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못한 소설 읽기] 엘리자베스의 생애는 비극적이지 않아
엘리자베스의 생애는 비극적이지 않아 보니 가머스, 『레슨 인 케미스트리』 1~2, 심연희 옮김, 다산책방, 2022 (“‘국민학교’에 다녔던 때를 떠올려본다”라고 쓰자마자, [한컴오피스 한글 2014 for MAC]은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자동 수정을 해버린다. 이건 조금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국민학교’라는 어휘가 가진 이념적이고, 정치적이며, 역사적인 문제야 십분 이해하는 바이지만, 나를 비롯해서 어느 시기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이 다녔던 학교는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였다는 것은 엄연한 경험적 사실이다. 요컨대 그것은 내가 경험한 일이다. 나아가, ‘국민학교’는 문법적인 오류도 아니다. 왜 워드프로세서가 그런 기억과 경험마저 수정하려드는지, 기분이 몹시 좋지 않다.) 어쨌든..
2023. 8. 7.
[읽지못한소설읽기] 영원히 풀리지 않는, 돌아갈 수 없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돌아갈 수 없는 오르한 파묵, 『하얀 성』, 이난아 옮김, 민음사, 2011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있다. 이 질문은 오랜 시간,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서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지금은 질문 자체가 마치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 질문이 그렇게나 무수한 반복을 거쳤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이 질문이 매우 중요한 질문이라는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던진다고 해서 ‘질문’의 중요함이 불현 듯 생겨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어떤 사람들에게 이 질문은 일부러 웃기려고 던지는 질문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자기, 질문이 묻고 있는 사람도 자기, 질문에 답할 사람도 자기, 이 질문에는 오직 ‘자기’밖에 없다. 그래서 ..
2023. 5.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