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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주역서당

천지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 선천팔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8. 30.

우주의 DNA 혹은 아바타, 팔괘 - 선천편


가까운 미래, 지구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나먼 행성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판도라의 독성을 지닌 대기로 인해 자원획득에 어려움을 겪게 된 인류는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Navi)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 원격 조정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체 ‘아바타’를 탄생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 영화 아바타 줄거리 중에서


2012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의 줄거리다. 그런데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영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제임스 카메론과 구글의 창업자 에릭 슈미트 회장이 ‘플래니터리리소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지구근접소행성’에서 희토류(희귀금속)와 물을 채굴하는 야심 찬 프로젝트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플래니터리리소스는 소행성에 막대한 양의 자원이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그 자원을 개발해 지구의 자원고갈에 대비할 계획이다. 



플래니터리리소스의 계획은 우주가 지구와 같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우주를 지구와는 판이한 환경을 가진 별세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빅뱅이론에서는 우주가 처음에는 밀도가 매우 높고 작은 동그라미 형태였는데, 빅뱅 이후 무한정 팽창하면서 지금의 우주가 구성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니 우주에 포함되는 ‘창백하고 푸른 점’ 지구도 우주와 동일한 물질과 시공간을 공유할 수밖에 없다. 지구는 우주의 아바타인 셈이다. 


7,000년 전, 천하를 다스린 복희씨는 처음으로 우주의 원리를 간파한 인물이다. 복희씨는 “머리를 들어 하늘의 모양을 관찰하고 머리를 숙여 땅의 법칙을 관찰하고 새와 짐승의 무늬를 관찰하여 땅의 도리와 함께했으며 가까이는 몸의 각 부분에 근거하고 멀리는 여러 물건에 근거하여 팔괘”(『주역』,「계사전」)를 만들었다. 복희씨는 먼저 하늘을 보고 우주의 이치를, 땅을 보고는 지구의 이치를 깨달았다. 끝으로 하늘과 땅 가운데 존재하고 있는 인간의 몸을 살폈다. 그리고 천지인(天地人)의 관계성을 통해 ‘팔괘’를 그린다. 즉, 팔괘는 우주, 지구, 사람의 정수가 담긴 아바타 혹은 DNA인 셈이다. 요즘 과학에서는 DNA만 가지고도 생물체의 전모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주적 DNA 팔괘를 공부하면 그 속에 새겨진 우주 만물과 변화의 이치를 알 수 있다. 이제 우주의 아바타 팔괘를 본격적으로 살펴보자.



팔괘, 천지자연을 품다


일단 DNA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게놈 지도(유전자지도)가 있어야 하듯이 우리도 공부를 도와줄 ‘선천팔괘 방위도’가 필요하다. 친절하게도 편집자가 방위도를 첨부했으니 방위도를 지도 삼아 출발해보자. 선천팔괘는 건(☰), 태(☱), 리(☲), 진(☳), 손(☴), 감(☵), 간(☶), 곤(☷)의 순서다. 그래서 건부터 곤까지 차례대로 1,2,3....8의 숫자로 표현된다. 팔괘는 모두 의미하는 바가 있는데 건-하늘(天), 태-바다(澤), 리-불(火), 진-우레(震), 손-바람(風), 감-물(水), 간-산(山), 곤-땅(地)이다. 이것의 본래 이름을 일건천(一乾天), 이태택(二兌澤), 삼리화(三離火), 사진뢰(四震雷), 오손풍(五巽風), 육감수(六坎水), 칠간산(七艮山), 팔곤지(八坤地)라고 부른다.



방위도에서 먼저 살펴볼 것은 상하(上下)축이다. 위에는 하늘을 뜻하는 건괘가 있고, 아래는 땅을 뜻하는 곤괘가 있다. 가벼운 것은 위로 올라가 하늘이 되고, 무거운 것은 아래로 내려가 땅이 되었다. 건과 곤은 하늘과 땅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이번에는 좌우 축을 보자. 왼쪽에는 불을 뜻하는 리괘가 있고, 오른쪽에는 물을 뜻하는 감괘가 있다. 이것은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즉, 상 ․ 하 ․ 좌 ․ 우 네 위치(정방:正方)에서는 하늘의 변화가 드러나 있다. 반면, 네 정방 사이에는 서북쪽에 산을 뜻하는 간괘가 있고, 동남쪽에 못을 뜻하는 태괘가 있다. 동남쪽 바다의 물 기운이 서북쪽 산간지대의 불기운과 교류해서 구름, 비, 바람, 천둥을 일으킨다. 이것은 땅에서 벌어지는 조화를 보여준다. 이처럼 선천팔괘는 하늘과 땅, 즉, 우주변화의 원리를 품고 있다. 



선천팔괘의 원리는 우리의 하루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일건천과 이태택은 태양(太陽)이고, 오손풍과 육감수는 소양(小陽)으로서 밝은 낮에 해당한다. 반대로 칠간산과 팔곤지는 태음(太陰)이고, 삼리화와 사진뢰는 소음(小陰)으로 어두운 밤이다. 눈치를 챘겠지만, '양'(陽)은 낮을 주관하고, '음'(陰)은 밤을 주관한다. 다시 방위도를 보자, 시계방향으로 곤괘를 기준으로 왼편의 네 괘는 양이 점차 자라는 오전이다.(사진뢰→삼리화→이태택→일건천) 반대로 오른쪽의 네 괘는 음이 점차 성하는 오후다.(오손풍→육감수→칠간산→팔곤지) 여기서 양이 자라는 과정을 '변'(變)이라고 하고, 음이 자라는 과정을 '화'(化)라고 한다. 우리가 쉽게 말하는 변화(變化)라는 말에도 우주의 원리가 담겨 있다. 또한, 우리에게는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가 무궁한 변화의 작용으로 구성된다니 감동적이지 않는가! 


하루가 변화하듯 DNA를 공유한 우리도 매순간 변화해야 한다. 하지만 우주의 원리와 별개로 우리는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더 움켜쥐려고만 한다. 우리 몸에는 우주로부터 품부 받은 변화의 DNA가 새겨져 있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몸과 욕망의 간극은 인간이 천지자연은 물론 자기 몸을 탐구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다. 단적인 예로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 가운데 건강한 사람이 드물다. 대부분 변화의 이치를 외면하고 소유와 집착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과 우주를 연결하는 DNA를 일깨워 변화하는 신체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 우리의 몸에 팔괘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팔괘, 인간의 몸을 품다


우주는 대우주 인간은 소우주라는 말이 있다. 우주와 인간이 서로 동일한 법칙을 토대로 소통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다. 청나라 의사 당종해는 그의 저서 『의학통설』에서 태아의 형성과정을 선천팔괘로 설명하고 있다.


첫달은 양의 정기(精)가 있어야 하고, 이것이 사람의 머리를 생겨나게 한다. 머리는 하늘(一乾天)을 의미한다. 그다음에는 기(氣)가 있어 액(液)이 생겨나는데 이것이 폐를 생겨나게 한다. 여기서 액은 택액(澤-바다)을 말하며 이태택(二兌澤)과 상응하는 것이 된다. 이어서 기와 액이 화하여 합하면 열(熱)이 되는데, 이 열은 심장을 만든다. 삼리화(三離火)에 해당한다. 여기까지가 석 달이다. 넉 달째가 되면 비로소 태아는 움직이기 시작하고 간이 생겨난다. 엄마가 태아의 움직임, 즉 태동을 느끼는 때가 바로 이때다. 움직임은 사진뢰(四震雷)와 상응하는 것이다. 다섯째 달이 되면 태아가 엄마의 기를 따라 호흡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오손풍(五巽風)에 해당한다. 그리고 여섯 달째가 되면 엄마 뱃속의 태수(胎水)가 많아지고 신장이 생겨나는데, 이에 해당하는 팔괘가 육감수(六坎水). 일곱 달째에는 태아의 장위(腸胃)가 생겨나니 칠간산(七艮山)이 되고, 다음으로 살과 근육이 생겨나니 팔곤지(八坤地)가 된다.


당종해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된 뒤 태아가 형성되는 과정을 우주의 형성과 결부시켜 설명한다. 머리는 하늘, 폐는 바다, 심장은 태양과 상응한다. 이 얼마나 멋진 자기 긍정인가. 다시 한 번 인간의 몸이 천지자연을 복제한 DNA라는 것이 실감 난다. 그래서 옛날에는 엄마 뱃속에서 8개월을 다 채우고 태어나는 아이는 온전하게 우주적 마디를 넘었다고 보고 장수하고 부귀를 누린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처 달을 채우지 못하고 태어나면 칠삭둥이라고 해서 자연법칙에 순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았다. 



이제 인간은 ‘내 몸이 우주다’라는 ‘미친(?) 존재감’을 잊은 지 오래되었다. 밖에서 잘못 말했다가는 사이비 도사 취급받기 일쑤다. 자신에 대한 자의식은 높은 담장처럼 굳건해졌지만, 자신을 스스로 긍정하던 우주적 상상력은 전무한 상태다. 이제 인간에게 천지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도 배경이나 대상일 뿐이다. 그런 탓에 자신의 몸조차 소외시키고 있다. 극단적인 예가 성형중독이다. 이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상품화하고 대상화하는 행위다. 이제 다시 우주와의 소통을 시작해야 할 때다. 선천팔괘를 아는 것에서부터 내 몸속의 잠자는 우주 DNA는 다시 활성화될 것이다. 선천팔괘 자체가 천지자연의 이치가 담겨 있는 아바타 혹은 DNA이기 때문이다. 


나선미(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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