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가 들려주는 마음의 법칙(2)
마음,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마음이 달라지면 다른 사람이 될까요?
뇌과학계에서는 유명한 환자가 한 명 있다. 바로 ‘피아네스 케이지’이다. 그는 철도 건설 현장의 감독으로 매우 성실하게 일하며 성격도 온화했다. 일처리도 꼼꼼하게 잘 처리해서 신뢰가 두터웠다. 1848년, 철도건설현장에서 케이지는 커다란 바위를 폭파하는 작업을 지휘하던 중, 갑자기 날아온 쇠막대기로 머리를 다쳤다. 쇠막대기는 그의 왼쪽 광대뼈 아래에서 이마 중간을 뚫고 머리를 손상시켰다. 이로 인해 그는 상당한 양의 뇌와 두개골의 조직이 날아갔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쇠막대기를 빼내고 잠시 요양을 한 후 다시 건강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사고 후 그의 성격이 확 바뀌어 버린 것이다. 성실했던 그는 매우 게을러졌다. 또 비열해지고, 상소리를 내뱉고, 남을 전혀 배려할 줄 모르게 되고, 욱하는 성격이 되어 버렸다. 뇌과학계에서는 그가 왜 이렇게 성격이 바뀌어 버렸는지 관찰하고 연구했다.
그가 다친 부위는 뇌 중에서도 전두엽 부위였다. 전두엽은 이마 바로 뒤, 뇌에서 제일 앞쪽에 해당한다. 이 환자를 관찰하면서 의학계에서는 “인간의 개성이나 성격, 마음이나 의식 따위를 낳는 것은 전두엽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반론도 많지만 지금도 많은 뇌 과학자들은 그럴 거라고 믿고 있다.”(『교양으로 읽는 뇌과학』, 98쪽, 이케가야 유지, 은행나무 출판사) 지금까지의 뇌과학 관련 연구 자료들에 의하면 전두엽은 우리의 뇌에서 가장 크기가 크다. 감각이 처음 도달하는 부위는 뇌의 각 부분으로 나뉘지만(아래 그림 참조), 모든 감각의 정보들이 최종적으로 전두엽으로 모인다. 이 모아진 감각 정보를 바탕으로 감정을 느끼거나 표현하고, 논리적 사고 등의 판단을 담당한다. 또한 전두엽 내의 운동 영역에서는 신체의 움직임이 대뇌의 전두엽으로 수렴되고, 수렴된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판단하여 전기신호를 보내 행동하게 한다.
이때 우리의 뇌는 신경세포를 통해서 활동한다. 신경세포의 활동은 시냅스라는 연락체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뇌가 중추 신경계를 통해서 오장육부와 신체 부위 등을 움직이거나 통솔할 때, 신경세포들은 시냅스에서 전기신호를 서로 교환한다. 우리의 감각이 외부세계를 감각하면 전기신호로 바뀌어 우리 몸 안으로 전달된다. 받아들인 신호는 뇌의 각 담당 부분으로 전달된다. 전달된 정보들은 전두엽에서 최종적으로 판단되어 다시 그에 따른 행동들을 전기신호로 내려 보내 행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사과를 볼 때, ‘보면’ 눈 뒤쪽의 시각령에서 바로 전기신호로 바꾸어서 뇌로 보낸다. 그러면 그 사물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전두엽에서 정보를 모아 판단한다. 그리고 그 사과를 인식하는 순간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전두엽에서 다시 전기신호로 사과를 먹는 행동을 하게 신호를 보낸다. 이 모든 과정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는 사과를 보고 먹는 과정을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일로 인식한다. 우리 몸은 이처럼 전기신호를 통해서 인식되고, 조절되며, 행동하고 있다.
위의 피아네스 케이지의 경우 전두엽이 손상되었고, 전두엽이 손상됐다는 이야기는 이전의 전기신호 체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과 같다. 다친 부위가 점차 회복되었지만, 그의 전두엽 연락 체계는 예전과 다른 방식이 되었다. 그는 사고 이전과는 달리 감정 조절이 어려워졌고 받아들인 정보를 종합하여 판단하는 전기신호의 길이 달라졌다. 달라진 전기신호의 연락체계는 같은 것을 보았지만 다른 감정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이전처럼 성실할 수 없었고 남들을 배려하는 신경연락체계가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방식이 되었다. 그는 이제 다른 사람이 되었다.
마음은 점묘주의 화가가 만드는 작품과 같다
피아네스 케이지씨의 사례는 인간의 마음이 전기신호를 받아들이고 다시 전기신호를 내보내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과 외부 세계의 경험들은 우리가 감각하는 순간 우리 몸 안에서 전기신호로 바뀌어 서로 연결되고 소통된다. 이 과정에서 마음이 만들어진다. 마음은 전기신호의 활동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술작품의 표현 기법 중에는 붓으로 점들을 연속적으로 찍어서 사물을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 찍힌 점들은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의 모양으로 드러난다. 이런 표현법을 점묘주의 기법이라고 한다. 우리의 마음은 점묘주의 기법처럼 전기신호가 빠르게 전달되면서 점이 찍히고 그 점들이 모여서 하나의 마음이 된다. 우리는 그 마음을 인식한다. 인간은 보통 100분의 1초까지를 다른 시간으로 느낀다. 그보다 빠른 1000분의 1초단위로 움직이는 것은 동시에 움직인 것으로 느낀다. 헌데 신경세포는 100분의 1의 시간보다 빠른 속도로 서로 연락하며 신호를 전달한다. 이것이 우리에게는 하나의 마음이 뚝딱 만들어지고, 또 다른 마음이, 이어서 또 다른 마음이 딱 나타나는 것으로 느껴진다.
요가 철학에서는 이러한 마음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마음의 구조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은 성질이 원자 또는 점과 같다는 것이다. 마음은 하나가 또 다른 것을 아주 신속하게 잇따르는 갖가지 생각, 느낌, 감각의 점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유르베다와 마음』, 72쪽, 데이비드 프롤리지음, 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출판사)
빠르게 찍히는 전기신호로 만들어지는 마음은 연속된 점들의 집합체이다. 그리고 찍힌 점들이 만드는 마음은 신속하게 다른 마음으로, 다른 느낌으로, 다른 감각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음을 우리는 매 순간 특정한 생각이나 감정으로 느낀다. 만들어지는 과정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만들어진 후의 결과로서 특정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이 특정한 생각이나 감정으로 고정된 상태라고 인식하기에 이른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신속하게 잇따르는 갖가지 생각, 느낌, 감각들도 고정된 형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과정을 문득 문득 생각이 떠오르고 사라지고, 여러 가지 감정이 생겨났다 없어지고, 감각들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행위하고 그 행위는 또 다른 전기신호의 활동을 부르고 그 결과로 다음 마음이 나타난다.
이처럼 마음은 생겨나고 사라지는 일정한 방식이 있고, 시작되면 끝이 난다. 마음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과정에는 일정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전기신호들이 활동하기 위해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우리 몸은 매 순간 자신 앞에 나타나는 사물을 새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마음을 만들고 다시 행위 하게 하는 과정의 에너지를 가능하면 적게 들이는 방식을 선호한다. 하여 매일 만나는 사물들, 사람들, 자신이 하는 일들은 새롭게 인식하는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서 전기신호 활동을 패턴화한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과를 보면 바로 사과라는 것을 알고, 먹고 싶은지 안 먹고 싶은지 판단하여 행동하는 것은 패턴화의 결과이다. 다른 사물들을 만났을 때도 사람들을 만나거나, 어떤 장소에 갔을 때도 패턴화는 작동한다. 우리의 일상에서 패턴화는 수없이 반복된다.
문제는 패턴화된 전기신호의 활동에 대한 의심이 없다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데 '뭘 의심한단 말인가'로 우리는 생각한다. 요가에서는 이런 패턴화의 방식을 의심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어떤 사물이나 사람을 만나서 자신에게 마음이 떠오르면, 그 마음은 전기신호가 패턴화를 따라서 점을 찍어 만들어낸 결과이다. 원래 그런 형태로 내 안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요가에서의 수련은 마음이 고정되어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의심하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때문에 요가 수련을 한다는 것은 마음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활동하는 것인지 이해한다는 것을 뜻한다. 패턴화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고정된 마음으로 사는 것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식이라고 우리는 의심하지 않는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우리의 방식으로 인해 고정된 마음만을 매번 만나게 된다. 그리고 고정된 마음으로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고정시켜버린다. 요가의 수련은 끊임없이 활동하는 속에서 변해가는 자신과 변해가는 세계를 만나는 것이다. 고정된 마음이 고집하는 많은 것들이 실재 사실이 아님을 알아가는 과정이 바로 요가수련이다.
글_정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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