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1024 [이여민의 진료실인문학] 아프냐? 움직이고 적게 먹어라! 아프냐? 움직이고 적게 먹어라! 최근 29살 남자 조카가 약을 먹어도 배 아픈 것이 차도가 없어 상급병원 진료를 권했다. 여러 검사 후 조카는 급성 담낭염으로 진단받았다. 담낭은 간에서 생성한 담즙을 저장하는 주머니이다. 담즙은 지방 덩어리를 작은 알갱이로 쪼개 소화가 잘되게 한다.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고 이 콜레스테롤이 뭉친 결석이 담낭에 생긴다. 결석이 생긴 담낭에는 세균 감염이 잘 되어 염증이 자주 일어난다. 이게 담낭염이다. 조카가 이 경우였다. 치료법은 담낭을 제거해야 한다. 염증이 일어난 장기를 그대로 두면 터져서 복막염으로 진행하여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그런데 조카는 1년 전부터 고혈압, 고지혈증, 고요산증과 지방간으로 약을 먹고 있었다. 이는 모두 대사증후.. 2024. 1. 31. [아이가왔다2] 옴마! 음마! 엄마? 옴마! 음마! 엄마? 15개월이 된 도겸이는 말귀를 꽤 잘 알아듣는다. 동시에 의사도 명확해지고, 주장(=고집)도 점점 세지고 있다. 처음 얘가 뭘 좀 알아가는구나, 하고 느낀 건 바나나 단어 카드를 들고 베란다로 뛰어가서 “(아주 거센 어조로) 음마! 엄마!”를 외쳤을 때였다.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물론 지나가다가 우연히 카드를 발견하고 곧 원하는 게 된 것 같긴 했지만...), 그걸 어떻게 얻어낼 수 있는지, 자신이 원하는 게 어디에 있는지까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 뒤로는 더 아이의 의사를 묻기 시작했던 것 같다. “도겸아, 밖에 나갈래? (1~2초) 집에 있을래?”, “딸기 줄까? (1~2초) 바나나 줄까?” 두 가지 정도의 선택지로 물으면, 아이는 명확하게 대답한다. 밖에 나가고 싶을 때는 .. 2024. 1. 23. [아기가 왔다2] 까꿍 놀이 까꿍 놀이 아기가 9개월쯤 되었을까.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잠시 저녁거리를 사고 있는데, 유아차에 있던 딸이 혼자 얇은 담요로 얼굴을 가리더니 홱 하고 내렸다고 한다. 나는 그 상황을 보지 못했지만, 남편과 첫째가 똑똑히 목격(!)했다고 한다. 그 후로 딸의 셀프 까꿍 놀이는 계속되었다. 방문을 열었다가 닫으며 숨었다가 나타났고, 또 손에 잡히는 건 무엇이든 (오빠의 내복 바지나 책, 분리수거하려고 꺼내 놓은 종이 등등) 머리 위로 올린 다음 내리기 바빴다. 그날도 딸은 얇은 천 기저귀를 가지고 신나게 까꿍 놀이 중이었다. 나는 이번에는 꼭 기록하고 싶어서 앞에서 핸드폰을 들고 촬영하기 시작했다. 한 열번쯤 손을 올리고 내리며 놀이를 즐기는 딸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갔다. 바닥에 ‘쿵’ 소리가 났.. 2024. 1. 16. [이여민의 진료실인문학] 치매 예방은 뇌훈련으로! 치매 예방은 뇌훈련으로! 어느 날 진료실에 중년 여성 세 명이 왔다. 그분들은 우리 병원에 20년 정도 다닌 60대 환자의 지인들이고, 나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고 했다. 그 지인들은 환자가 길을 자꾸 잃어버리고 밤낮으로 전화해서 한 말을 반복해서 치매를 의심했다. 문제는 그 환자가 자신은 치매가 아니라며 강력하게 진료받기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환자와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면서 주치의인 내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선생님을 강력하게 믿고 있으니 치매 검사하기를 유도해 주기를 부탁하러 왔다고 했다. 마침 며칠 뒤 그 환자가 혈압약을 타러 왔다. 그러고는 뇌 영양제를 꺼내 이 약을 먹어도 되느냐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단호하게 뇌 영양제는 치매를 예방하지 못하니 뇌 검사를 해서 문제가 있다면 필요한 조치.. 2024. 1. 5. 이전 1 2 3 4 5 6 7 8 ··· 2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