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꽃보다 열매! 만물이 결실을 맺는 유월

수확의 계절, 유월(酉月)


요즘 연일 일교차가 큰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열대야에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어느 샌가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서늘해졌네요. 독자 여러분도 차가운 날씨에 몸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이제 새벽에 추워요~


가을은 신(申).유(酉).술(戌)의 세 지지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신금(申金)과 유금(酉金)은 가을을 주관하는 ‘금기운’이고, 술토(戌土)는 가을과 겨울을 매개하는 ‘토기운’입니다.(자세한 내용은 ‘가을의 시작, 신월’을 참고하세요.) 지난달, 신월은 가을의 길목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무더웠습니다. 아직은 여름의 온기가 남아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가을의 중간에 위치한 유월(9월 7일 백로부터 시작)은 완연한 가을 날씨입니다. 하늘은 높고 청명하고 대기는 차가워지죠.


이때 천지를 주관하는 것은 바로 수렴하고 응축하는 가을의 금기운, 이른바 ‘숙살지기(肅殺之氣)’입니다. 숙살지기는 가을의 산천초목을 숨죽이게 하는 살기(殺氣)라고 하죠. 성숙한 결실은 거둬들이고, 미처 열매 맺지 못한 쭉정이들은 버려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숙살지기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유월에 풍요의 제사를 지내는 추석이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유월의 절기로는 가을을 재촉하는 ‘하얀 이슬’이 내린다는 백로(白露)와 춘분과 같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추분(秋分)이 있습니다.



의미로 풀어본 유금


술독 모양에서 유래된 '유(酉)'

(酉)는 동물로 닭을 뜻합니다. 닭은 옛날부터 밤의 암흑을 쫓아내고 광명의 태양을 불러내는 상서로운 새라고 여겨졌습니다. 닭이 울면 새벽이 오고 잡귀가 달아나기 때문에 닭은 해로운 기운을 없애는 동물이라고 믿은 것이죠. 그래서 무속신앙에서도 닭을 잡아서 신령이나 조상신의 제사에 제물로 바치고, 닭의 피로 부적을 쓰기도 했습니다. 


『갑자서당』에서는 유(酉)를 배는 볼록하고 목은 잘록한 술독의 상형으로 봅니다. 고대인들은 가을의 추수가 끝나면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술을 빚어서 유(酉)자 모양의 술독에 보관했는데 그때가 보통 음력 8월이었죠. 그래서 고대인들은 ‘음력8월’을 ‘유월’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오행대의』에서는 유를 ‘늙은 것(老)’ 혹은 ‘익은 것(熟)’이라고 풀이합니다. 만물이 극도로 성숙하고 늙어가는 시기가 유월이라는 뜻이죠. 이것은 『연해자평』에서 ‘유는 취(就)이다’라고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입니다. ‘취(就)에도 만물을 성숙하게 한다는 의미가 들어있기 때문이죠.

만물은 봄에 싹을 틔우고 여름에 무성하게 자란 뒤, 가을의 신월에 이르러 형체를 갖춥니다. 하지만 아직은 겨우 형체만 갖췄을 뿐이고, 겉과 속이 단단하게 결실을 맺는 것은 유월이죠. 이것은 십이지지 가운데 가장 수렴성이 강한 유금만이 할 수 있는 작용입니다. 마치 닭이 온몸의 기운을 응축해서 달걀을 낳는 것과 비슷하죠. 유금은 결실을 맺어 완벽한 결과물을 내는 기운입니다.



사주 명리로 본 유금


그래서 유가 사주에 있는 사람은 선견지명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유를 가진 사람은 직관력이 발달하고 꿈이 잘 맞고 신경이 예민하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내기도 하며 또한 누구도 나서기를 주저하는 일에도 잘 나선다. 서릿발 같은 의리와 절개를 지키는 것도 유를 가진 사람의 특징이다. 유금은 날카로운 금속, 보석, 칼 등을 상징한다. 유금은 맺고 끊는 것에 냉철하며 아름다운 보석처럼 자신을 치장하려는 성향도 강하다. 이것이 지나쳐 자신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도 유금의 특징이다. 유금은 도화살에 해당한다.

『갑자서당』182쪽


사주명리에서는 유금이 어떻게 해석되는지 『누드글쓰기』의 사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사주의 주인공은 시지(時支)와 연지(年支)에 두 개의 유금이 있습니다. 일간이 신금(辛金)이니까 같은 오행을 지닌 유금은 비겁에 해당하겠네요. 천간에도 두 개의 신금(辛金)이 있으니 사주팔자 가운데 네 글자가 비겁으로 구성됩니다. 게다가 시지와 연지의 유금은 월지의 진토(辰土)와 합을 해서 금을 낳습니다.(진유합금 : 辰酉合金) 일명 비겁과다형 사주라고 하죠. 비겁이 과다한 사람은 성격이 똑 부러지고 주체적이지만, 독선적이거나 냉혹함으로 치우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주인공처럼 신금이 일간(日干)이거나, 지지(地支)에 천간(天干)의 신금과 같은 속성을 지닌 유금이 있으면 성격이 한층 더 강하게 드러납니다. 


나는 영락없는 신금이다. 그것도 조금 과한 신금이다. 연구실 친구들이 이런 내게 ‘절대 반지’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그런데 나는 절대 반지보다는 절대 사용할 수 없는 반지일 때가 많았다. 신금의 악랄함을 고루 갖췄고, 결정적으로 쟁여뒀다 뒤통수치기의 대가이다. 차곡차곡 쌓여 있는 옛 기억들은 녹슨 고철처럼 나를 짓누른다. 이따금 가슴속에 쌓인 화를 쏟아내노라면 나는 어느새 난폭한 흉기로 돌변해 있다.


『누드글쓰기』62쪽


비겁이 과다한 사주는 주인공처럼 평소에 약속과 의리를 잘 지키고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 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또는 비겁과다로 인한 자의식을 상쇄시키기 위해 말이나 글쓰기로 자신을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주인공은 남산강학원에서 어린이 프로그램 강사로 활동하는데, 강의하고 책을 쓰면서 최선을 다해 편벽된 사주를 순환시키고 있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닭은 과거부터 상스러운 동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유가 사주에 있는 사람은 선견지명이 있다고 본다. 실제로 유를 가진 사람은 직관력이 발달하고 꿈이 잘 맞고 신경이 예민하다.”고 한 것이죠. 사주에 유금이 두 개나 있는 주인공도 남다른 선견지명과 예지몽으로 연구실에서는 주술사(?)로 통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꿈을 자주 꾸는데 그 꿈이 신기하게 들어맞을 때가 많죠. 물론 헛다리를 짚을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촉’이 발달한 것은 사실입니다. 거기에는 주인공의 특이한 집안내력도 한몫 하죠. 주인공의 집안은 종교가 ‘무속’이었고 자신 역시 열렬한 신도였습니다.


여기 주인공과 무속의 찐한 관계를 보여주는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한번은 낙뢰를 조심하라는 무속인의 말을 듣고는 등산도 끊고 높은 곳도 쳐다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벼락이 연구실 건물 위로 떨어졌고 주인공의 머리 위에 있던 형광등이 와장창 깨졌다고 하네요. 다행히 다치지는 않았지만 주인공은 그 뒤로 다시는 점을 보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리 화를 당할 것을 안다는 게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지지에서는 자오묘유(子午卯酉)를 도화살로 봅니다. 도화살은 ‘인기살’이라고도 해서 도화살을 가진 사람은 연예인, 예술가, 방송인, 등 끼와 인기가 필요한 직업을 선택하면 좋습니다. 도화살은 일지에 있을 때 가장 강하고, 월지에 있을 때는 그다음으로 강하고, 연지와 시지에 있을 때는 약하게 작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주에 도화살의 개수가 많을수록 작용이 크다고 보죠. 주인공은 시지와 연지에 도화살에 해당하는 유금이 있으니 자리로 볼 때는 약하지만, 개수로 볼 때는 약하다고 할 수 없겠죠.(더 자세한 내용은 『누드글쓰기』를 참고하세요.) 물상으로 유금을 살펴보면 을유는 ‘암벽의 풍란’, 정유는 ‘바위 위의 촛불’, 기유는 ‘제주도의 일출봉’, 신유는 ‘천연의 원광석’, 계유는 ‘반석 위의 옹달샘’을 뜻합니다.(자세한 내용은 『육갑』을 참고하세요.)


유월을 보내는 방법


동양에서는 오후 5시 30분에서 7시 30분까지를 유시(酉時)라고 합니다. 양기가 치성하는 여름에는 대낮같이 밝은 시간이지만, 음기가 차오르는 가을에는 해가 지는 시간이죠. 이때는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하루를 돌아보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내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유시 이전에 해야 할 일을 마무리 짓고,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죠. 요즘처럼 밤늦게까지 못다 한 일을 하는 것은 자연의 리듬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습니다. 유월도 유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유월은 묘월(卯月)부터 밀고 왔던 계획을 서서히 마무리 지어야 할 때입니다. 마지막으로 계획을 점검하고 다시 한 번 중요한 알곡과 불필요한 쭉정이를 골라낼 수 있는 단호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마지막 마무리까지 정신집중!!!


곰진(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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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길 도 2013.09.16 19:53 답글 | 수정/삭제 | ADDR

    지금까지의 생각으로는 삶에 답이 없어서, 여러 길을 찾던 중에 역학을 배우게 됐는데요. 사주 공부하면서 오히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많았어요. 특히 결여에 대한것 무식상, 무재, 무관, 등등 없으면 없다는 것조차 몰라서...남이 볼땐 이상한데, 자기만 모르는...그런 성격을 가진다는 설이 많은데, 게다가 사주를 지금 내게 일어나는 일의 알레고리로 읽게 되면, 비극도 그런 비극이 없더라구요. 오행이나 간지 말고 특히 육신으로 읽게 되면 진짜 성격, 심리, 너무 불구적으로 해석을 많이 해요. 제가 안 풀리는 일로, 사주공부 시작했다가 너무 절망스럽고, 특히 과다나 고립같은 것도 너무 흔하구요. 합충이 있어버리니 과다도 많고 글자만 있어서 되는게 아니라 배치에 따라 고립도 되니까. 이거 사주가 좋은 경우는 극히 드물어요. 사주 잘 만나서 잘먹고 잘 살겠다는 게 아니라, 다들 고통에서 조금 벗어나고 싶다는 의미에서 사주를 보는데, 사주라는 것 자체가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특히 사주에서 나오는 성격이 심리검사보다 디테일이 떨어지지 않나 싶어요. 비겁과다에게 유연성이 필요하다 해서 비겁과다인 사람이 인간관계 등을 유연하게 하라고 했더니, 쟁재피해(정신적 물적)가 엄청난 경우도 있구요.

    여기 글쓰시는 분들은 어떤 생각가지고 계시는지요.
    저는 누드글쓰기, 갑자서당 여기에 나온 책 다 읽었는데요. 알레고리, 원형적 상징에서 어떤 의미를 끌어오는 것 말고, 정말로, 이걸 제 인생의 바코드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그 바코드는 무슨 뜻인지요.
    같은 해, 같은 월, 같은 일, 30분 늦게 태어나면 오행 음양 거기에서 합충, 도식, 상관견관 등등 모든 게 달라지는데, 사주가 계절학이라면 과연 이게 말이 될까요.

    • 북드라망 2013.09.23 11:09 신고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말씀하신 내용이 두 가지 정도 이야기로 읽히는데 여기에 대한 답변을 드리자면,
      저는 좋은 사주, 나쁜 사주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에도 나온 내용이지만,
      자신이 어떤 사건에서 배울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흉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사주명리에서 '좋은 사주'로 보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가질 수 없다고 좌절하고, 결핍감을 느끼는 것보다
      내가 가진 여덟 글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것이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에서 제가 읽고 배운 태도입니다.
      물론 저도 없는 글자에 대한 욕망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의 사주가 부러울 때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진 것들(일종의 리듬이자 습관)과 어떻게 직면할 것인가, 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에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바코드'를 말씀하셨는데요,
      사주명리는 태어난 시기의 시공간이 나를 구성한다, 는 의미에서 '바코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태어나 처음 폐호흡을 할 때의 기운이 내 몸에 기억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건강과도 연결이 되는 것입니다.)

      토(土)의 일간을 가진 사람이 음양으로 나뉘는 것 외에도
      봄에 태어났는지, 겨울에 태어났는지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그 글자들의 배치에 따라 또 달라지고요.
      이부분은 음양오행, 시공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더욱 많은 것들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도식적으로 목은 뭐다, 수는 뭐다 이렇게만 적용하다보면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심리검사와 다를 바도 없고, 재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답변이 너무 길어졌는데요,
      사주명리를 삶의 네비게이션으로 쓰고 안 쓰고는 자신의 선택인 것 같습니다.
      고통을 벗어난다는 것, 이게 어떤 방식인지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통을 피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고통을 직면하고 넘어서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답변이 되셨길 바랍니다.

    • 길 도 2013.09.29 16:29 수정/삭제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래도 참 어렵네요.ㅠㅠ 열공해야겠어요

  • 애독자 2013.09.19 00:25 답글 | 수정/삭제 | ADDR

    글 잘봤습니다^^
    단호함이 필요한 시기 맞는것같아요
    감사합니다~

    • 북드라망 2013.09.23 11:14 신고 수정/삭제

      가을이 좀 매서운 시기이더라구요.
      하지만 이러한 단호함 없이는 다음 해에 새로운 열매를 얻을 수 없겠지요? ^^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