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명리 한자교실 갑자서당』 저자 류시성·손영달 인터뷰
'음양오행을 공부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의역학 왕초보인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니, 무엇보다 어디에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잘 몰랐습니다. 배우는 것은 늘 책 속의 일이고, 현실은 그 배움과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 특히 한자는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써본 적도 없고, 그나마 알고 있던 것들은 대부분 잊어버렸습니다. '외우는 건 너무 싫어'라는 느낌만 남아 있을 뿐이죠.
그런데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저에게 인상깊었던 부분은 자신이 무언가 먹고 싶을 때, 그 맛이 사람의 사주(혹은 오행)의 구성에 따라 다르다는 것입니다. 저도 커피가 몸에 나쁘다는 얘기를 듣고 끊어야 할까 잠깐 생각해 봤지만, 전~혀 끊지 못했습니다. 커피를 먹어야 기운이 난달까요.(그래서 저는 종종 커피를 카페인 파워를 충전한다고 표현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맛과 오행이 주는 영향에 대해 알게 되었고, 또 이런 오행이 우리와 함께하는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자 자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해소가 되었구요. 이제는 한자에 살짝 호감을 느끼게 되었답니다! +_+
여러분에게도 이 인터뷰가 우리의 앎을 생활에 써먹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중에 나오는 전문용어들은 북드라망 블로그의 운명적 공부와 함께 보시면 덜 어렵게 느껴지실 거라 생각해요. 저자인 손영달 선생님이 많은 에피소드를 준비(!)해왔지만, 시간관계상 편집되고 하나만 남게 되었습니다. 더욱 많은 에피소드들은 두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면 직접 들을 수 있겠지요~ 하하;;
1. 갑자서당은 ‘사주명리’라는 주제로 한자의 기원과 뜻풀이를 한 것이 특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주명리학 공부와 한자 공부를 함께 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손영달 한자가 만들어지게 된 기원과 명리학, 음양오행의 이론이 만들어지게 된 기원이 같아요. 고대인들이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거기서 추상해서 이론을 만들어 낸 게 음양오행이고, 한자도 거기서 만들어지게 된 것이고요. 그래서 한자랑 사주명리는 통하는 점이 많죠.
(다른 곳은 잘 모르겠지만) 한자 공부나 명리 공부를 할 때 너무 암기 위주로 접근을 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암기력이 딸리는 사람은 힘들기도 하고 지겹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자의 형성 원리를 익히면서 한자와 음양오행의 이론을 동시에 이해한다, 이렇게 접근을 하면 오히려 쉽게 이해가 돼요. 저는 정말 한자를 보면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요’ 이랬었는데 신기하게 (공부를 하면서) 획 하나하나, 부수 하나하나가 어떤 기원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는가를 따지고 익히니까 글자가 외워지더라구요.
그리고 음양오행의 이론이 굉장히 추상적으로 느껴졌었는데, 그것도 (한자의) 원리를 통해서 접근을 하니까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날 일(日), 달 월(月)은 굉장히 쉬운 글자인데, 그 안에도 음양오행의 원리가 들어있습니다. 날 일자에는 가운데 획이 하나잖아요. 획이 하나 있는 글자는 양기를 담당하는 것이죠. 태양은 양기를 상징하잖아요. 달 월자에는 가운데 획이 2개가 있는데, 주역 괘에서는 (2획이) 음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달은 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들이 글자 안에 녹아 있더라구요. 이런 것들을 새록새록 발견하게 되는 점들이 있었죠.
류시성 저는 (연구실에) 처음 와서 했던 공부가 한자 세미나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음양오행도 배우게 되었는데, 사주명리를 하면 밥 굶지 않는다는 말에 혹해서 사주명리를 배우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단순암기예요. 예를 들어 ‘갑목(甲木)이다’ 그러면 그 글자를 외우는 거죠. 그런데 갑자서당을 하면서, 글자 하나가 모두 형상을 담고 있고 세계관이 담겨 있는데 그런 것들을 이해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각 글자들을 볼 때 ‘갑목은 이런 것이구나, 을목은 이런 것이구나. 이런 세계를 이 글자에 담고 있는 것이구나’ 이렇게 훨씬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이전까지는 도식적으로만 이해를 했던 것이죠.
갑자서당을 준비하면서 글자의 기원을 찾아보니까 각 글자들이 어떤 원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이전까지는 한자와 음양(오행)을 연결시켜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었지만, 하는 과정에서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그 이름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2. 갑자서당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글자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류시성 저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글자가 정지(情志)입니다. 정(情)자를 풀어보면 마음 심(忄)과 푸를 청(靑)자인데, 마음이 싹이 나듯 일어나는 것이 정입니다. 지는 선비 사(士)에 마음 심(心)이 들어가 있는데, ‘선비의 마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선비가 자신이 뜻을 둔 것을 목숨같이 여기는 것, 예전에는 이것을 志로 해석을 했지요. 그런데 이것이 선비 사(士)가 아니라 갈 지(之)의 변형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마음이 저절로 가는 것’이 志의 뜻이요. 그래서 자신이 마음을 굳이 내지 않아도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서 가게 되는 방향, 이런 것이 정지(情志)라는 얘기를 (『갑자서당』에서) 했었는데 그 한자풀이 부분이 저에게는 재미있었습니다. 마음이라는 게 저절로 싹터서 어디로 가는 것, 그 글자가 이런 것들을 담고 있는 것 같아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손영달 제 마음에 든 글자는 계절 계(季)자입니다. 벼 화(禾) 밑에 아들 자(子)가 있는 글자잖아요. 학교에서 한문시간에는 그 글자가 ‘벼를 벨 때 아이들을 동원해서 벼 베는 일은 시킨다’라고 해서 벼 화(禾) 밑에 아들 자(子)가 들어가 있다고 배웠죠. 그런데 글을 쓰면서 보니까 그건 후대 학자들이 재해석을 한 것이더라고요. 원래 한자가 만들어진 기원을 보면, 예전에는 제의사회였잖아요. ‘무당이 추수를 하고 추수를 축하하는 제의를 지낼 때 아동신이 추수를 축하하는 춤을 췄다’라는 기원에서 계절 계(季)자가 만들어 진 것이더라구요. 이렇게 글을 쓰면서 한자의 기원들을 찾아보고, 그래서 새로운 의미들이 나오는 것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었던 것 같아요.
3. 음양오행과 사주명리학을 삶에서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손영달 (사주명리학을 통해) 나를 알고, 나의 체질을 알고, (나를 구성하는) 오행이 뭐고, 나에게 맞는 기운이 뭔지를 알면 그걸 통해서 섭생*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유용할 것 같아요. (저는) 심장이 안 좋아서 얼굴이 자주 달아오르고, 체온 조절이 잘 안 돼요. 제가 감기가 자주 걸리는데, 몸이 쉽게 뜨거워졌다 쉽게 식는 편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것들이 심장이 안좋아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데, 저는 커피가 몸에 맞고 커피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커피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 상식이잖아요.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면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들 하고요. 그래서 커피를 끊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서 (그동안) 커피를 끊으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그런데 음양오행을 공부하고 나니까 커피가 저에게 맞는 음식인 거예요. 커피는 쓴맛을 담당하는데, 이게 화(火) 기운을 가진 음식이거든요. 그래서 커피를 마시면 저의 고립된 화 기운이 풀어지는 그런 역할을 하는 거였더라구요. 그래서 이제는 커피를 끊어야겠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마음 놓고 마시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기한테 맞는 기운이 뭔지 알면, 자기 몸에 맞는 음식을 가릴 수 있게 되고, 그걸 활용해서 자신의 체질을 좀더 좋은 쪽으로 건강하게 바꿔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행과 맛에 관한 글 보러 가기)
*섭생(攝生)은 양생(養生)과 유사한 말로, 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잘하여 오래 살기를 꾀한다는 의미
류시성 사주명리를 안 배웠으면 계절에 대해서 진짜 무관심했을 것 같아요. 우리가 계절을 느끼는 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상태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런데 절기가 변하는 순간에 마음과 몸이 함께 변하거든요. (지금은) 절기와 함께 몸과 마음의 리듬이 변하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전에는 그냥 ‘내 몸이 왜 이러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없었죠.
사주를 처음 배울 때에는 자신의 여덟 글자에 매몰되어 있는데, 사주는 점점 중첩되어 있는 거잖아요. 시간도 들어오고 연운도 들어오고 대운도 들어오고. 이것들이 계속 섞이면서 하나의 매트릭스를 만들죠. 그것들을 통해서 주변에 볼 수 없었던 것, 잘 보지 못하고 지나갔던 것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써먹을 때는 가령 조카들의 이름을 지어준다거나 아는 사람의 아이이 아이를 낳았을 때 사주를 보고 ‘이런이런 이름이 들어가면 좋겠다’라는 조언을 해주는 경우입니다. ‘ㅅ으로 시작하는 글자를 써라’ 라든가~ 이런 것도 다 갑자서당에 나와 있어요. (웃음)
그리고 부모님 사주를 뽑아 봤었어요. 자기 사주를 넘는 순간 친지들의 사주를 포섭하게 되는데, 그때 한눈에 알았어요. (부모님께서) 왜 그렇게 살아오셨는지, 알았어요. 그게 하나의 큰 수확이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주명리라는 배치를 만나지 않으면 절대 다르게 보지 않을 관계들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통해) 구체적으로 변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반대급부로 ‘아 그래서 저렇게 살지’ 동시적으로 이런 마음이 생기는데, 그래서 지금도 저는 사주로 사람을 판단하려거나 하진 않아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주 코드를 알면, 사람들을 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그 안에 사람이 가지고 있는 리듬을 볼 수 있게 되는데, 이런 부분이 실용적인 것 같아요.
4. 사주명리학을 공부하려면 암기가 필수인 것 같습니다. 두 분은 외울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류시성 처음에 천간지지는 기본적으로 외워야죠. 그건 어쩔 수가 없어요. 그 22글자를 모르면 읽을 수가 없으니까. 근데 그것들이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합과 충)는 많이 보면 볼수록 눈에 잘 띄어요. 그래서 (사주에) 해묘미(亥卯未)가 모이면 목(木)국이 되잖아요. 근데 묘해미(卯亥未)가 있으면 안 보여요. 순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안 보이는 거죠. 이거는 정말 많은 임상 데이터를 겪으면 금방 보여요. 그렇게 해서 머릿속에 글자 이미지로 확 박히면 잘 잊지 않게 되죠.
저는 사주공부하면서 느낀 것이 공부를 안 하면 더 결정론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만약 갑목(甲木)에 대해 해석을 한다고 하면, 기존에 책에서 봤던 것들을 가지고 해석을 하잖아요. 그런데 이것만 계속하다 보면 모든 갑목이 다 이렇게만 보여요. 근데 오히려 갑목이라는 사람을 관찰하고 봐야지 (그 관찰 결과들이) 내 것이 되고 그것들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책에 있는 것만 그대로 얘기해 주는 게 되거든요. 그때가 결정론이 되는 거죠. ‘갑목들은 다 이래~’가 되어 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관찰하고 연구해야 나중에 ‘아, 저런 면이 있구나’ 이렇게 되는데, 사주공부를 멈추는 순간 멈춰버려요. 그래서 공부하지 않으면 더 볼 수가 없죠.
손영달 외우는 걸 너무 못해서 고생을 했었는데, 혼자 외우려고 낑낑대면 잘 안 외워져요. 그런데 같이 외우면 이상하게 잘 외워지는 거 있죠. 내 목소리로만 공부를 할 때는 귀에 잘 안 들어오는 게 있는데,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들으면 그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더라구요. 저도 그게 무척 신기했어요. 연구실에 의역학, 사주명리에 관해 같이 공부하는 프로그램들이 많거든요. 이런 데 오셔서 같이 공부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5.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손영달 청소년 시기에 의역학과 사주명리를 공부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자기 몸도 알고, 자기 체질도 알고, 자기 운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진로를 정한다거나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시성군이 TG스쿨을 열어서 청소년들과 함께 의역학과 사주명리를 공부하게 될 예정이고, 저는 갑자서당을 열어서 어린이들과 의역학과 음양오행을 함께 공부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제가 연구실에서 주방 매니저를 맡게 되거든요. 주방 매니저를 갑자서당을 쓰면서 배운 음양오행 이론을 응용해서 한번 운영을 해보려구요.
자신이 사는 집의 지붕을 수리하는 일처럼 일상적이며 실용적인 지혜. 그 지혜를 묻고 배우는 것, 그것이 곧 학문의 본질이다. 그런 점에서 음양오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활용성이 높은 학문이다. 계절과 방위, 맛과 색, 오장육부와 감정 등등……. 음양오행이 펼쳐 놓은 스펙트럼은 결코 우리의 일상과 동떨어진 무엇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이 그 지혜의 바다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었으면 한다.─『사주명리 한자교실 갑자서당』, 「여는 글」, 7쪽
'음양오행을 공부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의역학 왕초보인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니, 무엇보다 어디에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잘 몰랐습니다. 배우는 것은 늘 책 속의 일이고, 현실은 그 배움과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 특히 한자는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써본 적도 없고, 그나마 알고 있던 것들은 대부분 잊어버렸습니다. '외우는 건 너무 싫어'라는 느낌만 남아 있을 뿐이죠.
그런데 인터뷰를 하면서 가장 저에게 인상깊었던 부분은 자신이 무언가 먹고 싶을 때, 그 맛이 사람의 사주(혹은 오행)의 구성에 따라 다르다는 것입니다. 저도 커피가 몸에 나쁘다는 얘기를 듣고 끊어야 할까 잠깐 생각해 봤지만, 전~혀 끊지 못했습니다. 커피를 먹어야 기운이 난달까요.(그래서 저는 종종 커피를 카페인 파워를 충전한다고 표현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맛과 오행이 주는 영향에 대해 알게 되었고, 또 이런 오행이 우리와 함께하는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자 자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해소가 되었구요. 이제는 한자에 살짝 호감을 느끼게 되었답니다! +_+
여러분에게도 이 인터뷰가 우리의 앎을 생활에 써먹을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중에 나오는 전문용어들은 북드라망 블로그의 운명적 공부와 함께 보시면 덜 어렵게 느껴지실 거라 생각해요. 저자인 손영달 선생님이 많은 에피소드를 준비(!)해왔지만, 시간관계상 편집되고 하나만 남게 되었습니다. 더욱 많은 에피소드들은 두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면 직접 들을 수 있겠지요~ 하하;;
1. 갑자서당은 ‘사주명리’라는 주제로 한자의 기원과 뜻풀이를 한 것이 특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주명리학 공부와 한자 공부를 함께 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손영달 한자가 만들어지게 된 기원과 명리학, 음양오행의 이론이 만들어지게 된 기원이 같아요. 고대인들이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거기서 추상해서 이론을 만들어 낸 게 음양오행이고, 한자도 거기서 만들어지게 된 것이고요. 그래서 한자랑 사주명리는 통하는 점이 많죠.
(다른 곳은 잘 모르겠지만) 한자 공부나 명리 공부를 할 때 너무 암기 위주로 접근을 하잖아요. 그렇게 되면 암기력이 딸리는 사람은 힘들기도 하고 지겹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자의 형성 원리를 익히면서 한자와 음양오행의 이론을 동시에 이해한다, 이렇게 접근을 하면 오히려 쉽게 이해가 돼요. 저는 정말 한자를 보면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요’ 이랬었는데 신기하게 (공부를 하면서) 획 하나하나, 부수 하나하나가 어떤 기원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는가를 따지고 익히니까 글자가 외워지더라구요.
그리고 음양오행의 이론이 굉장히 추상적으로 느껴졌었는데, 그것도 (한자의) 원리를 통해서 접근을 하니까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날 일(日), 달 월(月)은 굉장히 쉬운 글자인데, 그 안에도 음양오행의 원리가 들어있습니다. 날 일자에는 가운데 획이 하나잖아요. 획이 하나 있는 글자는 양기를 담당하는 것이죠. 태양은 양기를 상징하잖아요. 달 월자에는 가운데 획이 2개가 있는데, 주역 괘에서는 (2획이) 음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달은 음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들이 글자 안에 녹아 있더라구요. 이런 것들을 새록새록 발견하게 되는 점들이 있었죠.
류시성 저는 (연구실에) 처음 와서 했던 공부가 한자 세미나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음양오행도 배우게 되었는데, 사주명리를 하면 밥 굶지 않는다는 말에 혹해서 사주명리를 배우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단순암기예요. 예를 들어 ‘갑목(甲木)이다’ 그러면 그 글자를 외우는 거죠. 그런데 갑자서당을 하면서, 글자 하나가 모두 형상을 담고 있고 세계관이 담겨 있는데 그런 것들을 이해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각 글자들을 볼 때 ‘갑목은 이런 것이구나, 을목은 이런 것이구나. 이런 세계를 이 글자에 담고 있는 것이구나’ 이렇게 훨씬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이전까지는 도식적으로만 이해를 했던 것이죠.
갑자서당을 준비하면서 글자의 기원을 찾아보니까 각 글자들이 어떤 원리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이전까지는 한자와 음양(오행)을 연결시켜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었지만, 하는 과정에서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 그 이름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2. 갑자서당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글자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류시성 저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글자가 정지(情志)입니다. 정(情)자를 풀어보면 마음 심(忄)과 푸를 청(靑)자인데, 마음이 싹이 나듯 일어나는 것이 정입니다. 지는 선비 사(士)에 마음 심(心)이 들어가 있는데, ‘선비의 마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선비가 자신이 뜻을 둔 것을 목숨같이 여기는 것, 예전에는 이것을 志로 해석을 했지요. 그런데 이것이 선비 사(士)가 아니라 갈 지(之)의 변형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마음이 저절로 가는 것’이 志의 뜻이요. 그래서 자신이 마음을 굳이 내지 않아도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서 가게 되는 방향, 이런 것이 정지(情志)라는 얘기를 (『갑자서당』에서) 했었는데 그 한자풀이 부분이 저에게는 재미있었습니다. 마음이라는 게 저절로 싹터서 어디로 가는 것, 그 글자가 이런 것들을 담고 있는 것 같아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손영달 제 마음에 든 글자는 계절 계(季)자입니다. 벼 화(禾) 밑에 아들 자(子)가 있는 글자잖아요. 학교에서 한문시간에는 그 글자가 ‘벼를 벨 때 아이들을 동원해서 벼 베는 일은 시킨다’라고 해서 벼 화(禾) 밑에 아들 자(子)가 들어가 있다고 배웠죠. 그런데 글을 쓰면서 보니까 그건 후대 학자들이 재해석을 한 것이더라고요. 원래 한자가 만들어진 기원을 보면, 예전에는 제의사회였잖아요. ‘무당이 추수를 하고 추수를 축하하는 제의를 지낼 때 아동신이 추수를 축하하는 춤을 췄다’라는 기원에서 계절 계(季)자가 만들어 진 것이더라구요. 이렇게 글을 쓰면서 한자의 기원들을 찾아보고, 그래서 새로운 의미들이 나오는 것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었던 것 같아요.
3. 음양오행과 사주명리학을 삶에서 구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손영달 (사주명리학을 통해) 나를 알고, 나의 체질을 알고, (나를 구성하는) 오행이 뭐고, 나에게 맞는 기운이 뭔지를 알면 그걸 통해서 섭생*을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유용할 것 같아요. (저는) 심장이 안 좋아서 얼굴이 자주 달아오르고, 체온 조절이 잘 안 돼요. 제가 감기가 자주 걸리는데, 몸이 쉽게 뜨거워졌다 쉽게 식는 편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것들이 심장이 안좋아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데, 저는 커피가 몸에 맞고 커피를 굉장히 좋아해요. 그런데 일반적으로는 커피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 상식이잖아요.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면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들 하고요. 그래서 커피를 끊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서 (그동안) 커피를 끊으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그런데 음양오행을 공부하고 나니까 커피가 저에게 맞는 음식인 거예요. 커피는 쓴맛을 담당하는데, 이게 화(火) 기운을 가진 음식이거든요. 그래서 커피를 마시면 저의 고립된 화 기운이 풀어지는 그런 역할을 하는 거였더라구요. 그래서 이제는 커피를 끊어야겠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마음 놓고 마시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기한테 맞는 기운이 뭔지 알면, 자기 몸에 맞는 음식을 가릴 수 있게 되고, 그걸 활용해서 자신의 체질을 좀더 좋은 쪽으로 건강하게 바꿔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행과 맛에 관한 글 보러 가기)
*섭생(攝生)은 양생(養生)과 유사한 말로, 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잘하여 오래 살기를 꾀한다는 의미
류시성 사주명리를 안 배웠으면 계절에 대해서 진짜 무관심했을 것 같아요. 우리가 계절을 느끼는 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한’ 상태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런데 절기가 변하는 순간에 마음과 몸이 함께 변하거든요. (지금은) 절기와 함께 몸과 마음의 리듬이 변하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전에는 그냥 ‘내 몸이 왜 이러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없었죠.
사주를 처음 배울 때에는 자신의 여덟 글자에 매몰되어 있는데, 사주는 점점 중첩되어 있는 거잖아요. 시간도 들어오고 연운도 들어오고 대운도 들어오고. 이것들이 계속 섞이면서 하나의 매트릭스를 만들죠. 그것들을 통해서 주변에 볼 수 없었던 것, 잘 보지 못하고 지나갔던 것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써먹을 때는 가령 조카들의 이름을 지어준다거나 아는 사람의 아이이 아이를 낳았을 때 사주를 보고 ‘이런이런 이름이 들어가면 좋겠다’라는 조언을 해주는 경우입니다. ‘ㅅ으로 시작하는 글자를 써라’ 라든가~ 이런 것도 다 갑자서당에 나와 있어요. (웃음)
그리고 부모님 사주를 뽑아 봤었어요. 자기 사주를 넘는 순간 친지들의 사주를 포섭하게 되는데, 그때 한눈에 알았어요. (부모님께서) 왜 그렇게 살아오셨는지, 알았어요. 그게 하나의 큰 수확이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주명리라는 배치를 만나지 않으면 절대 다르게 보지 않을 관계들 있잖아요. 그런 것들이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통해) 구체적으로 변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반대급부로 ‘아 그래서 저렇게 살지’ 동시적으로 이런 마음이 생기는데, 그래서 지금도 저는 사주로 사람을 판단하려거나 하진 않아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주 코드를 알면, 사람들을 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그 안에 사람이 가지고 있는 리듬을 볼 수 있게 되는데, 이런 부분이 실용적인 것 같아요.
4. 사주명리학을 공부하려면 암기가 필수인 것 같습니다. 두 분은 외울 때 어떤 방법을 사용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류시성 처음에 천간지지는 기본적으로 외워야죠. 그건 어쩔 수가 없어요. 그 22글자를 모르면 읽을 수가 없으니까. 근데 그것들이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합과 충)는 많이 보면 볼수록 눈에 잘 띄어요. 그래서 (사주에) 해묘미(亥卯未)가 모이면 목(木)국이 되잖아요. 근데 묘해미(卯亥未)가 있으면 안 보여요. 순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안 보이는 거죠. 이거는 정말 많은 임상 데이터를 겪으면 금방 보여요. 그렇게 해서 머릿속에 글자 이미지로 확 박히면 잘 잊지 않게 되죠.
저는 사주공부하면서 느낀 것이 공부를 안 하면 더 결정론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만약 갑목(甲木)에 대해 해석을 한다고 하면, 기존에 책에서 봤던 것들을 가지고 해석을 하잖아요. 그런데 이것만 계속하다 보면 모든 갑목이 다 이렇게만 보여요. 근데 오히려 갑목이라는 사람을 관찰하고 봐야지 (그 관찰 결과들이) 내 것이 되고 그것들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책에 있는 것만 그대로 얘기해 주는 게 되거든요. 그때가 결정론이 되는 거죠. ‘갑목들은 다 이래~’가 되어 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관찰하고 연구해야 나중에 ‘아, 저런 면이 있구나’ 이렇게 되는데, 사주공부를 멈추는 순간 멈춰버려요. 그래서 공부하지 않으면 더 볼 수가 없죠.
손영달 외우는 걸 너무 못해서 고생을 했었는데, 혼자 외우려고 낑낑대면 잘 안 외워져요. 그런데 같이 외우면 이상하게 잘 외워지는 거 있죠. 내 목소리로만 공부를 할 때는 귀에 잘 안 들어오는 게 있는데,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들으면 그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더라구요. 저도 그게 무척 신기했어요. 연구실에 의역학, 사주명리에 관해 같이 공부하는 프로그램들이 많거든요. 이런 데 오셔서 같이 공부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5.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손영달 청소년 시기에 의역학과 사주명리를 공부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자기 몸도 알고, 자기 체질도 알고, 자기 운명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진로를 정한다거나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시성군이 TG스쿨을 열어서 청소년들과 함께 의역학과 사주명리를 공부하게 될 예정이고, 저는 갑자서당을 열어서 어린이들과 의역학과 음양오행을 함께 공부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제가 연구실에서 주방 매니저를 맡게 되거든요. 주방 매니저를 갑자서당을 쓰면서 배운 음양오행 이론을 응용해서 한번 운영을 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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