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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796

[연암을만나다] 사사롭지 않게 삶을 수행하기 사사롭지 않게 삶을 수행하기 나이 56세(1792년), 연암은 안의현의 고을 수령(안의현감)으로 일하게 된다. 연암의 관직 생활은 그가 수령으로 있을 때 쓴 온갖 편지와 아들 박종채가 쓴 과정록 『나의 아버지 박지원』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사람들을 처벌하는 대신, 그 마음을 헤아려줌으로써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의 행동을 고치도록 해주고, 일 하나를 할 때에도 백성들에게 가장 좋은 방식을 고민하며 조금의 사사로움도 얹지 않았다. 그래서 연암의 ‘공무 수행’은 일체의 번잡함 없이 투명하고 깔끔하다. 그에 관한 일화는 차고 넘친다! 안의현감으로 부임하기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무신년(1788) 6월, 연암은 ‘선공감 감역’이라는 벼슬을 하고 있었고 임기를 6일정도 남겨놓고 있었다. 조선에서는 매해 6월과.. 2020. 8. 6.
[나의삶과천개의고원] ‘세월호’와 ‘미시정치’ ‘세월호’와 ‘미시정치’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라남도 진도 해역에서 침몰했다. 탑승자 476명, 생존자 172명, 사망자 299명, 실종자 5명이 발생한 대형 참사다. 그저 재난사고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끔찍한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뒤집힌 선체 안으로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음에도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 안내뿐, 제대로 된 구조작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사망자 가운데는 수학여행을 떠나던 수백 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서 죽어갔다. 무엇이 이들을 죽게 했을까. 무리한 화물 적재,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선장의 무책임, 해경의 뒤늦은 구조작업. 무엇보다 이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은폐하려는 ‘세력’들이 있었.. 2020. 8. 5.
[연암을만나다] 돌직구가 주는 것 돌직구가 주는 것 친구 어머니 중에 휴대폰에 남편을 ‘내면의 평화’라고 저장하신 분이 있다고 한다. 친구가 의아해서 왜 그렇게 저장했냐고 물었더니,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전화를 받기 전에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자는 마음이었다고 하셨단다. 어딘지 모르게 웃프다. 그런데 평소 우리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기분 상하지 않게 돌려 말하는 데에 꽤 능숙한 것 같다. 우유부단하다는 말 대신 ‘착하다’라고 말하고, 이기적이라는 말 대신 ‘승부욕 있다’라고 애써 포장한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 똥에 대해서도 직접적으로 ‘똥 싸러 간다.’라고 말하는 대신 ‘화장실에 잠깐 볼일 좀…!’라고 말하는 게 더 익숙하다. ‘똥’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저절로 표정이 찌푸려지는 것처럼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느낌이 온몸으로 강하게 오기 때.. 2020. 7. 30.
[연암을만나다] 배움은 생존이다 배움은 생존이다 학문의 길은 다른 길이 없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길 가는 사람이라도 붙들고 물어야 한다. 심지어 동복僮僕이라 하더라도 나보다 글자 하나라도 더 많이 안다면 우선 그에게 배워야 한다. 자기가 남만 같지 못하다고 부끄러이 여겨 자기보다 나은 사람에게 묻지 않는다면, 종신토록 고루하고 어쩔 방법이 없는 지경에 스스로 갇혀 지내게 된다. (박지원, 「북학의서」,『연암집(하)』, 돌베개, 65쪽) 이토록 무서운 말이 없다. 부끄럽다고, 지금 내가 못났다고 나보다 나은 사람에게 묻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 스스로 갇힌 채. 그래서 연암은 학문에 다른 길은 없다고 한다. 나보다 나은 것이 있다면 누구에게든 묻고, 배워야 한다고. 그런데 일상에선 영~ 쉽지 않다. 이런 나를 인.. 2020. 7.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