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마치며] 감옥 쇼생크를 탈출할 수 있었던 희망은 일상에서부터


일상에 스며드는 무형의 전략

- 황련해독탕과 화기의 조절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인 앤디는 아내와 아내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쇼생크라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 난생처음, 그것도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되었지만 앤디는 점점 감옥 생활에 적응해갔다. 어려운 환경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 익숙해지고 살만해진다. 교도소도 그랬다. 오래 있다 보면 신체가 적응되기 마련이다. 더구나 앤디는 교도소 소장의 뒷돈을 세탁하고 관리해주면서 교도소 내 도서관 보직을 얻어 좀 편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적응의 단계를 훌쩍 넘어 신체가 수동적으로 길들여지는 경우가 있다. 영화 속에서 브룩스라는 노인은 감옥에 길들여졌다. 50년간 쇼생크에서 살면서 오히려 감옥을 벗어나는 것이 가장 두려운 일이 되었다. 그래서 출소하지 않으려고 인질극까지 벌였다. 그는 출소 후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앤디는 잘 적응해갔지만 길들여짐을 거부했다. 앤디는 소장을 돕는 대가로 도서관을 확장시켰고 교육을 주관하기도 했다. 그 안에서 앤디는 자신의 일과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어쩌면 거기서 얻는 보람 등이 그를 그 안에서 계속 살고 싶게 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앤디는 쇼생크를 탈출했다. 결정적으로 탈출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자기가 가르친 젊은 죄수가 소장에게 살해당한 뒤였을 것이다. 하지만 굴을 판 것은 20년 전부터다. 그는 이미 탈출을 계획하고 있었다. 감옥은 항상 거기서 벗어나려는 존재를 가둔다. 그 존재가 길들여져서 잠잠해지기 전까지 감옥 안의 존재는 출소 혹은 탈옥을 욕망한다. 앤디는 종신형을 받았지만 끝까지 길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탈출에 성공했다.


감옥 쇼생크를 탈출하고 자유롭게 마음껏 비를 맞는 앤디.


앤디가 20년 동안 탈옥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르게 했다는 점이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기 마련이다. 누구라도 알게 된다면 20년 동안 비밀이 보장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작전을 숨기는 건 병법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전략이다. 


최상의 군대 배치는 형세를 드러내지 않는[無形] 것이다. 형세를 드러내지 않으면 간첩이 숨어들어도 엿볼 수 없고, 적장이 지혜로워도 계책을 세울 수 없다.

- 『낭송 손자병법/오자병법』 54쪽


앤디는 형세를 드러내지 않고 굴파기 작업을 일상의 한 부분으로 스며들도록 했다. 그는 20년 동안 작은 조각용 망치로 매일 조금씩 굴을 팠다. 그리고 파낸 흙을 호주머니에 담아 다음 날 운동장에 버렸다. 사람들은 그가 돌을 조각하는 취미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 아무도 그 일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앤디는 아무도 모르게 20년 동안 이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전략은 자기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도 응용될 수 있다. 뭔가를 의도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몸에 새겨진 습관이 무의식적으로 나오게 된다. 그래서 그 습속을 바꾸기 위해서 강한 의지를 동원해서 실천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 의도 혹은 의지라고 하는 것이 대체로 빠른 시간에 확 달아올랐다가 금방 꺼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하나의 흥분된 이벤트로서 갑자기 고양되고 쉽게 사라지는 이러한 자기 변화의 의지는 대부분 작심삼일이 되고 만다. 때문에 이러한 의지가 이벤트가 아닌 일상 안으로 녹아들 수 있다면, 우리는 일상을 수동적으로 길들이려는 기존의 세계에 대한 지속적인 저항과 탈출을 기대할 수 있다. 잔잔하지만 그런 힘이 모아지면 쇼생크 같은 감옥도 벗어날 수 있는 힘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운동이 일상 안으로 들어오는 것도 그런 예 중에 하나다. 운동을 해야 하는 사람은 운동을 특별한 이벤트로 생각하지 않고 일상에서 치러야 하는 당연한 일로 여기는 것이다. 공부와 관계 등 바꿔야 할 여타의 실천도 밥을 먹듯이 일상 안에서 드러내지 않고 해내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사진을 잘 찍고 싶다고 할때도 장비를 갖추는 것보다 먼저 가진 장비로 많이 찍어 보며 습관을 들인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의 동력 혹은 화기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음양오행론에서는 무언가가 드러나는 것을 양(陽), 특히 화(火)의 성질로 본다. 화기운은 외부를 밝히고 주목받게 한다. 반대로 수기운은 음(陰)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감추고 스며들며 유동하게 한다. 형세를 드러내지 않게 하려면 화기운이 넘치지 않아야 한다. 열정적으로 하는 일은 두드러져 보인다. 특정한 날에 굴파기를 너무 열심히 한다면 호주머니에 숨긴 흙의 양이 유독 많아질 테고 지친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비춰질 것이므로, 누군가가 어떤 낌새를 챌 가능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이벤트성 열정과 동력은 오히려 습속을 일으키는 신체가 미리 거부의 몸짓을 하게 될지 모른다. 


실제로 몸에 화기가 많은 사람은 쉽게 불이 붙고 쉽게 꺼진다. 화기 혹은 열은 몸의 상중하에 걸쳐 나타나는데 이 세 부분의 열을 합쳐 삼초열(三焦熱)이라고 한다. 삼초열을 끄는 대표적인 방제가 황련해독탕이다. 황련해독탕은 황련, 황금, 황백, 치자로 구성되어 있다. 황금과 치자는 상초(흉부)의 열을 끄고, 황련은 중초(윗배), 그리고 황백은 하초(하복부)의 열을 다스린다. 상초의 열은 폐열, 심열 등을 말한다. 주로 기침, 천식, 가래, 불면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중초열은 토혈, 황달 등의 증상으로 드러나며, 하초열은 소변이 붉고 배뇨통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삼초열의 여러 원인 중에서 한두 가지만 취해 단순하게 구분하자면, 상초열은 겁이 많고 예민한 성격으로 인해 잘 생기고, 중초열은 과식, 특히 술과 고기의 과다 섭취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하초열은 과로와 지나친 방사 등에 의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요컨대, 몸의 화기는 두려움과 예민함, 음식 부절제, 과로 등으로 인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화기를 다스리려면 이런 습관부터 살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앤디의 굴파기는 감옥에 길들여져 가는 신체를 다시 깨워줄 수 있는 저항의 추동 장치다. 그는 이 혁명의 장치가 양적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하게 일상 속으로 익숙하게 스며들게 했다. 그러므로 그의 일상은 특별하진 않지만 안락과 권태로 꺼져가는 반복적인 일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는 과식, 과로 등 삼초 열을 조장하는 생활습관을 통제하여 형세가 드러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레드(모건 프리먼)가 앤디를 찾아 멕시코의 해변을 걸어오며 독백한다. “나는 희망한다.” 어쩌면 희망은 허공에 떠도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희망은 일상을 절망의 늪으로 빠뜨리는 길들임의 유혹으로부터 저항하되, 그 저항이 물처럼 다시 일상에 스며들어 삶 자체가 되게 하는 끝없는 노력으로부터 출생한 것일 지도 모른다.


잘 자고 잘 일어나고, 스스로 건강하도록 일상을 관리하는 것이 변화의 출발일 수도 있다.



이 글을 끝으로 <병법과 방제>의 연재를 마칩니다. 이 글들이 더 정제되고 풍성한 언어로 다시 세상과 만나게 되길 희망하며, 그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글_도담(안도균)


낭송 손자병법 / 오자병법 (큰글자본) - 10점
고미숙 기획, 손무.오기 지음, 손영달 옮김/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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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철학공 2016.02.03 10:08 답글 | 수정/삭제 | ADDR

    그동안 즐겁게 읽었던 연재가 아쉽게 끝나는군요. 방제를 병법으로 설명하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어요. 꼭 좋은 책으로 엮여 나왔으면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북드라망 2016.02.03 10:11 신고 수정/삭제

      저희도 아쉬웠지요ㅡㅜ 지금까지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