한다). 처음 바나나를 먹으면 과육 겉에 있는 가느다란 섬유질이 똥으로 그렇게 나오는 것이다. 두 번 세 번 먹일 때부터는 보이지 않게 된다.
보통 신생아 때 똥 기저귀는 오백원 동전 정도의 크기면 한 번 본 것으로 친다고 하는데, 딸은 태어나서부터 본격 유아식에 접어들었던 13개월까지 하루에 똥을 한 번만 싼 날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최소 두 번, 평균 세 번, 네 번도 종종, 많으면 다섯 번까지 싸는데, 물똥도 아니고, 똥 색깔이나 모양이 모두 괜찮다. 처음에는 우리도 너무 많이 싸는 거 아닌가 걱정을 좀 하기도 했는데, 보니까 많이 먹기도 하고 장 활동도 활발한 편이라 그런 듯하다. (소아과 의사샘께 한번 여쭈어본 일이 있었는데, 하루에 보는 양 치고 많기는 많다고 하셨다. 하지만 변의 양상이 괜찮고, 그러니까 설사나 뭐 그런 게 아니고, 아기가 잘 먹고 잘 논다면 문제없다는 의견이셨다.)
그러다 이제 확실히 이유식에서 유아식으로 접어들어 본격 밥에 가깝게 먹기 시작하니, 전처럼 서너 번씩 싸는 일은 드물게 되었다. 지금은 보통 두 번 정도. 아빠도 꽤 편해졌다. 그나저나 우리 집에서 제대로 내보내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은 엄마뿐이다. 딸이 배변 습관(마저)도 아빠를 닮아 다행이다.^^
_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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