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변화무쌍 예측불허의
도가니에서 살아남기
이제 우리 딸은 콧물도 안 나고, 기침도 하지 않는다. 다 나았다! 그렇지만, 한번 놀란 엄마와 아빠는 아기가 좀 뜨뜻한 것 같으면 ‘설마...’ 하며 체온을 재보곤 한다. 지금까지는 멀쩡하다. 마음 표면으로는 아기가 가끔 열도 나고, 감기도 걸리고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역시 마음속 심층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걱정이 늘 있어서 그렇다. 게다가 우리 딸은 1년하고도 한 달 며칠 동안 겨우 감기 두 번이 전부였던,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자면 이보다 더 튼튼하기도 어려운 그런 건강아여서 엄마와 아빠가 단련될 기회가 적었다. 가만히 돌아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이다.
요즘 우리 딸은 ‘엄마’, ‘아빠’, ‘아(ㄴ)야야(ㅇ)’ 같은 말들을 하루에 몇 번씩, 한 번 시작하면 쉬지 않고 수십 번씩 말한다. 그리고 걸음마 보조기 따위를 잡고 온 사무실 안을 휘젓고 다닌다. 아픈 동안에는 아기의 증상에 신경을 쓰느라 의식하지 못했는데, 요즘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이행해 가는) 발달의 이행기인 것 같다. 숟가락질도 그렇다. 몇 주 전까지는 손에 숟가락을 쥐어줘도 밥을 떠서 제 입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한 끼에 몇 차례 되지 않았는데 이번 주에는 거의 끝까지 혼자서 먹은 적도 있다. 소근육 및 대근육 등 제 몸을 다루는 능력이 부쩍 커진 듯하다. 어쩌면 이렇게 크려고 아팠던 걸지도.......
아기는 그렇게 아프고, 크고, 아프고, 크고 한다. 먹고 싸고 놀고 자는 틈새에 그런 아픔과 성장이 늘 끼어 있는 셈이다. 결국 부모가 하는 일이란 그 과정들이 매끄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먹이고, 재우고, 위험한 물건들을 치워 놓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찰’인데, 이건 그냥 ‘보는’ 것보다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기가 어제와, 한 시간 전과, 먹기 전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마음속으로 늘 가늠해 보아야 한다. 아기가 어딘가 아프다면,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또 성장했어도 다른 점이 분명히 있다. 이걸 잘 느껴야 이런저런 시행착오들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제까지 소파 위에 못 올라가던 녀석이 오늘 갑자기 올라갈 수도 있다. 부모가 다른 일을 하느라 못 보는 사이에 소파 위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다칠 수도 있다. 이런 일을 예방하려면 아기의 발달이 어디쯤 와 있는지, 그 정도 발달 상황에서 칠 수 있는 사고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고 있어야 한다. 그게 잘 되더라도 아기의 행동은 다음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결국 부모는 이런 저런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엄마와 아빠처럼 다음 일이 예측이 안 되면 심한 불안증을 앓는 좀 뭐시기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변화무쌍하여 예측할 수 없는 일이 태반이라고 하더라도, 아기를 포함하여 우리가 모두 인간인바 각자가 발달과정에서 겪는 질병이나, 사건들은 그래도 큰 범주에서 비슷비슷하다. 말인즉, ‘데이터’가 있다는 이야기다. 바로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몰라도, 아기가 몇 개월 차에 앓을 가능성이 높은 질병들, 발달 사항들은 미리 알아둘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미리 알아두면 아기가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징후를 보이게 되면 좀 더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 질병이라면 조금이나마 덜 당황하게 되고 말이다.
그런 이유로 엄마와 아빠는 두 권의 책을 자주 펼쳐본다. 이 분야의 오래된 베스트셀러 『삐뽀삐뽀 119 소아과』와 『김수연의 아동발달백과』다. 이 두 책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아기의 성장과정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들을 잘 정리해 두었다는 점이다. 몇 개월 차엔 뭘 조심해야 하고, 어떤 예방접종을 맞춰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행동들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 등 다양한 가능성들을 미리 점검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실제 그런 일들이 일어났을 때의 가이드도 있다. 요즘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육아 관련 정보를 많이 얻는 것 같은데, 우리 집의 경우엔 책에도 안 나오지 않은 ‘예외적인 일’이 발생했을 때, 유사한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는 용도로만 인터넷을 참고하는 편이다. 두 권의 책이 기본서라면 인터넷은 문제집 같은 느낌이랄까? 아빠는 이게 완전히 옳다고 할 수 없지만, 비교적 적합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인터넷에 ‘묻는 것’보다도 빠르다. 어지간한 사항들은 잘 찾아보면 책에 다 나와 있기 때문이다. 찾아봐도 없을 경우엔 책이나 인터넷이 아니라 의사나 발달센터에 찾아가려고 한다.
『김수연의 아기발달백과』의 경우엔 본문 전체가 네이버 지식백과에 올라와 있으니 그걸 참고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 (바로가기)
글을 쓰면서 책들을 다시 펼쳐 보았다. 역시 우리 딸은 말 그대로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빨리 손잡고 걷고 싶은 마음에 ‘얘보다 작은 애들도 잘 걷던데...’ 하며 초조해하기도 했지만, 그 역시도 극히 정상적인 과정 중에 있는 것이었다. 아, 이런 초조감은 순전히 아빠의 성격 탓만은 아니다. 우리 딸은 비슷한 월령의 아기들 중 체구가 (꽤 많이) 큰 편에 속한다. 그렇다보니, 월령이 더 많고 체구가 아담한 아기들보다도 크다. 그렇다보니 언니, 오빠들보다도 덩치는 크고 능력은 떨어진다. 말하자면 아빠의 초조감은 착시효과에서 비롯된 셈이었다. 다시금 마음을 다진다.(아빠는 매번 마음을 다지지 않으면 금방 욕심이 솟구치므로, 매번 마음을 다져야만 한다. 쩝.) 초조해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무럭무럭, "빠이팅"하자꾸나.
_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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