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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796

학술제 ‘소경’에게 지팡이 쥐어주기 학술제 ‘소경’에게 지팡이 쥐어주기 연구실에 오니 여행 할 일이 참 많아졌다. 평소 나는 여행을 할 때, 보통 무계획(?)으로 다녔다. 치밀하게 짜놓은 계획이 지역곳곳의 상황에 따라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몇 번 겪고 나니 계획은 ‘큰 얼개만 짜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이후 가고 싶은 나라와 도시, 보고 싶은 것들 정도를 정해놓고 일단 떠났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의 고급정보(!)를 따라 일정을 바꾸기도 하고, 좋은 곳에 더 머물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함께 여행을 할 때는 이럴 수가 없었다. 공부한 친구들과 함께해서 좋기도 했지만, 빽빽하고 치밀한 일정으로 여행이 무거워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까지 짜야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행을 할 때 함께 리듬.. 2020. 6. 11.
[내인생의주역] 혼돈의 때, 제후(諸侯)를 세워라! 혼돈의 때, 제후(諸侯)를 세워라! 水雷 屯 ䷂ 屯, 元亨, 利貞, 勿用有攸往, 利建侯. 初九, 磐桓, 利居貞, 利建侯. 六二, 屯如, 邅如. 乘馬班如, 匪寇婚媾, 女子貞不字, 十年乃字. 六三, 卽鹿无虞, 惟入于林中, 君子幾, 不如舍, 往吝. 六四, 乘馬班如, 求婚媾, 往吉, 无不利. 九五, 屯其膏. 小貞, 吉, 大貞, 凶. 上六, 乘馬班如, 泣血漣如. 창원에서 인문학공부 공간을 열려고 준비할 때, 곰샘(고미숙 선생님)은 그 공간에서 무엇을 하든 너의 비전이 확실히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으면 몇 개월 또는 몇 년 하다가 흐지부지 그만두고 만다고. 아직 시작도 못한 마당에 비전이라니. 그때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을 모으고 세미나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그리고 .. 2020. 6. 9.
[연암을만나다] 검지 않은 까마귀를 만나기 검지 않은 까마귀를 만나기 연암은 무엇을 보아도 괴이하게 생각치 않는 자를 ‘달관’한 자라고 말한다. 세상의 천만 사물 앞에서 그것을 자기가 원래 알던 것과 비교하며 의심스러워한다면 속인이고, 사물 간의 차이를 담담히 보고 여유 있게 ‘응수’한다면 달관한 자다. 속인들은 해오라기에 비해 검은 까마귀가 불길하게 생겼다고 비웃고, 오리와 비교해 학의 긴 다리를 위태롭다고 느끼고, 옛 시를 닮지 않은 시를 기괴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그 말은 각자 잘 살고 있는 까마귀와 학, 이미 쓰여진 시에게는 어불성설이다. 그렇다, 우리가 종종 생각하듯 모든 존재는 다르게 태어났지만 ‘틀리게’ 태어난 적은 없다. 연암은 여기에서 한 번 더 나아가서 이렇게 묻는다. 까마귀는 정말 검은 색인가? 검은색은 어둡고 불길한 색인가?.. 2020. 6. 4.
[나의삶과천개의고원] 다양한 ‘얼굴’로 노래하라! 다양한 ‘얼굴’로 노래하라! 100명쯤 되어 보이는 걸그룹 연습생들이 “Pick Me, Pick Me”를 외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연습생 전부가 카메라 ‘정면’만을 응시하며,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이 춤을 추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100명 모두가 노래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내 귀에는 하나의 목소리로만 들린다.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되질 않는다. 아이돌은 가수일까? 댄서일까? 요즘은 가창력보다 나이와 얼굴, 몸매, 특히 춤이 우선시 된다. 아무리 노래를 잘해도 나이가 많거나 뚱뚱하고 춤을 추지 못하면 데뷔할 수 없다. 데뷔를 하려면 어떻게든 아이돌이 갖추어야 할 조건에 맞는 몸과 얼굴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대중들로부터 많은 표를 받을 수 있다. 노래.. 2020.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