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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간지 Day

한겨울에 지켜야 할 것은 손톱만이 아니다?!

by 북드라망 2013. 12. 10.

자월(子月) 이야기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외출했다 돌아와 보니 자신과 꼭 닮은 사람이 자기 행세를 하고 있지 뭡니까! 외모며 목소리며 행동도 모두 자신과 똑같아서 아무도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집에 먼저 와있던 가짜를 진짜로 생각해서 오히려 진짜를 쫓아냈지요. 길을 가다 만난 나그네에게 신세한탄을 하니, 그 사람이 고양이를 데리고 가서 가짜 옆에 두라고 했지요. 그 길로 돌아온 진짜, 고양이를 풀어놓으니 갑자기 가짜 주인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물고 늘어졌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주인이 휙 내버린 손톱을 먹은 쥐 한 마리가 주인의 모습으로 변신했던 겁니다!

저는 어린 시절 이 전래동화를 읽고 너무 무서워서(언젠가 나와 꼭 닮은 가짜가 나타날까봐) 손톱을 늘 화장지에 잘 싸서 버리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지요. 하하;; 오늘 살펴볼 지지가 바로 이 이야기 속 주인공인, 동물로는 쥐를 의미하는 ‘자’(子)입니다.


여러분도 손톱 관리 잘 하세요! (응?)


겨울의 정점을 찍다


겨울의 시작이 해월(亥月)이라면 자월(子月)은 겨울의 정점입니다. 24절기로는 대설과 동지가 속해있죠. 먼저 글자부터 살펴볼까요? ‘자(子)’는 갓 태어난 아이를 표현한 상형 글자라 합니다. 아이들은 머리와 몸의 비율이 좀 비슷하죠~ 처음에는 ‘료(了)’의 형태였다가 한 획(一)이 추가되면서 아이가 두 팔을 벌린 모습으로 변한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 미숙한 상태의 아이’라는 뜻이 여기에서 파생되었지요. 또한 ‘자’는 씨앗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구기자, 오미자 같은 한약재들의 이름은 대부분 씨앗을 가리킵니다.

쥐의 특성을 살펴보면, 번식력이 어마어마합니다. 고양이가 어떻게 사람들과 동거하게 되었는가, 그 기원을 추적하다보면 이집트로 가게 됩니다. 사람들이 먹을 곡식들을 쥐가 마구 먹어대는 통에 식량을 지키기 위해 고양이를 길들였다는 설이 있거든요. 묘하게도 고양이는 본능적으로다가 쥐에 반응합니다. 그래서 애묘인들의 핫 아이템 중 하나가 쥐돌이, 라는 이름의 쥐 모양 장난감이지요.

어...어쨌든 쥐는 지구상에서 인간 다음으로 가장 수가 많은 포유동물입니다. 작은 몸집으로 어디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강한 앞니로 무언가를 긁어 통로를 만들기도 하고, 또한 수영도 잘 하고 뒷발로 서서 앞발로 뭔가를 자유롭게 쥐기도 하고… 이렇듯 생존력이 뛰어납니다. 쥐는 햇빛을 싫어해서 주로 야밤에 활동하지요. 그래서 쥐의 시간[子時]은 밤 11시 30분부터 오전 1시 30분까지입니다.


『오행대의』(五行大義)에서는 자를 “양기의 이름에 새끼를 낳고 길러서 커 가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자는 음력 11월에 해당하며 … 즉, 가장 춥고, 가장 어두운 때다. 이때에 번식력이 왕성한 쥐를 배속하고 양기가 일어나며 새생명이 탄생한다고 했으니 좀 의아할 게다. 사실 이게 음양의 조화다. 음이 가장 왕성할 때 그 반대인 양이 시작되는 역설. 우리 눈에 띄진 않지만 자월은 음이 줄어들고 양이 시작되는 때다.


―『갑자서당』, 168쪽


대설은 64괘 중 지뢰복괘입니다. 해월은 순음으로 6개의 효가 구성되었는데, 자월에는 맨 아래부터 양의 기운이 차츰 올라오기 시작하는 모습이지요. 우리가 새싹을 볼 때에는 흙 위에 돋아난 모습만 보지만, 그 이전에 씨앗 상태에서 껍질을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흙 안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인 셈입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양기가 돌아오는 것을 맞이하기 위해 동지가 되면 화의 기운을 의미하는 붉은색 음식, 팥죽을 먹었다고 하네요. 또한, 새로운 양이 시작하므로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사주명리로 본 자수


사주명리에서 자는 음수(陰水)다. 지장간에는 계수와 임수를 품고 있다. 그래서 맑고 깨끗한 물, 차가운 이슬, 계곡물을 자수로 본다. 특히 사주에 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물처럼 지혜롭고 총명하며 끼가 많다. 또한 감수성이 예민하고 남들이 잘 모르는 곳에서 노력한다. 쥐처럼 날렵하고 민첩하며 조심성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애교가 많아 주변에 늘 사람이 많다. 그래서 사주명리에서 자는 도화살에 해당한다. 도화살이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으며 끼가 많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자는 은밀하고 감추는 것이 많고 소극적인 면도 다분하다. (갑자서당, 168~169쪽)


주변에 자수를 가진 사람이 없나 하고 떠올려보니, 옆자리에 앉은 편집자 k님이 바로 무자(戊子)일주! 그리고 약선생의 철학관을 운영 중인 약선생님도 똑같은 무자일주로군요! 자수를 지지에 깔고 있어서인지 제가 느낀 두 분의 공통점은 꾀가 많다는 점?!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날렵한 모습을 목격할 때가 많았습니다.^^

자수가 어떤 배치에 있느냐에 따라 그 영향력이 달라집니다. 『六甲』을 펼쳐보았습니다. 60갑자의 시작인 일주를 “강의 수달”로 보았네요. 저도 수달 참 좋아하는데요, 강의 수달이라고 하면 활발하면서도 똘망똘망한 모습이 막 연상되지 않으십니까? +_+


제 하드에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수달! ^^


다음으로는 일주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름도 멋진 “고독한 영웅”이라고 써 있네요. 병화는 양의 기운 중 가장 밝은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천간은 하늘의 기운이자, 지향하는 방향입니다. 지지는 땅의 기운이자 현실의 장이구요. 그러니 이 일주의 모습은 뜻은 태양처럼 원대하지만, 실제로는 차가운 물…이므로 포부와 현실이 안 맞는 셈입니다. 비난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듯, 이 일주 역시 고독한 기운을 타고났다고 보는 것이지요.


히어로 중에서 유난히 친구도 별로 없는 느낌이라...배트맨이 떠오르더군요. ^^;



다음은 바로 일주! 무려 “해변의 철학자”네요! 역시 철학관 운영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나봅니다. ㅋㅋ 물과 땅이 만나는 곳, 해변가에서 사색에 잠겨 있는 철학자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지지의 자수는 천간인 무토에게 ‘재성’에 해당합니다. 재성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힘이지요. 이 결과물은 가만히 있다고 해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닐터! 아마 활발한 힘으로 결과를 빚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본 것 같습니다.


너무 건장해서 죄송합니다만, 대략 이런 느낌?!


다음은 일주입니다. “천진한 소년”이라고 합니다. 사주에서 경, 자는 명예욕이나 물욕, 색욕보다는 생존의 기본 욕망인 식욕이나 수면욕 정도만 소유하고 있는 기운으로 봅니다. 그러므로 배부르면 놀고 졸리면 잠자는 깨끗한(!) 상태인 것이지요. 그래서 어린아이와 같다는 의미로 풀이하나 봅니다. 만약 같은 글자가 나란히 있으면 그 힘이 더욱 세겠지요. 경금과 자수의 관계는 어떨까요? 금의 기운은 물의 기운을 낳습니다. 즉, 경금에게 자수는 ‘식상’입니다. 식상은 표현력이기도 하고, 자식이기도 하고, 자신이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분들에게는 무언가 시작하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고, 또 수월하게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다른 글자와의 배치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니 어린 아이와 같은 모습이라는 점에 고개가 끄덕끄덕 해지는군요.


밥은 중요하니깐요~ >_<


마지막으로 壬子일주를 살펴보겠습니다. 양의 기운을 가진 임수와 음의 기운을 가진 자수가 만났으니 이건 완전 물바다! 아니나 다를까 “망망한 수평선”이라고 하네요. 자는 지장간에도 계수만 있기 때문에 요리보고 저리 봐도 물 밖에 없습니다. 스케일로 치자면 태평양 정도? ^^ 비슷한 일주로 계해가 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로 물바다입니다. 그런데 하늘과 바다의 비율을 볼 때 이 두 개의 일주가 약간 다릅니다. 계해일주가 하늘과 땅의 비율이 2:3라면 임자 일주는 3:2정도입니다. 즉, 임자일주가 하늘의 영역이 더 넓다고 본 것이지요.


자시니까 밤일 것 같네요. ^^



자월을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예전에는 천자가 겨울이 되면 성문도 닫고, 창문도 닫고, 심지어 병뚜껑이나 그릇 뚜껑까지도 잘 닫도록 단도리했다고 합니다. 하나씩 움트기 시작하는 양기가 열린 뚜껑 사이로 새어나가면 양기가 제대로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러고 보면 가끔 우리도 겨울인데 날이 잠깐 따뜻하다고 피어버린 개나리나 목련을 목격하곤 합니다. 얘들은 진짜 봄이 오면 어쩔려구 그래~ 하는 말이 절로 나오지요. 연애에도 타이밍이 중요하듯, 생명 차원에서도 타이밍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자월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요? 『동의보감』에서는 겨울철에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또한 기운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저장하는 기운을 써야 합니다. 음을 뚫고 터지기 직전의 양기가 우리 몸속에도 요동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 역시도 자연이니까요. 그러니 마개를 꽉 닫아서 이 양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잘 간직하면 좋겠습니다.


조용한 겨울이 다소 심심해 보이나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사계절 내내 화기를 돋우는 때라 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이 고요함이 삶의 권태인 것처럼 느끼게 되죠.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혼자 고요히 휴식을 취하는 게 즐거울 때도 있고, 아무리 주변에 사람이 많고 시끄러워도 괴로울 때가 있죠. 외부의 조건이 꼭 자신의 기분을 좌우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기 안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그것이 겨울철에 귀한 양기를 지키는 지름길입니다. (『절기서당』, 244~245쪽) 




만수(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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