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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정치학③ - “기쁘게 하라”

by 북드라망 2016. 12. 15.

공자의 정치학 - "기쁘게 하라"




공자는 정치에 대해 묻는 애공에게 치국지도(治國之道)의 9개 원칙과 효과,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구경(九經)과 그 효과를 살펴보자.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 데는 아홉 가지 변치 않는 도리(九經)가 있습니다. 수신(修身), 존현(尊賢), 친친(親親), 경대신(敬大臣), 체군신(體群臣), 자서민(子庶民), 래백공(來百工), 유원인(柔遠人), 회제후(懷諸候)입니다. 

(凡爲天下國家 有九經曰 修身也 尊賢也 親親也 敬大臣也 體群臣也 子庶民也 來百工也 

柔遠人也 懷諸候也)

수신(修身)하면 도(道)가 바로 섭니다. 존현(尊賢)하면 의혹됨이 없습니다. 친친(親親)하면 일가친척이 원망하지 않습니다. 경대신(敬大臣)하면 나라 일에 혼란이 생기지 않습니다. 체군신(體群臣)하면 신하들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자서민(子庶民)하면 백성들이 서로 권면합니다. 래백공(來百工)하면 나라의 재물이 넉넉해집니다. 유원인(柔遠人)하면 사방에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회제후(懷諸候)하면 천하가 두려워합니다.

(修身則道立 尊賢則不惑 親親則諸父昆弟 不怨 敬大臣則不眩 體群臣則士之報禮重 子庶民則百姓勸 來百工則財用足 柔遠人則四方歸之 懷諸侯則天下畏之)


구경(九經)의 각 항목을 풀어보면, 수신(修身)은 인격도야이고, 존현(尊賢)은 어진 스승에게 배우고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고, 친친(親親)은 부모 형제, 일가친척과 화목한 것이다. 경대신(敬大臣)은 중책을 맡은 대신들을 존중하는 것이고, 체군신(體群臣)은 신하들을 자신의 몸처럼 하는 것이니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자서민(子庶民)은 백성들을 자식처럼 여기는 것이다. 래백공(來百工)은 기술자들을 제대로 대우해서 오게 하는 것이고, 유원인(柔遠人)은 여행자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이고, 회제후(懷諸侯)는 천하의 제후들을 가슴에 품는다고 했으니 늘 생각하는 것이다. 


천하天下를 어떻게 품을 것인가


그런데 이 9가지 항목이 군주의 도덕규범은 되겠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도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지 않을까? 나라 일이라고 하면 국방, 교육, 조세 등 중요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치국지도(治國之道)는 적어도 이런 중요한 일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공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정책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대신, 공자는 군주가 맺어야 하는 관계들에 집중한다. 군주제라는 국가 시스템에서 군주는 만인지상(萬人之上)이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모두가 군주의 신하다.  하지만 공자는 구경(九經)을 통해서 국가시스템으로 환원될 수 없는 상이한 관계들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관계는 스승과 친구의 관계로 존현(尊賢)을 원칙으로 한다. 아무리 군주일지라도 배움을 줄 수 있는 스승과 친구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주에게 배움을 주는 대상에게 군주는 존(尊)해야 한다. 이때 존(尊)은 상대를 높인다는 뜻이다. 가장 높은 자에게 더 높여야 할 대상을 제시하는 것이다. 군주에게 그런 대상이 있다면, 군주는 불혹(不惑)할 수 있다고 공자는 말한다. 늘 배울 수 있으니 의혹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친친(親親)이다. 보통 친친(親親)은 부모를 잘 모시는 것이지만, 군주의 경우는 선왕이 돌아가셔야 왕위를 물려받기 때문에 왕족들인 아버지 형제들과 자신의 형제들을 잘 대해 주는 것이다. 이들과의 관계도 형식적으로는 군신(君臣)관계이지만 그것으로 환원될 수 없는 피붙이의 정서가 있다. 이것을 무시하지 않는 것이 친친(親親)이다. 공자는 친친(親親)하면 불원(不怨), 원망이 없다고 말한다. 그가 그 많은 왕족 중에 왕위를 물려받는 것은 요행히 장자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다른 왕족들은 정말 한 끗 차이로 왕이 되지 못한 자들이다. 왕족 중에 자신이 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원통할 일일 터다. 그래서 왕족들은 쉽게 원망이 생긴다. 공자가 포착하는 것은 군주라는 지위의 임의성이 주는 불안요소다. 군주에게도 군신관계로 환원되지 않는 친족 커뮤니티가 있고 그들에게는 임금 노릇보다 조카노릇, 형 노릇을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공자가 들고 있는 것은 고위관료들과의 관계다. 이들과의 관계는 명백히 군신 관계다. 그러나 공자는 대신들에게 경(敬)하라고 한다. 경(敬)은 자신을 낮추어 상대를 높인다는 뜻이다. 대신들이야 말로 군주가 직접 상대하는 신하다. 그러나 그들을 부하처럼 대해서는 안 되고,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 공자가 제시하는 원칙이다. 경대신(敬大臣)의 효과는 나라 일에 혼란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고위관료가 아닌 일반 신하들은 왕이 직접 상대하기보다 대신들의 관할 하에 있다, 공자는 이들을 대하기를 자신의 수족처럼 여기고 그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體群臣)는 원칙을 제시한다. 그러면 그들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일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경대신(敬大臣)과 체군신(體群臣)이라는 공자의 구경이 생각나는 때도 없는 것 같다. 누구처럼 자신은 쏙 빠진 소위 유체이탈 화법으로는 일선 공무원들의 최선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세월호 때에도 그랬지만 우리는 어떤 재난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시스템의 부재에 많은 책임을 돌린다. 재난에 대한 매뉴얼이 정비되어 있지 않아서 일사분란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해서 사고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매뉴얼이 있다고 하더라도 재난이란 대개  돌발적인 변수가 많아서 매뉴얼이 예측한데로 흘러가지 않게 마련이다. 시스템이 있다고 하더라도 재난은 그것을 초과해 버리기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고정된 시스템이 아니라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감정적 연대와 조직의 활력이다. 조직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경대신(敬大臣)과 체군신(體群臣)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렇다면 백성들과는 관계는 어떤 원칙이 있어야 할까? 공자는 일반 백성들을 기술자집단인 백공과 정착민들, 그리고 나라바깥에서 살길을 찾아서 흘러들어오는 사람들로 분류된다. 백공들은 기술자집단이기 때문에 자신의 재주를 공정하게 대접하는 곳으로 모여들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토지로부터 자유로운 자들이다. 백공들이 많으면 물자가 풍부해지니 재정은 당연히 풍족하게 된다. 반면에 일반 백성들은 그 땅에서 농사지어 먹고사는 정착민들이다. 민심의 기반은 바로 정착민에서 나온다. 공자는 이들을 자식처럼 대하라고 한다. 자식처럼 생각한다는 것은 잘난 자식만 보듬는 것이 아니다.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 불리는 홀아비, 과부, 고아, 홀로된 사람도 잘 보살펴줘야 자식처럼 대하는 것이다. 백성을 자식처럼 대한다면 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농사짓고 세금도 꼬박꼬박 바치고 전쟁에도 동원된다.  백성은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멀리서 찾아오는 유민들에 대해서도 후하게 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한다. 그러면 사방에서 이민자들이 몰려온다는 것이다. 인구가 많으면 그 나라는 부강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천하의 백성을 모여들게 하라!


군주에게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제후와의 관계다. 이른바 외교관계인 셈이다. 오늘날의 외교는 오직 자국의 이익만을 우선시 하지만 공자는 보다 정서적인 원칙을 제시한다. 가슴에 품는다는 의미의 회(懷)자가 그것이다. 연인을 생각하듯이 늘 생각하라는 것이다. 물론 그 속에는 한시도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늘 주의하고 고려하라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러면 천하가 그를 함부로 하지 못한다고 공자는 말한다. 공자는 국정의 직접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사실 국정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 셈이다. 


공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구경을 실천할 수 있는 방도까지 자세히 애공에게 일러준다. 공자가 말하는 구경의 실천법을 차례로 살펴보면 이렇다.


수신(修身)하는 방법은 재개하여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옷을 제대로 갖춰 입고, 예가 아니면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입니다. 

齊明盛服 非禮不動 所以修身也


몸과 마음을 깨끗이하고 옷을 제대로 갖춰입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다. 수신은 일상에서 예에 벗어나지 않도록 자신을 삼가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수신의 정도는 얼마나 비례부동(非禮不動)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왜 군주는 수신에서 시작해야 하는가? 수신하지 않는다면 공자가 제시한 8가지 관계의 원칙을 잘 지켜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인지상(萬人之上)의 군주가 배움을 얻을 스승과 친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진이가 찾아오게 하는 방법은 남을 헐뜯는 자를 없애고 아부하는 자를 멀리하며 재물을 하찮게 여기고 덕을 귀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去讒遠色 賤貨而貴德 所以勸賢也


군자에게 어진 스승과 친구가 찾아오게 하는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은 남을 헐뜯는 자나 가식적인 낯빛을 하고 아부를 해대는 자들을 멀리하는 것이다. 군주가 이런 자들을 가까이하면, 어진 스승이 눈에 보일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賤貨而貴德(천화이귀덕), 재물을 하찮게 여기고 덕을 귀하게 여긴다는 구절은 왜 여기에 들어갔을까? 비슷한 구절이 대학에도 나오는데, “나라의 지도자가 되어 재물을 모으는 데만 힘쓰는 것은 소인배를 등용했기 때문이다. 소인배에게 국가를 다스리게 하면 반드시 재앙이 미친다. 이렇게 되면 비록 어진 사람이 있더라도 어찌할 수가 없다”는 구절이 그것이다. 지금은 재물을 으뜸으로 여기는 자본주의시대이기에 이런 구절은 더욱 곱씹어 볼만하다. 흔히 중국은 그 찬란했던 과학기술이 어느 순간 정체되었기에 자본주의로 이행하지 못했다고들 하지만 그것은 틀린 생각인 듯싶다. 공자시대부터 덕보다 재물을 귀하여 여기는 것을 경계하고 저지하고자 하는 흐름이 있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스승과 친구를 얻었으면, 친족을 달래는 방법은 무엇일까?  


군주가 친친하는 방법은 친족들의 지위를 높여주고 녹봉을 충분히 주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공유해야 합니다.

尊其位 重其祿 同其好惡 所以勸親親也 


우선 대우를 잘 해주어야 한다. 왕을 형이나 조카로 둔 사람들 아닌가? 그러나 지위와 재물을 넉넉히 나누어주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친족으로서 감정까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왕 노릇을 하려들면 안되고, 피붙이로서 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신하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신을 존중하는 방법은 사람을 넉넉히 쓰도록 전권을 위임해야 합니다.

官盛任使 所以勸大臣也 

나라 일을 맡은 신하를 격려하는 방법은 그들을 진심으로 믿고 녹봉을 후하게 주는 것입니다.

忠信重祿 所以勸士也 


신하들과의 관계는 높은 관직에 있는 자들에게는 전권을 위임해야 하고, 하급 신하들에게는 믿음을 주고 대우를 잘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일할 맛이 나는 것이다. 최근 9년 동안은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이 수첩에 메모를 부쩍 많이 하게 되었다고 한다. 최고지도자가 시시콜콜 지시하기 시작하면, 그 조직은 점점 경직되어 갈 것이다. 


백성을 자식처럼 여긴다면 농사철에는 전쟁을 하거나 성을 쌓는 일로 그들을 소집하면 안되고 세금은 가능한 적게 거두어야 합니다.

時使薄斂 所以勸百姓也


군주제사회는 군주가 백성의 안위를 책임지는 대신 백성들에게 부역과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무 때나 부역 동원령을 내려서는 안 되고 세금을 과하게 걷어서도 안 된다.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농사철에 부역에 동원하거나 전쟁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개 전쟁은 겨울철에 했다고 한다. 


기술자들을 권면케 하는 방법은 그들의 성과를 잘 살펴서 일에 맞게 셈해주어야 합니다.

日省月試 旣廩稱事 所以勸百工也 

여행객을 따뜻하게 대하는 방법은 찾아오는 사람은 반겨주고, 떠나가는 사람은 안전하게 보내 줍니다. 그들 중 능력 있는 사람은 잘 대우해 주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은 불쌍히 여겨  보살펴주어야 합니다. 

送往迎來 嘉善而矜不能 所以柔遠人也


농사를 짓는 정착민과 달리 백공들은 기술을 보유한 자들로 땅에서 자유로운 자들이다. 이들에게 일을 시키고 제대로 셈해주지 않으면 당연히 떠날 것이고, 후하게 셈해 준다면 각지에서 몰려들 것이다. 이들이 멀리서 찾아오는 경우에는 당연히 잘 대우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라를 잃었거나 살길을 찾아 흘러 들어오는 난민들에 대해서도 불쌍히 여기고 보살펴주어야 한다고 공자는 말한다. 이는 賤貨貴德(천화귀덕), 재물을 하찮게 여기고 덕을 귀하게 여겨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난민에 대해 혐오발언이 난무하고, 능력 있는 자들은 국경이 별 의미가 없지만 가난한 자들에게 국경은 점점 더 높아만 가는 오늘날은 賤貨貴德(천화귀덕)과는 정반대의 세상이다. 


제후를 가슴에 품는 방법은 대가 끊어진 집안은 후계자를 찾아 대를 이어주고, 망한 나라는 조상의 제사를 받들 수 있도록 해주고, 반란이 일어났거나 위태로운 나라는 도와주어야 합니다. 또한 제후가 천자를 알현하거나 대부를 시켜 선물을 바치는 것을 때에 맞춰 하고, 보내는 선물은 많게 하고, 받는 선물은 적게 합니다. 

繼絶世 擧廢國 治亂持危 朝聘以時 厚往而薄來 所以懷諸侯也


제후들과 원만히 지내는 방법은 위엄이 있되 후하게 대하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없는 듯하다. 심지어 멸망시킨 나라라 할지라도 조상의 제사는 지낼 수 있도록 땅을 나누어 주고, 흔히 조공이라고 알려진 것도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을 훨씬 후하게 해야 전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는 아홉 가지 원칙을 실천하는 방법을 세세하게 말한 후에 다음의 말로 끝을 맺는다. 


이처럼 천하 국가는 구경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이것을 행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입니다. 

凡爲天下國家 有九經 所以行之者 一也


세세하게 나열한 방법들이 하나로 관통할 수 있다는 말이다. 공자는 그 하나가 무엇인지 문장에서 분명히 말하고 있지 않지만 주자는 ‘성(誠)’이라고 주석한다. ‘성(誠)’은 진실함, 성실함 등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성(誠)’을 진실함이라고만 이해하기에는 뭔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든다. 공자가 제시하는 구경(九經)은 군주가 맺는 관계에서 긍정적인 정념을 어떻게 촉발시킬 것인가에 맞춰져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정념은 그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효과를 가진다. 그러니까 공자가 구경의 방법이 하나로 관통된다고 할 때 그것은 그 관계로부터 긍정적인 기쁨의 정념이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을 듯하다. 나라를 어떻게 통치할 것인가에 대한 공자의 대답은 이것이다. 너와 관계하는 모든 자들을 “기쁘게 하라!”


글_최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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