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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아기가왔다 1

아기의 말, “엄마”의 용법

by 북드라망 2018. 7. 6.

”의 용법



돌이 지나면 아기들은 자기 욕구에 대한 주장이 강해진다고 한다. 어느 정도로 강해지냐 하면… 생후 18개월의 아기를 보다 보면 바로 그 개월 수의 욕이 주양육자 입에서 절로 나올 정도라고 한다.;; 아직 18개월에서 4개월이 모자라지만, 우리 딸도 주양육자인 아빠가 폭발하는 화를 다스리고자 (다이어트로) 몇 달간 입에 대지 않았던 단 과자를 한봉지 전부 먹어야 했을 만큼까지는 주장이 강해졌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아직 ‘엄마’ ‘아빠’가 전부인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 그렇다면 딸은 뭘로 주장을 하는가. 울음과 소리지르기, 자해(?)로 한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엄마나 아빠가 하지 않을 때(혹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막을 때) 가장 빈번하게 하는 행동은 역시 우는 것이고(뒤로 누우면서), 소리도 종종 지른다. 또 자해라고 하긴 했지만, 사실 진짜 자기를 상하게 한다기보다는 부모 입장에서 좀 위협받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머리를 박는다. 바닥에 박을 때도 있고, 식탁 다리나 책장에 박을 때도 있다.;;(세게 박지는 않는다;;) 이것도 이 무렵 아기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며 그럴 때 관심을 보이지 말고 무시하라고 하는데, 참, 직접 보고 있자면… 무시하기가 쉽지는 않다. 


아기의 주장에 엄마나 아빠의 의견과 꼭 반대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긍정적이고 좋다는 의미의 표현도 적극적으로 한다. 소리를 지르거나 양손을 마구 흔들거나 입을 크게 벌린다. 그리고 “엄마”나 “아빠”를 반복해서 말하기도 한다. 


딸은 “엄마”라는 말을 이제는 참으로 착착 감기게 말할 줄 안다. ‘엄마’라는 말이 나온 김에 잠깐 옆으로 새는 이야기를 좀 하자면, 나는 ‘엄마’라는 단순한 음절의 단어가 그렇게 발음에 많은 발달단계(?)를 지녔을 줄은 몰랐다. 그러니까 딸이 처음 ‘엄마’라고 했을 때와 지금 하는 ‘엄마’의 발음은 완전히 다르다. 이 쉽고 간단한 말이 점점 또렷해져 가는 걸 직접 보는 것도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무튼, 딸의 “엄마”라는 말은 꼭 나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물론 때로는 나를 가리키거나 부르는 말이지만, 아빠한테 “엄마”라고 할 때도 있고, 놀잇감들을 보면서 “엄마”할 때도 있고, 집 안 어딘가로 막 뒤뚱거리고 가면서 “엄마 엄마”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나’를 향한 것일 때도 이를테면 “안아달라”는 “엄마”, “놀아달라”는 “엄마”, “저걸 만지게 나를 들어올려달라”는 “엄마”, “문을 좀 닫을 수 있게 해달라”는 “엄마”… 등이 있다. 또 아빠에게 “엄마”라고 할 때도 여러 의미가 있는데, 아빠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엄마가 출근한 뒤 아빠 핸드폰을 가지고 “엄마”라고 할 때가 있다고 한다. 엄마에게 전화를 하라는 의미로. 또 아빠와 둘이 나간 산책길에 나와 비슷한 차림의 아줌마를 보고서는 “엄마”라고 하기도 한단다. “엄마인가?” 하는 의미였겠지.




이상의 경우는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 “엄마”이고, 나와 상관없는 “엄마”도 많은데 이런 경우는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는 때가 더 많다. 또 분명 엄마와 아빠를 정확하게 구분해서 알고 있는데 (앞에서도 잠시 말했듯이) 나보고 “아빠”라고 하고 “아빠”한테 “엄마”라고 할 때도 종종 있다. 다만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대체로 기분이 좋거나 뭔가 열정적으로 할 말이 있는 것 같을 때 “엄마”와 “아빠”를 알 수 없는 음절들과 뒤섞어 말하는 것 같기는 하다(이를테면 “엄마아아아 갸갸가갸갸” 하는 식).


아기의 주장이 늘어난 것은 부모 입장에서 분명 힘든 측면이 있지만 사실 아기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뿌듯한 지표이기도 하다. 또 주장이 늘어나는 만큼 알아듣는 말귀도 밝아져서 조금은 편할 때도 생긴다. 기저귀를 갈자고 하면 벌러덩 눕고, 바지를 가져오라면 가지고 오고, 다시 금방 뺏어갈지언정 손에 잡은 걸 달라고 하면 주고, 밥 먹일 때 턱받이 채우는 걸 엄마가 깜박하면 턱받이를 가리키고… 이 모든 일들은 아직 우리에게 볼 때마다 신기한 일이다. 꼼짝 못하고 누워서 겨우 분유병 빠는 것만 할 줄 알던 아기가 1년 후에 이렇게 혼자 걸을 수 있게 되고 엄마가 하는 말을 알아듣고 반응을 해주다니! 아기의 존재 자체가 기적의 연속이라고 하셨던 어느 선생님 말씀이 생각나다. 우리는 이렇게 모두 매일을 기적으로 채우며 자랐다는 걸, 딸이 온몸으로 말해 준다. “엄마” 하며 알려준다.

  

_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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