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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1024

[한뼘리뷰대회 당선작] 내가 나를 구원하는 삶 내가 나를 구원하는 삶 (리뷰도서 : 고미숙,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 1등 박보경 지구에서 피어나 숨 쉬고 살면서 나는 매 순간 어떤 삶, 어떤 나를 기대하고 상상했을까. 9살엔 창의력 넘치는 에디슨이 되고 싶었고, 15살엔 정의로운 유관순이 되고 싶었다. 18살엔 책과 신문을 읽으며 ‘모든 생명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부당한 차별이 없어지기를, 억울한 죽음이 사라지기를, 돈보다 생명이 우선이기를 바랐다. 제도를 바꾸고, 잘못된 관습을 바로잡으면 세상은 한 발 나아질 거라 여겼다. 매일 활기찬 나를 상상했지만, 상상과 현실은 달랐다. 성인이 된 나는 시시때때로 우울했고, 시민단체 활동가 삶은 매일 싸움과 투쟁이었다. 자본, 여성, 환경, 앞뒤 옆 사람과 갈등…. 삶은 늘 파도.. 2023. 5. 22.
[청량리발영화이야기] 충치 같은 지리멸렬한 삶 충치 같은 지리멸렬한 삶 (1961) | 감독 : 유현목 , 주연 : 김진규, 최무룡 | 107분 “어쩌다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는” 영화 (1961)은 어느 가족에 대한 짧은 이야기지만, 오랫동안 암울함이 지속됐던 당시의 사회모습을 짜임새 있게 보여준 유현목(1925~2009) 감독의 수작이다. 영화 이 한국 고전영화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는 건, 동명의 원작소설을 뛰어넘는 유현목 감독의 진지하고 풍부한 디테일이 잘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빈곤과 부조리를 고발하고 사실주의적인 관점이 잘 드러난 영상미는 네오리얼리즘의 거장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영화 (1948)에도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1960년대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로 불린다. 허나 대부분 멜로드라마와 스릴러, .. 2023. 5. 16.
[공동체, 지금만나러갑니다] 취업을 포기한 문탁네트워크의 세 청년 취업을 포기한 문탁네트워크의 세 청년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이하 문탁)에는 공부방 회원이라는 정회원 개념이 있는데, 그중 청년은 셋이다. 나와 동은, 우현. 우리가 공부방 회원이 된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길드다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 나와 동은이 문탁에서 생활한 지 각각 6년, 4년이 되던 2018년에 청년인문학스타트업 길드다가 만들어졌다. 당시 선생님 한 명과 청년 네 명으로 꾸려진 길드다는 2년 차에 주위를 맴돌던 래퍼 우현을 영입했다. 3년 차 여름에 동은이가 나가게 되었고, 4년 차인 2021년 1월 1일 내가 급성 간염으로 앓아누운 데다 코로나로 타격을 입어 여름부터는 자체 쇄신을 위한 회의를 시작했다. 같은 해 겨울에 결론적으로 길드다를 정리하기로 한 뒤, 다른 친구 둘은 뉴스레터 .. 2023. 5. 15.
[아기가왔다2] 아기가 왔다, 신이 왔다 아기가 왔다, 신이 왔다 나는 평소 신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아주 가끔(?) 찾을 때가 있는데, 결혼한 지 5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을 때가 그랬다. 무관성-무식상 부부여서 그런 건지, 그냥 뭘 해도 안 생겼다. 이쯤 되니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더라. 그러길 5년, 아내도 마흔 살이 되자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는지, 시험관이라도 하자며 대치 중이었는데 그 무렵 갑자기 아이가 왔다. 그날 그 감동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그때 가장 먼저 내뱉은 말이 뭐였는지 아는가. “하느님 감사합니다.”였다. 신기할 노릇이다. 신을 믿지 않는 내가 그 감동을 하늘에 돌리다니. 그 순간 내가 떠올린 하늘은 분명 예수도 붓다도 아니었다. 그냥 막연한 하늘, 하느님이었다. 스피노자는 우리가 완전한 존재, 전능.. 2023.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