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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못한 소설 읽기8

[읽지못한소설읽기] 영원히 풀리지 않는, 돌아갈 수 없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돌아갈 수 없는 오르한 파묵, 『하얀 성』, 이난아 옮김, 민음사, 2011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이 질문은 오랜 시간,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서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지금은 질문 자체가 마치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 질문이 그렇게나 무수한 반복을 거쳤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 질문이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는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던진다고 해서 ‘질문’의 중요함이 불현 듯 생겨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어떤 사람들에게 이 질문은 일부러 웃기려고 던지는 질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자기, 질문이 묻고 있는 사람도 자기, 질문에 답할 사람도 자기, 이 질문에는 오직 ‘자기’밖에 없다. 그래서 .. 2023. 5. 8.
[읽지못한소설읽기] 달에서 무슨 일이 달에서 무슨 일이 앤디 위어, 『아르테미스』, 남명성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21 영화 을 본 이래로, 앤디 위어는 나에게(다른 여러 사람들에게도) 몹시 중요한 작가가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작가’의 기준은 특별한 것은 아니고, 인터넷 서점의 ‘신간 알리미’가 신청되어 있는지 여부가 기준이다. 이 목록에 들어간 ‘작가’들은 몇 되지 않는다. 나의 경우 이 목록에는 꼭 소설가만 들어가 있다. 왜냐하면, 서점의 분류법을 기준으로 인문, 자연과학, 역사 등은 대체로 일주일에 두서너 번 정도는 꼭 들어가서 신간 또는 신간은 아니지만 미처 체크하지 못한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바구니가 늘 100권 정도의 ‘아직 사지 못한 책들’로 채워져 있곤 한다. 그 중에는 아마 끝까지 사지 않.. 2023. 4. 7.
[읽지못한소설읽기] 그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인 이유 그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인 이유 (가즈오 이시구로, 『클라라와 태양』, 홍한별 옮김, 민음사, 2021) 우리 동네 마트에는 대형 서점이 있다. 아이와 함께 마트에 가서 시간을 보낼 때면 그 서점에 자주 들른다. 딱히 사야 할 책이 있어서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저 시간을 보내기에 서점만 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아이와 함께 가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내 책은 금방 골랐는데 아빠 책은 왜 이렇게 오래 골라요?”라고 묻는 아이를 옆에 두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서가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아빠에게 아이가 ‘불공평’을 항의하던 어느 날엔가 『클라라와 태양』을 사왔다. 빨간 표지가 눈에 금방 띈 탓도 있고, 마침 ‘2017년 .. 2023. 3. 3.
[읽지 못한 소설 읽기] 어떤 사랑의 발명―『모렐의 발명』 『세미나책』의 저자 정승연샘(aka. 정군)의 새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정군샘은 책을 아주 많이 가지고 계시다고 하는데요, 그 중에서 '세계문학전집'에 대한 글을 쓰신다고 합니다. 정군샘의 표현에 의하면 이 연재는 "‘소설’들 중에 읽지 않은 책들을 글을 쓴다는 핑계로(강제로) ‘읽어 보자!’는 시도이며 따라서, 어떤 목록을 어떤 컨셉으로 읽어갈지는 불명확"하시다고 합니다. 오호, 정군샘을 따라 읽는 세계 문학 전집!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어떤 사랑의 발명―『모렐의 발명』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송병선 옮김, 민음사, 2008 ) 나는 책을 많이 가지고 있다. 많다/적다는 물론 상대적인 것이지만, ‘절대적’인 기준에 비춰 생각해 보아도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규모로는 적은 것 같지는 .. 2023.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