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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주역서당

아파야 산다! 천지자연에 펼쳐진 상극(相克)의 이치 '낙서(落書)'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8. 16.

낙서, 시련은 나의 힘!
 

물을 다스려라!


지난 번 주역서당에서는 복희씨와 하도의 원리에 대해 살펴보았다. 복희씨가 천하를 다스릴 때, 하수(河水)에서 용머리에 말의 몸을 한 상서로운 동물이 나왔는데 그 등에 새겨진 무늬가 하도라는 바둑판 모양(?)의 그림이다.(자세한 내용은 '하도(河圖), 수와 괘의 기원이 된 그림' 을 참고하세요.) 오늘은 하도와 함께 주역의 기본이치를 담고 있는 ‘낙서’(落書)를 살펴보기로 하자. 때는 복희씨의 시대를 지나, 우임금이 천하를 다스리던 시기였다. 



약 4천여 년 전 중국은 해마다 홍수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에서 모든 것을 잃은 백성들은 도탄에 빠졌다. 그래서 순임금이 곤이라는 사람으로 하여금 홍수를 다스리게 했다. 흙을 높게 쌓아서 물을 막고, 물길을 돌리는 것이 전통적인 치수방법이었다. 그래서 곤은 물을 막기 위해 둑을 쌓아서 치수(治水)사업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둑을 튼튼하게 쌓는다 해도 강한 물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세찬 물줄기는 곤을 비웃기라도 하듯 둑을 타고 넘어 백성의 터전을 짓밟고 말았다. 결국, 곤은 치수에 실패했고, 곤의 아들 우(禹)가 아버지의 유업을 이어받는다. 


우는 아버지 곤이 했던 것처럼 둑을 쌓아서 물길을 막는 방법을 따르지는 않았다. 우는 인위적으로 물길을 막는 것이 아니라, 물길을 터서 분산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것은 물이 흐르고자하는 자연스러운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우는 13년간 물을 다스리는 데 전념했고, 덕분에 치수에 성공을 한다. 여기서 잠깐, 손오공의 여의봉을 언급하려고 한다. 당시 우가 물길을 트면서 강과 바다의 밑바닥을 다지는데 사용했던 쇠방망이가 손오공의 여의봉이 되었다고 한다. 여의봉의 가공할만한 위력이 우왕의 치수 능력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우 임금은 천지의 원리인 낙서의 이치를 통해 천하를 잘 다스려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었고 지금까지 현군으로 추앙받고 있다.



땅의 이치를 풀어라! ‘거북이 코드(turtle code)’



우가 한창 치수 사업에 전념할 때 낙수(落水)라는 강가에서 신령한 거북이 한 마리가 나왔다. 거북이는 외양부터가 범상치 않았는데 머리와 등껍질, 다리에 특이한 무늬가 있었다. 그 무늬가 바로 오늘 살펴볼 ‘낙서’(落書)다. 그런데 이 신화의 레퍼토리는 지난 시간, 용마가 하도를 짊어지고 나온 이야기와 비슷하다. 하도가 용마라는 하늘의 전령사가 하늘의 이치를 복희씨에게 전한 것이라면, 낙서는 땅의 사자 거북이가 땅의 이치를 우임금에게 전한 것이기 때문이다.(옛날부터 동양에서 거북이의 등은 땅을 상징한다.) 이처럼 하늘과 땅의 어우러짐이 변화(易)를 만들고 있었다.

  

그럼 거북이의 등에 새겨진 낙서는 어떤 그림일까? 낙서의 그림을 살펴보면 우선 ‘우물 정(井)’자가 한 눈에 들어온다. 상·하·좌·우의 여덟 방위와 가운데 중앙을 합해서 총 아홉 개의 사각형(宮)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을 ‘구궁수(九宮數)’라고 한다. 옛날부터 중국 사람들은 천하가 아홉 개의 땅(九州)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구궁수와 관련이 있다. 우는 구궁수를 보고 정전법(토지를 우물 정(井)자로 9등분하여, 주우의 8구획은 8개의 집이 각자 경작하고, 중심의 1구획은 8개의 집이 공동으로 경작해서 정부에 조세를 바치는 제도)을 실시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아홉 가지의 큰 법, 홍범구주(洪範九疇)를 폈다. 현명한 군주인 우임금이 땅의 이치가 담긴 낙서의 구궁수를 보고 세상을 다스리는 규율을 만들었다. 천지에 펼쳐져있는 비밀코드가 하도(상생의 이치)와 낙서(상극의 이치)였고, 복희씨와 우임금은 용마와 거북이의 등에 새겨진 비밀코드를 풀었던 것이다.  



시련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상생의 순환을 하는 하도와 상극의 순환을 하는 낙서


낙서의 상극의 이치는 사계절의 변화에서, 그 가운데서도 여름에서 가을로 변화하는 이맘때에 잘 드러난다. 하도에서는 4·9금이 서쪽에 있고, 2·7화가 남쪽에 있다. 그런데 낙서에서는 2·7화가 서쪽으로 가고 4·9금이 남쪽으로 와서 금화가 교역을 한다. 낙서의 금화교역으로 인해 오행은 상극의 배치 속에 들어가게 된다. 봄에서 여름,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계절의 변화에 비해 여름의 뜨거운 열기가 가을의 차가운 수렴 기운으로 바뀌는 것은 상당히 급작스러운 변화다. 


음양오행에서도 봄에서 여름(목생화), 가을에서 겨울(금생수)은 상생의 기운을 타지만,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 갈 때는 ‘화극금’, ‘금화교역’이라는 상극의 기운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금화교역은 상극이기에 일종의 시련이다. 봄에 생명이 시작하고, 여름에 만물이 성장하고, 가을에 낙엽이 지고, 겨울에 죽음을 맞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생(生)은 길한 일이고, 극(克)은 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을의 수렴 기운이 없다면 결실을 맺을 수 없는 것처럼 상극 작용은 반드시 필요하다. 앞에서 우임금이 치수사업에 성공한 것도 상극 작용을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다. 


혹시 메기효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성격이 급한 미꾸라지는 아무리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어도 운반과정에서 많은 수가 죽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 미꾸라지의 천적인 메기를 함께 두면 미꾸라지들이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긴장하게 되어, 장시간 운반을 해도 생기를 잃지 않는다. 상극작용인 시련이 생에 대한 의지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천지에서 상극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원리이다.


가을이 되면 봄·여름에 무성했던 잎들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시련을 겪어야 열매가 영글고 결실을 맺어서 새로운 봄을 맞이할 수 있다. 자연의 원리가 상생상극이 어우러져야하듯 우리도 시련을 두려워하지 말고 정면대결을 해보자. 시련을 겪어야만 성장할 수 있으니까.


잘 이해했니?


임경아(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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