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길진숙54

[남인 백수 2세대 : 혜환 이용휴] ④ 이용휴의 제문, 그 담담한 글쓰기 혜환이 들려주는 아주 특별한 레퀴엠 겨울의 초입. 낙엽이 바람에 이리저리 흩어진다. 자연의 이치상 생·장·소·멸을 겪지 않는 존재는 하나도 없건만, 소멸에 관한한 남다른 감정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 중에서도 가까운 이들의 죽음은 우리를 더욱 힘겹게 한다. 다시는 함께 할 수 없기에 담담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제문을 지어 죽은 이를 추모하며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제문을 낭독하며 죽은 이들의 영혼에 말을 건네고, 그들의 장도(長途)를 위무했던 것이다. 물론 제문은 애도만 담지는 않았다. 죽음을 통해 오히려 삶을 말하는 양식이 제문이었다. 죽은 이들이 묵묵히 레테의 강을 건널 때,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 간직하는 행위는 온전히 산 자들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슬픔을 다하면.. 2014. 11. 18.
낭송Q시리즈 출간 기념 특별 강연회에 초대합니다~ 낭송Q시리즈 출간 기념 특별강연회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기다리셨죠!? 그쵸?! 그러셨으리라 믿습니다. ^^ 다름이 아니라 '낭송Q' 시리즈의 저자 강연회 소식입니다. 무려 3회에 걸쳐 진행되는 강연회에 많은 참가 부탁드립니다. 이번 강연회는 3일간 『낭송의 달인, 호모 큐라스』(고미숙, 12월2일, 화), 동청룡 『낭송 전습록』(문성환, 12월3일, 수), 동청룡 『낭송 열하일기』(길진숙,12월5일, 금)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포스터를 살펴 주시고, 많은 참여와 성원 부탁드립니다!! 강연회 신청이 끝났습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양생의 핵심은 사계절과 함께 리듬을 타는 것이다. 낭송 또한 그러하다. 하여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모두들 고전에 담긴 소.. 2014. 11. 11.
[남인 백수 2세대 : 혜환 이용휴] ③ 구도는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남인 백수 2세대 : 혜환 이용휴] ② 구도(求道)는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1. 학문이 극에 달하면 평상하여 기이함이 없다! 혜환의 문장이 남다르다면, 그건 역설적이게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의 일상을 담았기 때문이다. 혜환의 삶도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혜환 주변의 사람들도 특별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 혜환 글의 주인공은 그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었으며, 그의 독자 또한 이들이었다. 혜환의 붓은 이 한미한 처지의 사람들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직위나 신분, 그리고 사는 형편이 평범하거나 한미하지만, 이렇게 산다고 존재 자체가 평범하고 한미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 사람을 남다르게 만들어주는 요인은 한미한 가운데 어떻게 생각하고 행위하느냐일 뿐, 다른 무엇은 아니다. 그런데 이들을 알아주고 .. 2014. 11. 4.
[남인 백수 2세대 : 혜환 이용휴] ② 진짜 나로 돌아가라! [남인 백수 2세대 : 혜환 이용휴] ② 진짜 나로 돌아가라 1. 글쓰기, 진짜[眞]를 찾아가는 길 혜환 이용휴는 다른 그 무엇도 아닌 문장가이기를 원했으며, 문장가로서의 자의식 또한 남달랐다. 혜환은 백수 선비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서 글을 쓴 것도 아니고, 세상을 계도하거나 도를 드러내기 위해 글을 쓴 것도 아니었다. 조선시대 선비에게 글을 쓰는 일이야 기본 중에 기본이지만, 선비라면 당연히 쓰는 글을 썼기 때문에 혜환 스스로 자신을 문장가라 지칭한 것은 아니었다. 혜환에게 문장가는 특별한 무엇이었다. 그래서일까? 혜환의 글에는 불우한 지식인의 음영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혜환은 오직 문장가로서 충만해 있을 뿐, 어떤 결핍도 느끼지 않았다. 혜환에게 글쓰기는 어떤 의미를 지녔기에 문장가인 것만으로.. 2014.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