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이야기15 [스톡홀름 이야기] 사람들은 릭스다그를 지나친다 사람들은 릭스다그를 지나친다Yeonju(인문공간 세종) 스톡홀름 여행자들은 대부분 같은 방향으로 걷는다. 올드타운이라고 불리는 감라스탄으로, 근위병 교대식이 있는 왕궁으로, 그리고 노벨상 연회가 열리는 시청으로. 그 길 사이에 스웨덴 국회의사당이 있다. 정확히는 헬게안스홀멘(Helgeandsholmen)이라는 작은 섬 위. 건물은 결코 소박하지 않다. 외관은 충분히 웅장하고, 물가에 걸쳐 서 있는 모습도 꽤 인상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그 건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 바로 옆에 왕궁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대부분의 관광객에게 “Riksdag”라는 단어가 너무 낯설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 역시 처음 스톡홀름에 왔을 때는 그랬다. 몇 번이고 그 앞을 지나쳤지만, 그 건물 안에서 .. 2026. 10. 28. [스톡홀름 이야기] 꼰대가 되고 싶다. 꼰대가 되고 싶다. Yeonju(인문공간 세종)스웨덴으로 이직한 지도 어느덧 8년 차다. 그런데도 가끔은 생각한다. 나는 과연 이 사회에 얼마나 적응했을까. 8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공항에서 커리어 몰입형 자기계발서를 집어 든다. 이번 출장지는 미국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The Diary of a CEO. 스웨덴에서는 아마 서점 한가운데에 진열되기 어려운 책. 하지만 미국에서는 충분히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미국은 여전히 일의 중요도가 높은 사회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이민자들이 있다. 출장에서 가까운 동료와 식사를 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유럽에서 이민 온 사람이다. 그에게 일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입지.. 2026. 9. 22. [스톡홀름 이야기] 베를린, “옆에 옆에” 놓인 시간들 베를린, “옆에 옆에” 놓인 시간들Yeonju(인문공간 세종)베를린은 금·토·일, 짧은 주말 여행이었다. 온도는 영상 1도였는데 매서운 바람 때문에 감히 사진을 찍을 엄두가 잘 나지 않았다. 손을 꺼내는 순간부터 손끝이 먼저 굳는 느낌. 도시를 걷는 내내 “춥다”가 제일 앞에 있었고, 이상하게도 그 추위가 베를린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베를린에서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꽂힌 건, 장소가 아니라 숫자였다. “30%.” 나치는 1932년 선거에서 겨우 30%대 지지를 받았고, 다수당이 아니었는데도 1933년 1월 히틀러는 총리로 임명되며 권력으로 들어갔다. 그 숫자가 무서웠던 건, ‘충분히 큰 지지’가 아니라 ‘충분히 작아 보이는 지지’로도 시대가 기울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기울어짐이,.. 2026. 8. 20. [스톡홀름 이야기] 시속 500m로 이동한 교회 시속 500m로 이동한 교회Yeonju(인문공간 세종) 특파원 글감도 찾고 스웨덴어 공부도 할 겸 신문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1년에 두 번 들어가면, 내가 몰아서 볼 수 있도록.엄마가 6개월치 신문 중 흥미로운 기사들만 따로 모아두신다. 신문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걸 내가 참 좋아했구나—요즘 스웨덴에서도 신문을 읽으며 그걸 새삼 느낀다. 사람 사는 게 어디서나 비슷하구나 싶다가도, 가끔 ‘헉’ 하는 기사를 만나기도 한다. 10월 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기사 하나를 읽었다. 교회가 이동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에 등장한 도시는 북극권에서 약 145km 떨어진 스웨덴의 북부 도시, 키루나(Kiruna)였다. 광산 채굴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도시 전체가 조금씩 북쪽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했다. 집과 학.. 2026. 7. 28.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