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작용
질문자1: 스트레스란 무엇이며 몸과 마음의 간극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의원에서 제가 몸은 긴장 되었는데 마음은 편안한 상태라고 합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 속는다고 하면서 몸에 스트레스가 있는 것을 처음에는 몰랐다고 합니다. 이런 상태란 어떤 것이며, 그 간극을 줄이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화스님: 몸과 마음이 둘이 아닙니다. 몸이 긴장되면 본인이 긴장되지 않았다고 자기를 속이지 않는 한 실제로는 마음도 긴장하고 있는 거예요. 나를 파악할 때만 ‘나는 긴장하지 않았다.’고 자기가 자기를 속이는 중입니다. 몸이 긴장하는데 마음이 긴장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왜냐하면 마음이란 몸에 있는 모든 신경들이 함께 작동을 해야 마음이라는 현상이 일어나는 거예요. 마음이 나타나기 훨씬 전에 벌써 몸이 마음을 준비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몸이 긴장된 상태에서 긴장 되지 않는 마음은 있을 수가 없어요. 다만 그런 것을 자기 스스로 합리화하기에, 속이기에 나는 마음은 편하다고 할뿐 이예요.
마음의 기능 중 하나가 전에 말씀드렸지만 합리화라고 했죠. 뇌의 기능과 연결되는 건데 뇌의 기능 중에 중요한 것이 합리화예요. 이미 몸이 여러 가지 사건을 만들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면은 나는 그렇게 알 수밖에 없어요. 알고 난 다음에 그렇게 알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기 스스로 합리화 시켜요. 전에 한번 제가 말씀 드렸는데 가장 많이 인용하는 예시가 이것이더군요.
이게 커피인데, 커피에다 하나에는 4,000원, 하나에는 2,000원이라고 가격표를 붙여놔요. 이렇게 마셔보라고 하면 열이면 열마다 다 4,000원짜리 커피가 굉장히 좋고 무슨 브랜드커피의 맛과 향이 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 내용은 똑같은 커피에요. 혀에서 들어온 정보와 눈에서 들어온 정보가 상반돼요. 혀에서는 두 개 다 똑 같네 그래요. 눈의 정보는 하나는 2,000원. 하나는 4,000원 하나가 더 크잖아요. 큰 것인데 내가 오랫동안 경험해 봤는데 속이지 않는 현상이 일었을 때는 대체적으로 값이 비싼 것이 좋아요. 값이 비싼 것에 맞는 이유를 내부에서 만들어요. 이처럼 자기가 보고 있는 정보를 맛있다고 해놓고 맛있는 이유를 안에서 만드는 거예요. 그처럼 나는 긴장하고 있는데 긴장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긴장하지 않는 이유를 자기가 만드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 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첫 번째 순서예요. 자기도 왜 속이는지 몰라요. 왜냐하면 그렇게 오랫동안 해야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는 경험 기억들이 지금도 그렇게 안 해도 될 데서도 그렇게 하는 거예요. 그래서 몸과 마음이 두 개가 있는 게 아니고 작용을 해서 의식되면 마음처럼 나타나고 작용하지 않으면 몸처럼 있는데 몸이 훨씬 더 강력한 마음의 근본이에요. 이것이 긴장되고 있으면 긴장되고 있는 것이 맞는 거예요.
인정하고 첫 번째는 나도 상대나 가족이 긴장하는 사람으로 나한테 다가오기를 바라지 않듯이, 그 바라는 것은 번뇌를 만드는 지름길이예요. 보살님 원대로 살아줄 가족이 아무도 없어. 그냥 자기가 살아줬다고 착각하는 것 밖에 없는 거예요. 그렇듯이 나도 다른 가족의 원대로 사는 게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요. 그래서 기왕이면 다른 사람 원에 너무 맞춰서 살려고 하지 마세요. 아예 살 수가 없어요. 서로 다르게 살도록 조건 되어져 있는데 다른 사람 눈에 맞춰 살려고 하면 항상 내부적으로는 긴장이 되어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착각을 하는 거예요. 나는 긴장하지 않는다.
오늘부터 가서는 자식들에게 잘 보이려는 엄마가 될 생각을 빨리 내려놓는 게 좋습니다. 동시에 자식들이나 남편이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주기를 바라는 원은 정말 빨리 내려놓고, 그저 자신과 가족들을 좋아하는 것만 해야 돼요. 맘에 들어서 좋아하는 일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그것 자체는 내가 힘들거나 상대가 힘들어요. 누구한테 마음에 들어서. 여러 가지 우연의 인연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됐으면 가까운 사람들을 그냥 좋아하는 연습이 자기 일생을 좋은 삶으로 만드는 거예요. 서로의 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태가 근본적으로 가능하지 않으니까 가능하면 서로 원을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좋아하고, 힘들면 무조건 쉬고. 사랑하는 아들, 딸이 한 두 끼 밥을 안 먹어도 안 죽어요. 힘들면 밥을 해줄 필요가 없고 “너희들 라면을 먹든지 알아서 해.”라고 놔두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 연습을 하는 것이 이 두 개를 조화롭게 만드는 거예요.
질문자2 : 병들고 죽는 두려움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모님 간병을 조금 했었어요. 돌아가시기 전까지 사람의 몸이 어떻게 허물어지고 죽을 때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인지 굉장히 절절한 마음으로 지켜보다 보니까 제가 그 과정을 겪은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근데 이제 노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렵잖아요. 누군가에게 대소변 수발 맡기다 죽는 것, 치매처럼, 이성이 없는 상태에서 죽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두려워하잖아요. 저는 그 과정을 겪었으니까 구체적인 두려움이 된 거예요. 사람이 아무리 이런데 공부하러 다니고 해도 죽어서 허물어질 때는 다 겪어야 되는 일이구나 싶거든요. 그런 두려움에 대해서 오지 않는 일인데 두려워하는 것은 바보 같지만 결국은 오잖아요. 그거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화스님: 모든 사람들이 하고 있는 걱정은 전부 다 필요 없는 겁니다. 첫째, 그 일이 일어날 수 있으면 일어난 거예요. 걱정했는데 일어난 거예요. 어차피 일어날 일인데 걱정만 쓸데없이 한 거예요. 또 안 일어났어요. 그러면 또 뭡니까? 쓸데없이 걱정만 한 거예요. 미래에 일어날 일이 어떤 경우든지 걱정한 일이 일어나거나 안 일어나거나 그 두 가지죠. 그러니 일어나고 안 일어나는 거를 걱정하는 거는 전혀 쓸데없는 겁니다. 그래서 60~70세 되는 노인 분들의 설문조사에서 당신이 젊었을 때로 다시 돌아가서 하고 싶은 일의 순위가 “앞으로 걱정 없이 살겠다.” 예요. 살아보니까 걱정한 것도 일어나고, 걱정하지 않는 일도 일어나고, 걱정을 하면 뭐가 됩니까? 안 됩니까?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두 번째는 설사 그렇게 되면 그것도 편안히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면 돼요. 어차피 할 수 없는 일이에요. 그래서 한두 달 아프다 돌아가시면 좋긴 하지만 1~2년 갈 수도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내가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고 나도 그렇듯이 그 사람들도 그렇게 살면 됩니다. 나이든 분이 나이 젊은 사람에게 가르쳐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은 늙고 돌아가시면서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살라는 거예요. 돈을 벌려고 너무 걱정하지도 말고, 돈이 없다고도 걱정 말고, 자식 어디 간다고도 걱정도 하지 마라. 봐라. 나 봐라. 그 모든 걱정이 아무런 일을 해주지 않고 지금 내가 이렇게 사는 거야. 지금 여기 계신 모든 분들도 자신의 걱정부터 시작해서 딸, 아들, 남편, 무슨 가까운 사람들 걱정을 일체 할 필요 없어요. 아무 것도 아니야. 그래서 지금부터는 그것이 부질없는 일이니까 그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여. 와도 부질없는 걱정이고 안 와도 부질없는 걱정이고 그래서 미래에 대한 모든 걱정은 전부 다 쓸데없는 것이야.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때 가서 하면 되고 지금은 걱정 없이 살아가는 연습을 하면 돼요. 직장생활 하는데 ‘내일은 어떻게’를 걱정할 게 아니고 지금 하는 일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신체를 만들면 됩니다. 내일을 생각하되 걱정이라는 감정 통로를 통해서 보지 않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전혀 필요 없는 아무 쓸데없는 거예요.
그렇게 어른이 돌아가시는걸 보면서 하는 일이 그거예요. 본인은 그것을 걱정으로 배웠잖아요. 그 분의 가르침은 “걱정하지 말라.” 예요. 누구라도 오고 가는 것이니까. 그때에 맞춰서 네가 누구한테 도움을 받을 상황이 되면 편안하게 받으라는 말이 예요. 편안하게. 못 받을 상황이 되면 한, 두 달 먼저 돌아가시면 되는 거고. 그것 갖고 절대로 걱정하실 필요가 없어. 부모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르쳐주신 마지막 걱정, 마지막 가르침, 걱정하지 말고 즐겁게 사세요예요. 아무 것도 없잖아요. 내가 걱정을 하고 엄청나게 일을 했는데 일, 이년 살다보니 그 모든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 그냥 그것을 즐겁게 하는 것만이 자기 인생의 의미가 된다는 가르침. 죽음이란 후손들에게 내리는 마지막 가르침으로, 쓸데없는 걱정이나 탐욕이나 분노 등을 가지고 네 인생을 허비하지 말하는 말이 예요.
질문자3: 번민이 자꾸 오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오늘 처음 왔는데요. 저는 다른 절에서 몇 년 동안 봉사활동을 좀 했었어요. 한참 처음에는 너무 좋아서 막 환희심이 났었는데, 맨날 와서 매일 똑같은 생활을 사람들이 하소연하고, 힘든 얘기 이런 걸 듣다 보니까 저까지도 너무 막 우울해지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떨 때는 도대체 이게 뭔가, 바깥에는 벚꽃이 활짝 피어있는데 안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와서 울고 불고, 그러니까 같이 저도 계속 거기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인제 자꾸 분별심이 생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렇지’ 막 그런 마음도 생기고 이래서 제가…그리고 가족들도 많이 싫어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가정생활에 지장이 있고, 저도 이제 여행도 못가고 제 생활이 없는 거예요. 요새는 문화센터 같은 데서 배울 데도 많고 이런 공부도 좀 하고 싶고, 그런데 전혀 제 시간이 없으니까 제가 ‘일단은 휴식을 좀 취해야 되겠다.’ 싶어서 지금은 잠깐 봉사활동을 접고 이런 공부도 하러 이렇게 오게 됐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렇게 공부만 하러 다니면, 예를 들어서 제가 끝까지 봉사활동은 하기 싫고 공부만 하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이게 또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고 계속 거기서 차라리 이렇게 공부하러 다니는 시간에 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낫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가 그래도 내가 우선인데 내가 즐거워야지 이런 생각도 들었다가 요새 그런 번민 속에서 살고 있거든요.
정화스님: 우선 보살님이 잘못했어요. 자기가 질 수 있는 무게보다 더 많은 무게를 억지로 진 거예요. 정신과 의사들도 자기들끼리 돌아가면서 내 정신이 정상인지 아닌지를 매일 검사해요. 하도 그런 사람들 진료를 많이 맡으면, 그런 얘기를 계속 듣잖아요. 들으면 뇌가 그런 이야기가 정상작용처럼 인식통로를 만들어요. 그렇게 나중에 한참 지나면 정신과 의사의 뇌 구성이 사건을 잘못 판단하게 되어버렸어요 이미. 그런데 자기가 정상인 것처럼 착각을 해요. 그래서 내가 그런 상태인지 아닌지를 동료 의사들한테 항상 검진을 해요.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분들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계속 보면 의사의 신체가 그렇게 변해가는 거예요.
그런데 보살님은 그런 준비가 전혀 덜 됐잖아요. 무언가 가끔 하다가 다른 힘들이 더 크니까 그 힘이 주는 영향이 적어서 다음날이면 다시 해소되고 하는데, 그것이 계속 되풀이되고, 몸이 이제 나이가 들어 힘도 들고 계속 되풀이 되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태를 살짝 넘으면 거기가 인생을 허비하는 것처럼 되는 거예요. 그래서 감당할 수 있는 무게만큼만 해야지, 그렇게 아까 말한 대로 우울해지고 힘들어지고 가족하고 그렇게 되면 그건 인제 잘못한 거지. 그래서 그것은 뜻은 좋았으나 결과가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닌 상태에요.
지금부터는 그런 것을 일 년에 아주 정말 안 하면 안 될 것 같을 때 한 두 번만 하고 나머지는 그냥 다른 생활로 해서 신체를, 사유의 통로를 빨리 다른 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지금 일을 해주면서 힘들고 안 해주면서 괴로워하고, 자기가 이상하게 되잖아요. 좋은 일을 했는데 결과는 해도 괴롭고, 가서 안 하면 또 안 한다고 괴로워. 이게 무슨 일이에요? 안 하는 것만 못한 일이잖아요. 지금부터는 빨리 통로를 바꿔 가지고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상태로 자기 마음과 몸을 빨리 회복해야 돼요. 그걸 회복하지 않으면 병들어요. 지금 잘 한 거예요. 빨리 나오기를 잘 했어요.
정리_감이당 금요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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