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격몽요결』 활용법,
김해숙 선생님께 묻습니다!
작년 여름, 남산 필동에서 아주 특별한 낭송 캠프가 있다 하여 찾아갔던 <감이당>에서 김해숙 선생님을 처음 뵈었습니다(다시 보고 싶으신 분들은 요기). 그…그러니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독자님들과 김해숙 선생님도 초면은 아니시라는 것.(^^;) 그래도 김해숙 선생님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면 청주에서 ‘해인네’, 해성인문학네트워크를 운영하고 계시고, 청주와 서울 <감이당>을 오가며 공부를 하고 계시고요, 그 공부의 작은 결실을 『낭송 격몽요결』로 맺으셨지요. 작년 제1회 고전 낭송Q 페스티벌에서 해인네가 1등을 했던 것이 다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올해 제2회 고전 낭송Q 페스티벌은 4월 30일 토요일에 열립니다! 많이들 오실 거죠?^^). 자, 이젠 김해숙 선생님을 직접 만나 보셔요~*
1. 낭송을 위한 텍스트 중 『격몽요결』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격몽요결』(擊蒙要訣)에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공부를 잘 하는 비법이 담긴 책인데, 사서삼경 같은 고전과는 또 다른 맛이죠. 우리와 더 가깝다고 할까, 구체적이라고 할까. 그래서 『격몽요결』은 실용서의 느낌도 강합니다. 그런데 이 공부 잘하는 비법이 누구의 비법일까요? 바로 조선의 대학자이자 사상가인 율곡 선생의 공부 비결입니다. 한마디로 율곡은 공부벌레이자 공부의 신이죠. 우리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아홉 번이나 장원급제를 했고, 그래서 얻은 별명이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일 정도죠.
그런데 이 공부의 신이 가르쳐 주는 공부가 뭔지 아세요? 머리 터지게 책 많이 읽고 글 잘 쓰라는 것이 아니었어요. 1등만 하라는 공부는 더더욱 아니었고요. 처음 『격몽요결』의 첫 장을 펼쳤을 때, 망치로 얻어맞은 느낌이었어요. ‘배우지 않는 건 삶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말에서 한 번 놀랐고, 마치 내장까지 꿰뚫어보듯 우리의 나쁜 공부 습관을 지적하는 데서 또 놀랐죠.
한마디로 『격몽요결』에는 동기 부여부터 방법론까지, 그야말로 ‘공부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요지는 ‘누구나, 일상에서, 공부하라’였는데 사실 이 명제는 우리 ‘호모 쿵푸스’들의 원초적 미션이 아닐까요? 공부의 궁극적 목적은 ‘삶의 기예’를 익히는 것이잖아요.
『격몽요결』에는 동기 부여부터 방법론까지, 그야말로 ‘공부의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2. 『낭송 격몽요결』이 기존의 『격몽요결』 번역본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격몽요결』은 초학자들에게 읽히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한 책입니다. 그러면서도 동양철학의 입문서로서의 역할도 했구요. 해서 어린이가 읽어도 어른이 읽어도 무리 없게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요결’(要訣)이라는 제목처럼 율곡 선생의 글은 더하고 뺄 것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문장가가 쓴 글답게 문장이 간결합니다. 그래서 명료하고 단호한 가르침이 그대로 잘 전달됩니다.
『낭송 격몽요결』도 이런 맛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간결하고 명료하게 읽고 암송할 수 있도록 문장을 다듬었습니다. 주제에 따라 소제목을 달리 하여 낭송하기 쉽게 단락도 나누었습니다. 구성도 좀 바꾸었습니다. 『격몽요결』은 원래 서문(序文)과 본문 10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낭송 격몽요결』에서는 서문을 1개의 부로 배치해서 총 11부로 구성했습니다. 서문만으로도 명문장으로 대접받는 「격몽요결 서(序)」의 맛을 독자들 역시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하여 『낭송 격몽요결』의 1부는 「입지(立志)장」이 아니라 「격몽요결 서(序)」입니다. 당연히 「입지장」은 2부가 되고 순차적으로 밀려 마지막 「처세(處世)장」이 11부가 됩니다.
명문장으로 대접받는 「격몽요결 서(序)」의 맛을 독자들 역시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3.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모든 공부의 성패는 습관에 달려 있습니다. 율곡 이이도 ‘섭렵(涉獵)에 그치는 공부’를 제일 싫어했습니다. 이 책 저 책 읽거나, 이 공부 저 공부 맛만 보다 마는 것. 이렇게 섭렵만 하면 ‘안다고 생각’하는 것만 많아질 뿐 실제로는 전혀 공부가 되지 않습니다. 몸으로 익히지 않은 공부는 자신의 삶을 바꾸어 낼 수가 없습니다. 율곡 선생이 ‘책 따로! 나 따로!’인 공부를 그토록 경계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낭송 격몽요결』의 독자들은 습관을 중요시한 율곡의 공부법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요컨대 『격몽요결』이 나날이 자신을 새롭게 하는 데 ‘요긴한 지침서’가 되느냐, 아니면 ‘꼰대 유학자’의 숨 막히는 ‘지당하신 말씀’이 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감각에 달려 있다는 말입니다.
현대의 우리는 공부는 머리와 뇌로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식과 정보가 많이 쌓일수록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점수와 지위를 선점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죠. 하지만 율곡 선생은 아니 옛사람들의 공부법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좋은 습관을 통해 뼛속 깊이 새겨지는 공부여야만이 자신과 세상을 유익하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깨알 같은 ‘좋은 습관들이기 매뉴얼’로서도 『격몽요결』은 손색이 없습니다. 요즘 우리 삶에도 요긴한 비법이 될 것입니다. 또 그래야만 율곡 선생의 말씀이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격몽요결』은 이렇게 활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를 하기 싫을 때 꺼내볼 책,
공부를 잘하고 싶을 때 꺼내볼 책,
공부를 잘 가르치고 싶을 때 꺼내볼 책,
공부로서 인생을 리셋하고 싶을 때 꺼내볼 책,
율곡 선생도 그랬답니다. “책 이름을 『격몽요결』(擊蒙要訣)로 정하니, 학생들이 이 책을 보고 마음을 새롭게 하고 몸을 바르게 세워 즉시 공부하기를 바란 것이다. 나 또한 오랫동안 나쁜 습관에 빠졌던 것을 걱정했기에 이 책으로써 스스로 경계하고 성찰하고자 한다”라고요.
『격몽요결』이 자신을 새롭게 하는 데 ‘요긴한 지침서’가 되느냐, 아니면 ‘꼰대 유학자’의 숨 막히는 ‘지당하신 말씀’이 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감각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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