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뢰익, 덕행만이 이익을 줄 뿐!
요순시대는 태평성대였지만 어느덧 느슨해지기(뇌수해) 시작했다. 그때 반드시 선조가 닦아 놓은 것을 말아 먹는 왕이 등장해주신다. 그 왕이 바로 악명 높은 걸과 주왕이다. 폭군이 손해(산택손)를 잔뜩 끼쳤으니 이제 이익이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 신기하게도 애민 정신이 투철한 탕왕과 무왕이 혜성처럼 등장해 주신다. 게다가 왕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명재상 이윤의 출현까지. 달이 지는 것을 막지 못하듯 그렇게 걸주가 대형 사고를 치고 달이 차오르듯 탕과 무왕의 활약이 시작된다.
역사를 자연의 이치 속에서 보노라면 폭군을 보는 시선도 조금은 달라진다. 악인이기보다는 쇠락한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악역을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자. 주역의 눈으로 보는 세상에서 악인을 설정하고 그 사람에게 모든 원인을 몰아붙이기는 어렵다.
풍뢰익(風雷益)괘는 극에 달하는 악행을 밀어내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그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물론 그들은 적절한 시절을 타고난 덕분에 영웅으로 기억되고 있다. 영웅을 무조건 찬양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폭군을 이해하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인간 또한 세상과 분리된 단독체가 아니라 시대와 함께 흘러가는 중이므로 그 흐름 속에서 사유해야 한다.
시대의 악역, 시절의 영웅
누구나 시대와 운명의 무게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 무게 속에서 왕과 관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한 책이 서경이다. 그들은 오직 덕행만을 강조할 뿐이다. 무엇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태도에 주목했던 것이다. 손해의 시절이든 이익의 시절이든 그들이 경계한 것이 무엇인지 이제 풍뢰익 효사를 짚으면서 서경의 내용을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풍뢰익 괘사
益 利有攸往 利涉大川. (익 이유유왕 이섭대천)
益은 가는 바를 둠이 이로우며,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로우니라.
익괘는 가만있으면 저절로 이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큰물을 건너듯 일을 벌여야 한다고 말한다. 걸왕은 선조의 선정을 베풀라는 당부는 홀딱 까먹고 술과 향락에 빠져 있었다. 이때 탕은 두 주먹을 불끈 쥔다. 탕이 난을 일으키는 것은 걸이 죄가 커서 하늘의 명으로 그를 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걸은 백성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걸을 공격해서 백성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이런 거사의 도모를 큰 내를 건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은 탕왕이 걸을 쳐야 하는 이유를 담은 글이다.
하나라 임금은 백성들의 힘을 누르고 고을을 해치기만 하였소. 백성들은 모두 게을러지고 협력하고 싶지 않으면서 이 해(임금)은 언제 없어질 것인가? 우리는 왕과 함께 망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지경이오. 하나라의 덕이 이러하니 이제 나는 치러 가야만 하겠소.
『서경』, 상서 中 탕서, 명문당, 161쪽
彖曰 益 損上益下 民說无疆 (단왈 익 손상익하 민열무강)
단에 가로되 益은 위를 덜어 아래에 더함이니 백성의 기뻐함이 지경이 없음이요,
自上下下 其道 大光 (자상하하 기도 대광)
위로부터 아래로 내리니 그 도가 크게 빛남이니라.
利有攸往 中正 有慶 利涉大川 木道 乃行 (이유유왕 중정 유경 이섭대천 목도 내행)
'利有攸往'은 가운데 하고 바르게 하여 경사가 있음이요, '利涉大川'은 木道가 이에 행함이라.
益 動而巽 日進无疆 天施地生 其益 无方 (익 동이손 일진무강 천시지생 기익 무방)
益은 움직이고 겸손해서 날로 나아감이 지경이 없으며, 하늘이 베풀고 땅이 낳아서 그 더함이 방소가 없으니,
凡益之道 與時偕行 (범익지도 여시해행)
무릇 益의 도가 때와 더불어 함께 행하느니라.
象曰 風雷 益 (상왈 풍뢰 익)
상에 가로되 바람과 우레가 익이니.
君子 以 見善則遷 有過則改 (군자 이 견선즉천 유과즉개)
군자가 이로써 착한 것을 보면 옮기고 허물이 있으면 고치느니라
위를 덜어서 아래를 던다는 것은 빈익빈 부익부 문제를 해결해야 함을 의미한다. 은나라 재상 중훼는 이 문제를 풀 자는 탕왕밖에 없다고 말한다. 걸왕은 어진 이를 업신여긴다. 또한, 권세에 아부하는 무리가 걸왕 주변에 득실글 거린다. 걸왕의 패악은 심지어 밥을 나르는 아이의 밥을 빼앗아 그 아이와도 원수가 되는 지경이니 백성이 자신의 나라를 정벌해 주기를 기다리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탕은 주를 정벌하여 창고 안에 있는 곡식을 덜어서 백성에게 베푸니 경사가 벌어졌다. 이것이 익(益)의 도가 군주와 백성이 더불어 펼쳐지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왜 익괘는 바람과 우레가 만나 형성되었을까. 바람과 우레는 만물을 진동시키는 역동적인 힘이다. 바람과 우레처럼 등장한 탕왕이 걸을 몰아내는 것. 그것이 손괘의 이익이다. 그럼 구체적인 효를 살펴보기로 하자.
풍뢰익 효사
初九는 利用爲大作 元吉 无咎(초구 이용위대작 원길 무구)
초구는 써 크게 짓는 것이 이로우니, 크게 길하여야 허물이 없으리라.
象曰 元吉无咎 下 不厚事也(상왈 원길무구 하 불후사야)
상에 가로되 '元吉无咎'는 아래가 두터운 일을 못함이라.
초구는 백성의 자리이다. 백성은 그 본분인 농사를 짓는 것이 이롭고 그렇게 할 때 길하여 허물이 없다. 한마디로 백성은 딴 짓하지 말고 농사짓는 본분에 충실하라는 것. <서경> 하서에는 왕이 백성을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가가 잘 드러나 있다.
백성이야말로 나라의 근본, 근본이 굳어야 나라가 편하리라. 내 천하를 둘러보니 어리석은 남자, 여자도 나보다 훌륭하게 보이네. 한 사람이 여러 번 실수하였는데, 어찌 원망이 드러나지 않겠는가. 원망이 드러나지 않을 때 조처해야 한다네. 네 만백성을 대함에 썩은 고삐로 여섯 마리 말을 몰듯 두려움을 느끼나니, 남의 위에 앉은 사람이 어찌 공경하지 않을 수 있으랴.
『서경』, 하서 中, 명문당
좋은 백성이 따로 있어서 본분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임금이 백성을 먼저 존중할 때 역으로 백성은 임금을 따르며 자신의 본분인 농사를 짓게 되는 것이다.
六二 或益之 十朋之 (육이 혹익지 십붕지)
육이는 혹 더하면 열 벗이라.
龜 弗克違 永貞 吉 王用享于帝 吉 (귀 불극위 영정 길 왕용향우제 길)
거북도 능히 어기지 아니하나 길이 바르게 하면 길하니, 왕이 써 상제께 제사지내더라도 길하리라.
象曰 或益之 自外來也 (상왈 혹익지 자외래야)
상에 가로되 '혹익지(或益之)'는 밖으로부터 옴이라.
구이는 선비의 자리이다. 10명의 벗이 선비의 능력을 인정했는데 점을 쳐봐서 그 결과가 또한 같아서 계속 바르게 나아가라고 한 것이다. 임금이 상제에게 제사지내는 마음으로 선비 또한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 밖으로부터 온다는 것은 육이 선비에게 외부에 있는 임금의 복을 받아서 그 직책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임금의 복을 받아 선비의 직책을 이행하라.
이윤은 탕을 만나고자 하였으나 방법이 없자 요리사의 신분으로 탕과 만나 왕도정치가 시작됐다는 설도 있고, 이윤이 다섯 번이나 거절한 후에 탕에게 와서 신하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누가 먼저 손을 내밀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이윤과 임금 모두 백성을 위해 정치할 마음 자세로 준비 중이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는 만났고 그 만남 자체가 서로에게 복된 관계였다. 다음은 주공이 예비 제상 강후에게 관리의 마음가짐에 대해 말한 부분이다. 어떤 마음으로 관리 역할을 해야 하는가가 잘 설명되어 있다.
그대들은 노인들과 임금에게 크게 음식을 마련해 올리고 나서, 그때에야 음식을 배불리 먹고 술을 취하도록 마셔도 되는 것이오. 다시 말하노니 그대들을 언제나 돌보고 살피어 올바른 덕에 합당하게 되어야만, 그대들은 음식을 차려놓고 제사지낼 수 있게 되고, 그대들은 스스로 편히 즐길 수 있게 될 것이오. 이렇게 되면 진실로 임금에게 올바른 일을 하는 신하가 될 것이며, 또한 하늘도 그들의 큰 덕을 따라, 임금 집안을 영원히 망치지 않게 될 것이오.
『서경』, 주서 中 주고, 명문당, 344~345쪽
六三 益之用凶事 无咎 (육삼 익지용흉사 무구)
육삼은 더함을 흉한 일에 씀엔 허물이 없거니와,
有孚中行 告公用圭 (유부중행 고공용규)
믿음을 두고 中道를 행하여야 公에 고하여 규를 쓰듯 하리라.
象曰 益用凶事 固有之也
상에 가로되 '흉한 일에만 쓰라(益用凶事)'는 굳게 둠이라.
육삼은 백성을 위해 일하는 관리로써 상황에 맞게 모든 일에 공정해야 한다. 모든 백성이 신뢰를 갖도록 중도를 행하고 신표인 규가 합쳐지듯이 왕의 믿음을 가지고 백성을 위해 일하라는 것이다. 흉한 일에 쓰라고 한 것은 아무 때나 창고를 여는 것이 아니라 백성이 곤궁할 때만 창고를 열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은 성왕이 재상 강고에게 당부한 내용이다.
공경하라. 원망 받을 일을 하지 말고, 그릇된 계책이나 잘못된 법을 시행함으로써 , 너의 정성을 망치지 마라. 그리고 덕을 닦는데 민첩하여 네 마음을 편케 하고, 네 행실을 되돌아보고, 네 도를 원대히 하여, 백성들을 편케 해주면, 너를 아무도 멸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서경』, 상서, 주서 中 강고, 명문당, 340쪽
백성을 편안케 하라.
六四는 中行 告公從 利用爲依 遷國 (육사 중행 고공종 이용위의 천국)
육사는 中道로 행하면 공에게 고해서 좇게 하리니, 써 의지하며 나라를 옮기는 것이 이로우니라.
象曰 告公從 以益志也 (상왈 고공종 이익지야)
상에 가로되 '告公從'은 더하려는 뜻으로 써라.
육사 또한 왕을 모시는 신하이다. 육사가 중도를 행해야 왕이 따라준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라를 옮기는 것이 이롭다고 보았다. 은나라의 중흥을 이끈 왕 반경은 도읍을 옮김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 반경은 제후들과 관리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한다.
나는 애써 그대들을 골라 벼슬을 맡기어 나의 백성들을 생각하고 공경하도록 하겠소. 나는 재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쓰지 않고, 생업에 힘쓰는 사람을 공경하며, 사람들을 길러주고 사람들의 편안한 삶을 꾀하여 주는 사람에게 벼슬을 주고 존경하겠소 … 재물과 보물 모으기에 힘쓰지 말고 생업에 힘씀으로써 자급자족하시오. 백성들에게 덕을 펴, 영원히 한마음을 갖도록 하시오.
『서경』, 상서 中 반경(하), 명문당, 221~222쪽
九五 有孚惠心 勿問 元吉 (오 유부혜심 물문 원길)
구오는 믿음을 두어 마음을 은혜롭게 함이라. 묻지 않아도 크게 길하니,
有孚 惠我德 (유부 혜아덕)
믿음을 두어 내덕을 은혜롭게 여기리라.
象曰 有孚惠心 勿問之矣 惠我德 大得志也 (상왈 유부혜심 물문지의 혜아덕 대득지야)
상에 가로되 '有孚惠心'이라. 물을 것도 없으며, '은혜롭게 여기는 것(惠我德)'이 크게 뜻을 얻음이라.
구오는 임금의 자리이다. 백성에게 믿음을 두고 늘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 생각으로 꽉 차있으면 묻지 않아도 크게 길하다는 것이다. 혜아덕(惠我德)이란 왕이 백성에게 믿음을 준 만큼 백성도 따라서 믿음을 두어 왕의 선정을 은혜롭다고 느낀 것이다. 신하와 백성의 신뢰는 어디서 오는가. 그것은 왕에게 달려 있다. 기자는 무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비뚤지 않고 기울지 않게 임금의 의로움을 지키라. 혼자만 좋아하는 일을 하지 말고 임금의 도를 따르라. 혼자만 싫어하는 일을 내치지 말고 임금의 길을 따르라. 비뚤지 않고 치우치지 않으면 임금의 길은 넓으리. 치우치지 않고 비뚤지 않으면 임금의 길은 평평하리. 거꾸로 하지 않고 기울게 하지 않으면 임금의 길은 바르고 곧으리. 법칙을 지키는 이들만 모으면 법칙을 지키는 이들이 따르게 되리.
『서경』, 상서, 주서 中 홍범, 명문당, 288쪽
임금의 도를 따르라.
上九 莫益之 或擊之 立心勿恒 凶 상구 막익지 혹격지 입심물항 흉)
상구는 더하는 이가 없느니라. 혹 치리니, 마음을 세워 항상 하지 못하니 흉하니라.
象曰 莫益之 偏辭也 或擊之 自外來也 상왈 막익지 편사야 혹격지 자외래야)
상에 가로되 '이익을 추구하지 말라(莫益之)'는 편벽하다는 말이요, '공격한다(或擊)之'는 밖으로부터 옴이라.
상구는 마지막 효이다. 풍뢰익괘가 이익을 뜻하지만, 너무 지나치면 달이 기울듯이 더 이상의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다. 이익이란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지만 이익이 지나치면 자신의 사리사욕을 추구하게 된다는 것. 마음을 수양하여 항구한 덕을 견지하지 못하니 흉해진 것이다. 이익을 추구하게 되면 편벽해지고 밖에서 언제든지 공격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익도 언제까지 계속되지 않음을 주역은 보여주고 있다.
어차피 망할 거 그냥 놔두면 될까. 서경의 내용을 상기해 보자. 어떤 경우에도 리더의 덕을 문제 삼고 있지 않은가. 이익이 되는 시절이 영원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노력으로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것이 바로 마음을 수양해야 하는 이유이다. 다음은 은나라 무정제가 불길한 징조에 두려워하자 대신 조기가 걱정을 하지 말고 바른 정사를 처리하라며 오직 행동을 바로잡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늘이 인간을 감찰하는 데는 그들의 도의(道義)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하늘이 내려준 수명에 길고 짧음은 있으나, 결코 하늘이 인간을 요절시키는 경우는 없으며, 인간의 행동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도덕을 지키지 않고 자신의 죄를 시인하지 않으므로 하늘이 인간에게 재앙을 내려서 그의 행동을 바로 잡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서경』, 상서 中 고중융일, 명문당, 242쪽
중국 고대시대 흥망성쇠는 자연의 이치를 담은 주역의 스텝을 아주 잘 보여준다. 뇌수해는 느슨해지는 것을 의미하며 느슨해진 다음에는 반드시 잃는 것이 생기기 때문에 산택손괘가 배치되었다. 그렇게 잃고 난 후에는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풍뢰익괘가 나온다. 주역은 자연의 질서를 표현하고 있다. 봄이 오면 여름이 오듯이 뇌수해, 산택손, 풍뢰익의 차서는 내용은 달라질 수 있어도 기본 구도는 고정불변일 수밖에 없음을 알려준다. 그 이치 속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주역과 서경은 같이 전해주고 있다. 오직 덕을 행하라!
글_박장금(감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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