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라 비스, 『면역에 관하여』
- '자연'과 '부자연' 사이
일단, 책에 관해 이야기 하자면, 재미있게 읽었다. 더불어, 이른바 '상식'으로 생각하고 있던 바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바로 그점이 '훌륭한 책'의 첫번째 조건 아닐까?) 이 책이 주는 영감은 비단, '면역'에 국한 되지 않는다. '면역'을 통해서 성, 인종, 체제에 이르는 지배적 상상력을 전복한다.
몸은 닫혀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들이 득실거리는, 말하자면 '공동체' 혹은 '공생체'다. 이른바 '현대사회'은 더는 쪼개지지 않는 '개인'을 기초로 구축된 곳이기 때문에 우리는 몸이나 마음을 생각할 때 '닫힌 모델'을 떠올리기 쉽다. 타자의 영향을 '나'가 선택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여기는 셈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살아온 지난날은 바로 그 닫힌 모델이 붕괴해 오는 과정이었다고까지 할 수 있다. '내 생각'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생각 중에 갑자기 '생겨난' 생각이 어디 있으며, 내 몸을 이루는 모든 세포들 중에 내가 단독으로 생산한 것이 어디 있는가? 결국 오염과 침입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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