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정치1/몸과정치231 사회라는 몸 사회라는 몸 이때 곤란했던 역어로, 예를 들면 (미국)헌법 서두에‘정부의 임무는 justice와 society에 있다’라는 원어가 있다.이에 맞는 한자를 할당하면 의(義)와 인(仁)이라는 두 글자면 끝나는데, 이는 너무 단촐하기 때문에 justice는 정의(正義)로, society는 회사(會社)라든지 사회(社會)라든지 사교(社交) 등 여러 번역어를 찾았다. 모리 아리노리는 ‘그냥 임시로 소사이어티라고 하면 된다’고 주장했는데 그래 가지고는 번역이 아니라는 비난이 일어나 고심참담했다.─ 久米邦武, 『久米博士九十年回顧録』下, 256쪽 ‘사회적인 것’의 번역불가능성 우리는 society를 보면 바로 ‘사회’라는 번역어가 생각나지만, 이 번역어가 곧바로 정착된 것은 아니었다. society의 번역어로서 .. 2017. 12. 7. 면역체로서의 몸 면역체로서의 몸 신체(body)는 그것이 특별한 법적 자격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인격(person)에서 사물(thing)로 이동하는 수단이라고 이야기된다.법에서 신체처럼 많이 이야기된 것도 없다.신체는 이러한 두 차원들을 진동하며,인격에서 사물로 혹은 사물에서 인격으로의 이동을 가능케 한다. ─Roberto Esposito, 『Person and Things』 인격(person)과 개체적인 것 앞서 보았던 자유가 개체적인 것의 문제로, 소유형으로 접근되는 것은 특이한 발상이다. 능력으로서의 자유가 아니라 자유란 이제 선천적으로 개인에게 주어진 소유하는 권리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권리를 당연히 가졌다고 선험적으로 상정되는 개체가 오히려 이상한 사고 아닐까? 이렇게 권리나 의무와 같은 무언가를 소유하고.. 2017. 11. 9.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새뮤엘 스마일즈, 『자조론』 ‘생명’이라는 말의 등장 몸, 신체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유방식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늘 변하기 마련이다. 앞서 살펴보았던 해체 신서와 양생훈의 차이는 이를 보여준다. 외부의 영향 속에서 자유로운 신체, 관계에서 떨어져 나온 독립된 신체, 그럼으로써 탄생하는 지켜야 할 몸이라는 관념. 이처럼 우리가 사유하는 몸이란 하나의 고정되고 객관화된 실체가 아니라 세계관에 따라 늘 끊임없이 변화하고 구성되는 산물이다. 생명이란 개념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생명이라는 말은 근대 들어와서 번역과정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말이다. 물론 이전에 생명이란 말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생명(生命)이라는 말은 원래 하늘로부터 받.. 2017. 10. 24. 자연으로서의 몸 자연으로서의 몸 “사람의 몸은 부모를 근원으로 하고 천지를 시작으로 한다.”─가이바라 에키켄, 『양생훈』 앞서 살펴본 신체관의 변화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지켜야 할 몸’의 탄생이었다. 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무언가 외부의 영향을 막아내고, 내부를 지켜야 한다는 발상! 그러나 앞서 보았던 ‘해체신서적’ 사유가 곧바로 일본에 뿌리 내렸으리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양생훈』은 전통적 사상이 아직 강하게 규정되는 예를 보여준다. 동양에서 전통적인 신체관은 『황제내경』에서부터 근대 서구적 신체관이 들어오기 전까지 줄곧 그 자리를 유지해왔다. 에도시대 초기의 철학자 가이바라 에키켄(貝原益軒, 1630-1714)이 쓴 『양생훈』 역시 마찬가지다. 주자학자이자 본초학자였던 그의 저술들은.. 2017. 8. 24. 이전 1 ···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