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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1

『논어』, 절대언어와 역사화 사이(4) - 절대언어 『논어』, 절대언어와 역사화 사이(4)- 절대언어 경전과 절대언어 유학에서는 중심이 되는 주요 텍스트를 경전(經典)이라 부른다. 경학을 연구하는 학문을 경학(經學)이라 한다. 경전과 경학의 성립은 한(漢)제국의 발전과 나란히 진행되며 적어도 명분상으로 경전과 경학은 제국을 운영하는 기준으로 공고화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경(經)이란 말은 기준·중심·표준이란 의미를 품고 있기에 경전은 참조하고 의지해야 하는 고귀한 텍스트였다. 정치뿐 아니라 문화, 역사 등 사회 전반에 중추기능을 하게 된다. ‘이데올로기화되었다’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간단하지 않은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런 까닭에 이전까지는 오래되었거나 훌륭한 책들로 전해진 존재들이 새롭게 권위를 입게 되어 상서(尙書)는 서경(書經)이 되고 구전가요 묶음.. 2020. 11. 6.
러시아적 영성, 죄를 거쳐 예수로 러시아적 영성, 죄를 거쳐 예수로 도스토옙스키, 꼰대가 되다?! 솔직히 고백하겠다.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하 『까라마조프』)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의 내 마음은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다. 맨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것은 까라마조프 가의 셋째, 성스러운 알료샤다. 그가 알고 지냈던 꼬마 일류샤의 장례를 치르며 “우린 틀림없이 부활할 거야. 그리고 다시 만나 기쁘고 즐거웠던 지난날을 이야기하게 될 거야!”라는 낭만적인 말을 내뱉는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부활에의 확신에 차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아니, 세계적인 대문호가 그려낸 서사시의 마지막이 무슨 연출된 교회 부흥회 광고마냥 서술되는 게 내겐 큰 충격이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생각했다. 천성이 냉소적이라 혹시 감동을.. 2020. 11. 5.
까라마조프, 러시아의 길을 보여주다 까라마조프, 러시아의 길을 보여주다 “이게 바로 러시아야!” ‘러시아’하면 지울 수 없는 대사가 하나 있다. 대학교 4학년 때, 여행을 하면서 우연히 노어노문학과 전공의 어린 친구를 만났었다. 그 친구는 러시아를 비롯해 구 소비에트 연방 국가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었고, 유창한 러시아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 그녀가 러시아에서 유학 중이었을 때는 바야흐로 소치 올림픽이 개최되었던 2014년이었다. 은퇴 경기를 치르던 김연아 선수가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러시아 선수에게 금메달을 뺏기고 온 나라가 울분을 터뜨렸던 바로 그 올림픽 말이다. 경기를 보다가 화가 난 친구는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그 자리에서 러시아인 친구에게 대담하게 소리쳤다. “이건 불공평해! 어떻게 김연아가 은메달일 수가 .. 2020. 11. 4.
[生生동의보감] 풍병의 예방, 주리가 열리지 않게 하라 풍병의 예방, 주리가 열리지 않게 하라 고을의 어떤 사람이 갑자기 명치 주위로 몹시 뜨거웠는데 풍을 치료하는 약을 먹고 나았다. 후에 이릉(夷陵)에 가서 한 태수(太守)를 보았는데 여름에 갑자기 열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으므로 땅 위에 물을 뿌린 다음 자리를 펴고 누워 사람을 시켜 부채질을 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갑자기 중풍에 걸려 수일 만에 죽었다. 또 예양(澧陽)에 가서 한 늙은 부인을 보았는데, 여름에 열이 나서 밤에 대청 마루에 나가 누웠다가 다음날 중풍에 걸렸다. (「잡병편」 ‘風’, 1018쪽) 풍(風)은 한의학의 병명 중에서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명칭이다. 주위에 풍에 걸리는 사람이 꽤 있다 보니 증상도 익숙하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거나 몸 한 쪽을 못쓰거나 눈이나 입이 비뚤어지고.. 2020.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