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연애, 그거 먹는 건가요? -두근두근♡사랑 만화 특집

편집자의 Weekend  소개 코너


만화킬러 북블매's

두근두근 사랑 만화 특집



추운 겨울,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기를 바라는) 사랑 만화 특집을 준비해보았다. 사랑을 소재로 한 만화는 사실 너무 많다. 그런 점 때문에 추천하기 쉽지 않았지만, (딱히 다른 특집이 생각이 안나기도 하여서) 나름 적절한 수위조절(음?)을 거친 세 편의 만화를 골라보았다. 감동받은 만화가 있는데 여기에 빠져서 아쉽다,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댓글을 남겨주시길!


1. 호타루의 빛


퇴근 후 곧장 집에 와서 만화책 보고 맥주캔을 따는 호타루의 모습에 너무 공감했던 1인으로서...이 표현이 과히 좋지 않았다는 점. -_-;;


'건어물녀'라는 말이 한때 유행이었는데, 이 만화의 주인공이 바로 건어물녀의 원조이다! 자신의 일이나 생활을 중요시하며, 연애감정이 말라버린 것 같은 여성들을 '건어물녀'라고 부르는데, 이 만화가 드라마화 되면서 건어물녀 테스트 같은 것들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여하튼 주인공 호타루는 세련된 차림의 직장인이지만, 알고 보면 잡지에서 파는 코디대로 사서 입는 것이며, 집에 오면 일단 캔맥주부터 따는 귀차니스트에 가깝다. 연애는 본인과 너무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그녀이지만, 우연히(!) 키스를 하게 된 직장 동료와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엄청난 비밀이 있었으니, 직장 상사인 다카노 부장님과 동거중이라는 것! 부장님은 호타루가 세들어 살던 집 주인의 아들인데, 아내와 별거하는 동안 아버지 집에 머무르기로 한 것이다.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동거를...여하튼 남들에게 알려지면 안 되기에 둘은 이러한 사실을 숨기면서 지내게 된다.


그런데 호타루와 직장 동료의 러브라인보다는 호타루와 부장님의 러브라인을 더 응원하게 되는 것이 참 묘하다. 물론 부장님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인 건 맞다. 나이가 약간 많다는 점을 제외하면 미남이시고, 부장님이시고, 유능한데다 집안일까지 잘 하는 현실에 별로 없는 이런 캐릭터...물론 까칠하고, 잔소리가 심하고, 그렇게 다정다감한 성격은 아니지만 내 여자다 싶으면 잘해주는...맞다. 나도 다카노 부장님이 만화 속 캐릭터인걸 알면서도 열광했다. 흑;; 사랑 만화를 권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 바로 이런 지점이다. 이런 만화들로 인해 현실에 없는 것만 기대하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오지랖때문이랄까;;


그런데도 굳이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호타루가 꽤 멋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냥저냥 지내다 결혼해도 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기 위해 독립을 선택할 줄 아는 사람,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 내가 만난 호타루는 자신이 부딪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가려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소소한 일상을 즐거움으로 누릴 수 있는, 이런 호타루의 이야기를 보며 여러분의 마음에도 훈훈한 온기가 돌기를 바란다. ^^

 

*부장님의 매력을 느끼고 싶은 분들은 드라마를, 드라마에서 못다한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만화책을!

북블매가 꼽는 호타루의 명대사. 상대를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2. 신부 이야기


『엠마』의 작가인 모리 카오루의 최근작. 19세기 중앙 아시아에 살았던 부족들의 삶으로 타임 워프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만화이다. 전작 『엠마』에서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신흥 귀족의 아들과 메이드의 사랑이야기를 다루었는데, 『신부 이야기』에서는 유목민 출신 연상의 신부와 정착민인 어린 신랑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남자 주인공은 12살에 결혼을 하게 되는데, 신부는 당시의 적정 혼인 나이보다 많은 20살이었다. 당시 결혼에 적정한 나이는 15~16세 정도였다나. 그래서 어린 신랑은 신부의 마음을 헤아려, 자신은 나이에 연연해하지 않는다고~ 신부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 이 만화의 매력포인트는 여주인공 아미르가 말도 잘 타고, 활도 잘 쏘는 활기찬 캐릭터라는 점이다.(바라만 봐도 귀엽고, 활기차면서도 수줍어하고 알고보면 엄청난 가문출신...등등 다양한 매력을 지닌 여주인공!)


이야기 전개는 소소한듯, 잔잔하게 흐르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배경들은 무척 구체적이다. 주인공 커플이 유목을 하는 삼촌을 찾아가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흔적을 쫓아가다 포기하려는 시점에서 무리에서 떨어져나온 아기 양을 발견하면서 삼촌이 머무르고 있는 장소를 찾게 된다. 또, "다들 잘 있느냐? 누구 죽은 사람은 없고?"하는 삼촌의 안부인사도 인상적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그땐 정말 이렇게 살았을 것 같다. 이런 생생한 디테일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여하튼 이 만화의 주 무대가 중앙 아시아 코카서스 지역이다보니 말, 양, 천막, 융단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가 실크로드에 관심이 많아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읽었다고 하는데, 그때의 기억이 이 작품의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이 만화에서 특이한 존재는 영국인 스미스이다. 그는 자신이 만난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인류학자처럼 관찰하고 기록한다. 중앙 아시아의 유목인들과 정착민들의 삶과 결혼, 그들의 생활을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3. 홍차왕자

마지막으로 소개할 만화는 세 작품 중 가장 풋풋하고, 가장 판타스틱하다고 생각하는 『홍차왕자』이다. 여주인공이 달밤에 친구들과 함께 홍차를 마시는데, 홍차의 요정들이 난데없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얼 그레이, 아삼 등 홍차의 이름이 곧 홍차 왕자들의 이름이다. 소원은 천천히 말해도 된다고 하여서, 고등학생인 주인공을 따라 홍차 요정들도 고등학생으로 변신하게 된다.


사실 홍차 요정들에게는 인간과의 사랑이 금지되어 있는 상태였다.(그래서인지 주인공들의 연애 감정 진도는 매우 더딘 편이다^^;) 그 이유는 홍차 요정들에 비해 인간의 수명이 너무 짧았기 때문인데, 알고 보니 아삼 왕자의 어머니가 인간이었다능! 여기에 관련된 비밀은 회를 거듭하면서 서서히 밝혀진다.(고로,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런데 여주인공은 아삼과 티격태격하다 어느새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아삼은 처음에 "이건 사랑이 아니야"라며 부정했지만, 결국 자신의 감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인간과 홍차왕자는 너무 다른 환경에서 살았고, 너무 다른 신체를 갖고 있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을 만난 그때, 아삼은 홍차왕자가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간이 되는 대가는 무엇이었을까? 홍차왕자는 인간이 되어도 모든 기억을 유지하지만, 여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홍차왕자와 관계된 모든 것들을 잊어버리게 된다. 마치 이렇게 묻는듯 하다. '함께했던 지난 시간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상대가 누구인지 몰라도, 같은 사람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하고.


얼굴이 빨개지는 여주인공 덕분에 보는 사람이 민망할지경! ^^;;


『홍차왕자』의 경우 오늘 소개하는 만화 중 가장 전형적인 사랑 만화에 가깝지 않나 싶은데, 학교 생활이 배경이라는 점~ 자신이 누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도 한참 걸린다는 점 등은 익숙해도 너~무 익숙한 패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는 순수한 욕망과 풋풋함이 기억에 남는 만화이다. 흠이 있다면 현재 절판 상태라 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랄까. ^^;  


니체는 말했다. ‘네 안에 너를 멸망시킬 태풍이 있는가?’ 나를 멸망시킨다는 건 바로 지금까지의 나, 자아 혹은 자의식의 성채를 무너뜨리는 힘의 도래를 의미한다. 그 순간, ‘신체의 역동적인 복합성’이 만개하게 된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사랑에 빠지면 우리의 신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전쟁과 평화를 경험한다. 혹은 들개처럼 날뛰기도 하고, 혹은 뱀처럼 똬리를 튼 채 독을 내뿜기도 한다. 그야말로 나 자신과의 전면전이 벌어진다. 이런 식의 폭풍을 체험할 수 있다면, 가히 운명적 사랑이라고 해도 좋을 터. 사랑을 통한 존재의 전이가 이루어지는 것도 바로 이 순간이다. 누구나 일생에 한두 번은 이런 심연의 폭풍을 경험한다. 문제는 그 절호의 찬스를 그냥 흘려보낸다는 거다. 사랑이라는 걸 대상의 문제로만 접근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받아 주는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등등에만 골몰하는 것이다. 요컨대, 오직 최종적 결과(결혼을 할 수 있을까, 없을까? 영원히 소유할 수 있을까, 없을까?)에만 집착한다. 따라서 거기에선 존재의 전이가 일어나기 어렵다. 존재가 뒤바뀌는 체험을 하려면 폭풍 자체를 충분히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 폭풍이 내 몸의 세포조성을 전면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도록 몸을 맡겨야 한다.


—고미숙,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중(강조는 인용자)





다음 주에는 시성 편집자의 한자 소개 코너가 먼저 찾아올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내용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편집자 소개코너, 다음 주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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