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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 세계’, 각자가 보는 것은 같으면서 ‘다른 세계’​이다(1)

by 북드라망 2019. 6. 13.

​‘시각의 세계’, 각자가 보는 것은 같으면서 ‘다른 세계’​이다(1)

 

 

시각령이 손상된 환자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보고 있다. 잠을 자거나 의도적으로 눈을 감지 않는 한 눈을 통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무언가를 보게 된다. 눈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외부의 사물을 보고있다는 너무도 당연한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눈으로 본다는 것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눈으로 사물을 보고 뇌가 그것을 인식한다는 간단한 사실만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헌데 이 매우 간단하고 자명한 ‘눈으로 본다는 것’은 많은 경로와 과정과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시각을 다루는 분야는 안과와 뇌과학계이다. 눈이 외부의 사물을 인식할 때, 우리의 뇌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많은 연구 성과를 내놓고 있는 뇌과학계에서는 전쟁이 나면 뇌과학계가 진보한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전쟁은 총상을 통해 부상을 입은 많은 환자들을 남겼다. 그동안 우리가 겪은 1,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 전쟁 등에서 총상으로 인해 뇌의 일부를 다친 환자들이 많이 발생했다. 이들은 뇌의 일부가 손상되었으나 다행히 살아남았다. 이러한 환자들의 여러 증상들은 뇌과학을 발전시키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전쟁에서 뇌의 여러 부분들 중 시각령에 해당하는 부위에 부상을 입은 환자들의 경우들이 있다. 눈에 있어서 가장 근본이 되는 1차 시각령에 부상을 입은 환자는 완전히 앞을 보지 못하게 된다. 눈으로 받아들인 정보를 1차적으로 해석하는 부분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가 눈으로 어떤 사물을 보면 그것은 시각령으로 전달된다. 시각령에는 제 1차부터 5차까지의 시각령이 있어서, 이 다섯 부분에서 해석한 정보를 종합하여 우리는 그 사물의 색, 움직임, 형태, 속도 등을 인식하게 된다. 한 전쟁에서 뇌의 일부에 총탄이 박힌 환자가 후방으로 이송되었다. 그가 부상을 입은 부분은 뇌의 부분들 중에서 4차 시각령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이 환자는 부상 이전에는 시각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부상 후 그의 세상에서 색깔이 사라졌다. 그의 세상은 흑백으로만 보이게 되었고, 색을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밖에 시각은 모두 정상이고 눈으로 본 다른 정보는 제대로 인식할 수 있었지만 색이 사라진 흑백 세상을 그는 살아가게 되었다.

 

 또 다른 환자는 제 5차 시각령에 부상을 입었다. 제 5차 시각령은 움직임을 인지하는 부분이다. 이 환자는 움직이고 있는 물체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예를 들어 공이 탁자 위에 있을 때, 올려져있는 정지된 공은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공이 구르기 시작하면 시야에서 공이 사라지고, 다시 공이 멈추면 시야에 나타나게 된다. 이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걸어오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걸어오던 사람이 멈추면, 이 환자에게는 갑자기 사람이 자신 앞에 딱 나타나고, 그 사람이 걸어가면 또 갑자기 사라지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 멈춰있는 사물만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 시각령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우리가 당연하게 매일 보아왔던 외부의 사물들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며, 그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위의 환자들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의 눈이 외부의 사물을 보고, 그 사물이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되는 것인지 인식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다른 감각들보다 눈이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은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뇌과학계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제 눈이 사물을 보는 과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눈이 보고 뇌가 인식한다


우리가 눈을 뜨면 외부의 사물이 우리의 시야에 들어온다. 눈으로 본다는 것은 우리 눈의 수정체(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을 포착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들어온 외부 사물의 정보는 눈 뒤쪽의 망막에 상으로 맺힌다. 맺힌 상은 망막에서 전기신호로 바뀐다.

즉 빛 자극은 망막에서 신경 정보로 변환되고 신경선유를 거쳐 후두엽에 있는 시각령의 일부에까지 전달된다. 시각령의 그 부분은 빛 정보가 제일 먼저 도달하는 장소라고 해서 ‘제 1차 시각령’이라고 부른다.”(교양으로 읽는 뇌과학, 44쪽, 이케가야 유지 지음, 은행나무 출판사)

​이렇게 후두엽에 위치한 제 1차 시각령에 들어온 정보는 이제 뇌의 해당 부분으로 전달된다. 뇌에 정보가 전달되어야 우리는 외부의 사물을 ‘보았다’고 인식하게 된다. 


우리가 사과를 보았다고 해보자. 그것이 사과인 것을 알기 위해서는 제 1차 시각령에 도달한 정보가 측두엽으로 전달되면서(WHAT회로) ‘그 사물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과정이 일어난다. 만약 측두엽을 다친다면 우리가 본 사물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된다. 사과의 형태와 모양을 인식하여 그것이 사과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은 측두엽이 시각정보를 해석해 준 덕분이다. 여기가 제 2,3차 시각령에 해당한다. 아직까지 그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밝혀져 있지는 않다. 측두엽의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부분 바로 옆에는 청각정보를 처리하는 부분이 연속해서 이웃해 있다. 또한 측두엽에는 언어를 사용하는 부분도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본 사물의 이름을 언어로 말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측두엽에서 시각정보일부와 청각정보, 언어기능을 담당한다.)


측두엽이 정보를 받아 인식하는 것과 동시에 사과를 보면 우리는 ‘먹을 수 있다는 것과 무엇을 하는 물건인가’라는 인식과정이 일어난다. 이것은 제 1차 시각령에 전달된 정보가 두정엽으로 전달되어(HOW회로) 처리되는 인식과정이다. 두정엽에서는 우리가 본 사과가 오른쪽으로 움직이거나, 혹은 왼쪽으로 움직이는 움직임도 인식한다. 여기가 제 5차 시각령이다. 두정엽에서는 그 물체의 색을 인식한다. 사과가 빨간 색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과정이 일어난다. 이렇게 색을 인식하는 곳이 제 4차 시각령이다. 

이처럼 우리가 사과를 보았을 때, 들어온 정보는 전기신호로 바뀌어 후두엽의 시각령으로 전달된다. 바뀐 정보는 두정엽과 측두엽으로 보내져서 우리는 최종적으로 그 사물이 사과이며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와 같은 꽤나 복잡한 과정이 우리 뇌 안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빠른 신경정보의 처리과정으로 우리는 본 순간 사과이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에 몇 초가 걸리지 않는다. 그 사이 눈이 본 정보는 제 1차 시각령부터 5차 시각령과 측두엽의 언어영역까지 동시적으로 활동하면서 종합적인 판단과 인식과정이 일어난다.  이때 각자가 본 사과의 색이나 형태가 우리들 대부분은 똑같다고 여기지만 실재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통칭하여 빨간색이라고 말하지만, 빨간색에 빛이 비춰져서 각자에게는 다 똑같은 빨간색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과의 모양과 크기와 형태도 각자의 뇌가 해석하는 바에 따라 각기 조금씩 다르게 인식된다. 또한 사과를 본 순간 사과에 대한 지난 경험들도 함께 떠올려진다. 사과의 냄새도, 맛도, 씹을 때의 느낌도, 모두 다 종합되어 각자가 본 사과는 같은 사과이지만 자신만의 사과를 보게 되는 셈이다. 이 과정을 우리는 사과를 보고 인식했다고 느끼게 된다.

 

감각된 외부의 사물은 각자의 신경정보 처리과정 속에서, 즉 각자의 뇌 해석에 따라서 그 사물은 모두에게 같지만 조금씩 다른 사물로 인식되고 있다. 본다는 것은 눈을 통해 감각된 인상들이 전기신호로 바뀌어 우리 뇌에서 그 인상들을 처리하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때 사용되는 뇌 활동의 총체를 요가에서는 ‘외적인 마음’이라고 부른다.

​이른바 마음이라고 하는 것​의 대부분은 우리가 인상들을 처리하는, 의식의 표면적인 부분이다. 이 외적인 마음을 산스크리트어로 마나스(Manas)라고 하는데, 이는 ‘생각의 도구’를 뜻한다.”(아유르베다와 마음, 132쪽,데이비드 프롤리 지음,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 출판사)


​이 외적인 마음은 외부 세상과 그 요구에 대처하기 바쁘다보니, ‘본다는 것’ 또는 여타의 감각들이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지 종종 잊어버리게 된다고 요가에서는 말한다. 때문에 감각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요가에서는 중요한 수행으로 말하고 있다.

글_정은희


-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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