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12월 셋째주 소개코너 - 스승의 유혹?!

편집자의 Weekend 소개코너

 

한자덕후 시성's

"선유(善誘)"

 

 

『논어』를 좋아한다. 한문을 처음 배울 때 이 책을 시작했다. 첫 경험(?)이어서일까. 아직도 『논어』를 보면 설렌다. 『논어』엔 숱한 한자들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이 한자들 때문에 지레 겁을 먹는다. 하지만 수십 년간 한문을 공부해 오신 선생님 왈. “500자만 알아도 됩니다.” 사람들은 되묻는다. “정말요?” 선생님 왈. “모르는 글자는 찾아보면 되자나요?” 아뿔싸! 그런 방법이... “사전을 한 5권 말아먹을 정도로 찾고 또 찾다보면 어느 글자가 몇 쪽에 있는지도 기억하게 됩니다.” 글자의 공포보다도 5권을 말아먹을 자신이 없다. 좌절! 참고로 ‘말아먹는다’는 표현은 사전을 너무 많이 찾은 탓에 종이가 둥그렇게 말려들어가 더 이상 펼칠 수 없는 지경(!)을 이르는 말이다.

 

    스승의 경지는....너무나 높다!!

 

 

『논어』에서 공자는 화려한 말빨로 제자들을 유혹한다. 무식미(無識美)의 대명사이자 건달에 가까웠던 자로(子路)가 군자(君子)가 되겠다는 큰 뜻을 품게 된 것도 공자의 유혹술(?)에 의한 것이었다. 공자학당의 전교일등 안연은 공자의 이런 유혹술을 한 단어로 정리한 바 있다. 선유(善誘)! 과연 이것은 어떤 뜻이었을까?

 

(善)의 원형은 한 마리 양을 위에서 보고 상형한 양(羊:첫 획, 둘째 획이 두 뿔의 상형)의 아래 좌우에 두 개의 언(言)으로 이루어진 경(誩)을 더한 형태였다. [그러므로] ‘양 두 마리가 대화하듯 다정스레 걷는 모양’의 상형이며 ... 그 소리가 듣기에 좋다 하여 ‘좋다’라는 본뜻과 ‘착하다’라는 파생된 뜻이 생긴 것으로 보면 되겠다.

 

ㅡ김언종, 『한자의 뿌리』, 문학동네, p.479-480

 

 

(善). 과거 미스코리아대회가 방송을 장악하던 시절 누나들의 가슴팍에서 많이 본 글자다. 경북 선(善), 광주 선(善), 서울 선(善). 이밖에도 진(眞)과 미(美)라는 글자를 이 방송을 통해 확실히 배우게 되었으니 미스코리아대회가 전국민에게 미친 영향이 실로 막대하다 할 수 있다. 누나들의 얼굴과 이름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진선미(眞善美) 세 글자는 아주 또렷하지 않은가!


한문에서는 진선미(眞善美) 세 글자가 서로 통용된다. 진(眞)-1등, 선(善)-2등, 미(美)-3등이라는 순서도 위계도 없다. 진짜(眞)와 좋은 것(善) 그리고 아름다움(美)은 같다! 그렇기에 이 글자들은 간혹 능(能)이라는 글자로 대체되기도 한다. 능(能)은 ‘능숙하다, 잘한다’라는 뜻이다. 자기가 잘하는 것, 자기 능력에 맞게 살아가는 것. 이것이 진짜고 좋은 것이며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다.

 

『맹자』엔 이런 말이 나온다. 조금 배워서 누구에게나 스승 노릇을 하려고 하는 자들이 넘쳐난다. 뻥튀기 된 삶. 이것을 경계했던 거다. 그 안엔 진선미가 없다. 좀더 나가보자. 제자와 스승 사이의 선(善)이란 제자의 능력과 상황에 맞게 가르침을 주는 것에 해당한다. 이빨도 나지 않은 아이에게 족발을 뜯어먹으라고 던져주는 엄마가 없듯이 스승도 제자에게 맞는 앎을 전수하는 것이 선(善)이다. 그래서 그것은 일종의 기술(技術)이기도 하다. 양 두 마리가 서로 쿵짝을 맞춰나면서 앞으로 나가는 모습. 스승과 제자의 배움. 선(善)하다!

 

(誘)는 언(言)과 수(秀)를 합한 글자이다. 언(言)의 첫 획은 ‘말’을 뜻하는 추상적 부호이고, 둘째, 셋째, 넷째 획이 ‘내민 혀’의, 그 나머지가 ‘입’의 상형으로 본뜻은 ‘말’이다. 수(秀)는 ... ‘머리에 볏단(禾)을 인 사람(乃:사람 亻의 변형이다)’의 상형으로 벼가 잘 익었다는 뜻을 가졌다. ‘빼어나다’ ‘뛰어나다’ 등은 이에서 파생된 뜻이다. 그러므로 이를 합한 유(誘)는 ‘빼어난 말’ ‘좋은 말’이 그 본뜻이며 더 잘 알려진 파생된 뜻으로 ‘꾀다’ ‘유혹하다’ 등이 있다.

 

ㅡ김언종, 『한자의 뿌리』, 문학동네, p.706-707

 

(誘)는 보통 유괴(誘拐), 유혹(誘惑) 등 뭔가 좋지 않은 뉘앙스를 풍기는 단어들에 주로 쓰인다. 속이고 미혹시키고 유혹하는 것. 팔자가 좀 꼬인 글자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유(誘)는 ‘빼어난 말’ ‘좋은 말’이 원래의 뜻이다. 세상의 숱한 잠언들, 경구들, 경전들이 모두 유(誘)의 영역이다. 그래서 유(誘)엔 이끌다, 가르치다, 인도하다 등의 뜻이 함께 담겨 있다. 말 안 듣는 제자들의 혼탁한 영혼을 청정한 앎의 지대로 인도하는 스승. 세상의 모든 스승들은 모두 유(誘)의 기술자들이었다.

 

안연은 이 글자 하나로 그러한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논어』엔 이 유(誘)라는 글자가 오직 안연의 입에서 단 한 번 흘러나온다. 정곡을 찔렀다. 능숙하고 노련한 솜씨로 제자들을 이끄는 스승. 농사를 잘 짓는 농부가 풍성한 볏단을 지고 가면서 ‘농사란 이렇게 짓는 것이야!’라고 말하는 이 글자. 유(誘)다.

 

무림의 고수! 스승님!!

 

선유(善誘)란 ‘유혹(誘)을 잘한다(善)’는 뜻이자 ‘잘(善) 이끌어준다(誘)’는 뜻이다. 『논어』를 배우면서 받아 적어둔 노트엔 이렇게 적혀 있다. “가르침도 유혹이야!” 그렇다. 좋은 앎과 좋은 스승은 사람들을 유혹한다. 마지막으로 이 글자들이 등장하는 『논어』의 구절을 감상하면서 마치자. 유혹의 손길을 뻗치면서. 우~~~

 

 

顔淵喟然歎曰 仰之彌高 鑽之彌堅 瞻之在前 忽焉在後
(안연위연탄왈 앙지미고 찬지미견 첨지재전 홀언재후)

 

안연이 깊이 탄식하면 말하기를,

"아! 선생님의 도는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고 뚫어 볼수록 더욱 견고하다.

얼핏 보면 앞에 있는 듯하더니, 홀연히 뒤에 있구나.

 

 

夫子循循然善誘人 博我以文 約我以禮
(부자순순연선유인 박아이문 약지이례)

 

그러나 선생님은 순서에 맞게 사람들을 이끌어 주시니,

문헌으로 나의 지식을 넓혀 주고 예로써 나의 행위를 바로잡아 주셨다.

 

 

欲罷不能 旣竭吾才 如有所立 卓爾 雖欲從之 末由也已.
(욕마불능 기갈오재 여유소립 탁이 수욕종지 말유야이.)


배움을 그만둘 수 없어서 내 재주를 다 하였더니, 무언가 앞에 우뚝 서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선생님의 경지에 이르기에는 아직 어찌해야 할 줄 모르겠구나."

 

 

『논어』「자한(子罕)」中

 

훌륭한 스승님 밑에서 뺀질거리는 게 일상이지만... 스승님 사랑합니다♥

 

 

안연이 바라본 공자쌤의 모습, 감동인데요 :-) 

저도 요새 아무리 해도 스승님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좌절+경이를 느끼는 중인데요...

(에세이 주간의 특징입니다)

『논어』를 이렇게 즐겁게 읽은 시성편집자도 멋집니다(-_-bb)

 

 

다음 주는  북드라망 매니저의 '이 만화를 보라'가 돌아옵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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