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튜브 출판사의 신간 『시경 강의 3』이 출간되었습니다!!
북드라망&북튜브 독자님들, 안녕하세요.
많은 분들이 기다리시던 우응순 선생님의 『시경 강의』 세번째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시경 강의』는 우응순 선생님의 친절한 강의로 2천여 년 전 민초들의 애환이 담긴 시들을 ‘완독’을 목표로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는 시리즈인데요. 이번 3권에서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회(檜)나라와 정(鄭)나라에서 불렸던 노래들인 「회풍」과 「정풍」을 읽습니다.
이번에 읽을 시들 중에서 「정풍」은 『시경』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바로 공자님께서 추방해야 할 음란한 음악으로 정풍을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정성[정나라 음악]을 추방하고 말재주 있는 사람을 멀리해야 한다. 정성은 음탕하고 말재주 있는 사람은 위태롭기 때문이다”(放鄭聲, 遠佞人. 鄭聲淫, 佞人殆_『논어』 「위령공」)라고 콕 집어서 「정풍」을 비난하셨는데, 이런 공자의 말씀을 받아서 주자는 아래와 같이 논평을 했습니다.
정나라와 위나라의 음악은 모두 음란한 음악이다. 그러나 시를 살펴보면, 위나라 시는 39편 중에 음란한 시가 겨우 4분의 1인데, 정나라 시는 21편 중에 음란한 시가 7분의 5가 넘는다. 더구나 「위풍」은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노래인데, 「정풍」은 모두 여자가 남자를 유혹하는 말로 되어 있다. 위나라 사람들은 오히려 풍자하고 징계하는 뜻이 많은데 정나라 사람들은 방탕하여 전혀 부끄러워하고 뉘우치는 기색이 없으니, 이는 정나라 음악의 음란함이 위나라보다 심한 것이다._주희, 『시집전』(『시경 강의 3』 195쪽에서 재인용)
『시경 강의』 2권에 등장했던 「위풍」과 더불어 ‘음란한 노래’, ‘난세의 노래’라는 비난을 받는 「정풍」이지만, 우응순 선생님은 이 시들을 “화창한 봄날의 사랑으로 가득한 발라드”(「머리말」, 4쪽)라고 해석을 합니다. 주자는 여성들이 먼저 사랑을 이야기한다고 비난하셨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 시들을 멋진 연인에 대한 찬탄과 그리움이 담긴 노래, 이별과 다툼을 노래하지만 상처가 될 만큼 깊지는 않은 애틋한 노래들로 읽을 수 있다는 겁니다.
子惠思我(자혜사아) 褰裳涉溱(건상섭진)
子不我思(자불아사) 豈無他人(기무타인)
狂童之狂也且(광동지광야저)
子惠思我(자혜사아) 褰裳涉洧(건상섭유)
子不我思(자불아사) 豈無他士(기무타사)
狂童之狂也且(광동지광야저)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치마를 걷어 올리고 진수를 건너겠어요.
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찌 다른 사람이 없겠어요.
깜찍한 당신, 미쳤나 봐요.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치마를 걷어 올리고 유수를 건너겠어요.
그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어찌 다른 사람이 없겠어요.
깜찍한 당신, 미쳤나 봐요.
인용한 시는 「정풍」의 열세 번째 시 <건상>(褰裳)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강을 건너겠다는 적극적인 여성이 등장하네요.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 목을 매지도 않죠.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쿨하게’ 다른 사람을 찾아 떠나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사랑에 적극적이면서도 쉽게 상처받지 않는, 2천 년 전의 멋진 연인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 바로 「정풍」입니다.
그런데, 「회풍」은 왜 「정풍」 앞에 놓인 것일까요? 통상 『시경』 ‘국풍’의 순서는 「주남」, 「소남」, 「패풍」, 「용풍」, 「위(衛)풍」, 「왕풍」, 「정풍」, 「제풍」, 「위(魏)풍」, 「당풍」, 「진(秦)풍」, 「진(陳)풍」, 「회풍」, 「조풍」, 「빈풍」의 순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순서대로라면 『시경 강의 3』에서는 「왕풍」과 「정풍」을 다루었어야 했는데요. 「회풍」을 먼저 놓았습니다. 책의 분량 등 여러 고려사항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회나라가 정나라에 병합되었고, 결국 「회풍」과 「정풍」이 같은 지역에서 불렸던 노래라는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되자마자 멸망한 회나라의 노래는 4편밖에 전해지지 않고, 그나마 망국의 슬픔이 가득합니다. 제후는 정사를 돌보지 않고, 작은 나라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주나라 질서는 무너져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민초들은 과중한 부역과 세금에 길거리의 나무를 부러워하는 지경에 이른 ‘망국’의 상황이 4편의 시에 절절하게 드러나 있답니다.
이렇게 「회풍」과 「정풍」까지 읽으면, 『시경』 ‘국풍’의 160편의 시 중에서 절반이 넘는 시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응순 선생님은 ‘『시경』 해석의 역사’를 한 번 살펴보자고 제안하시네요. 고대의 많은 텍스트들이 그렇듯이 『시경』 공부 역시 고정된 한 권의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수천 년 동안 축적되어 온 해석의 역사, 즉 텍스트의 확립과 주석의 역사를 함께 공부할 때, 그 고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죠. 그래서 『시경 강의 3』의 말미에는 『시경』이라는 텍스트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 고대의 노래들을 이해하기 위해 이후의 학자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어떤 성취를 이루어 냈는지를 정리하는 글을 수록했습니다. 아울러 『시경』 이해를 위해 꼭 읽어두어야 하는 ‘모시대서’와 주희의 「시집전서」도 원문과 함께 한 줄 한 줄 읽을 수 있도록 수록하고 해설했습니다. 이렇게 『시경 강의 3』은 망국의 슬픔, 사랑의 발라드, 고전에 대한 진지한 논의까지를 한 권에 담은 ‘『시경』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랍니다^^
옛날 서당에서 『시경』은 주로 여름에 공부하는 ‘교재’였다고 합니다. 옛 선비와 학동들은 큰 나무 그늘에서 시를 읊으며 여름을 보내셨던 모양입니다. 입추는 지났지만 아직 더운 이때, 많은 분들이 얼른, 늦기 전에 『시경』과 접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은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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