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연재 ▽/아기가왔다 1

육아와 살찜 - 아빠의 다이어트

by 북드라망 2018. 5. 4.

육아찜 - 아빠의 다이어트


아빠는 요즘 다이어트 중이다. 한때는 ‘호리호리’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호리호리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니까 그때가 벌써 10년 전이다. 작년에 우리 딸이 태어나기 전까지 아빠는 대략 일 년에 1킬로그램(이하 키로)씩 완만하게 키워왔다, 살을. 무려 10여키로가 쪘음에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찌는 것이려니 생각하며 말 그대로 묻어두었다. 물론 알고 있었다. 운동도 안 하면서 야식은 마음껏 즐기느라 그렇게 되었다는 걸 말이다. 10년 10키로라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당연하게도 나의 의식 속에 있는 내 모습은 10년 후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10년 전 그때 그 모습이다. 말하자면 ‘10키로’란 내 의식과 현재 사이의 거리인 셈이다. 그래도 뭐 괜찮았다. 의식과의 격차가 꽤 크기는 했지만, 몸은 정직하고 성실한 관계로 늘어난 10키로에 착실하게 적응했다. 달리는 게 힘들면 안 달리면 되고, 계단을 오르는 게 힘들면 엘리베이터를 타면 되고, 옷이 안 맞게 되었으니 좀 더 큰 옷을 사면 그만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음 아니, 그래도 10키로 정도밖에(??) 찌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걷기를 즐겼기 때문이다. 아마 걷기라도 하지 않았다면 10키로에서 끝나지는 않았겠지 생각한다.




그리고, 작년 4월이 왔다. 그러니까 ‘아기가 왔다’. 그리고 아빠는 오늘까지 1년여 간 아기를 돌봤다. 그리고 5키로를 찌웠다. 그러니까 아빠는 아기와 살을 함께 키운 것이나 다름없다. 원래 체중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하는 그런 사람은 저언혀 아니었던지라, 아빠는 그저 ‘몸이 좀 무겁네’ 했었다. 물론 그 ‘무거움’은 ‘육아활동’에 있어서 정말 심각한 문제다. 하루 종일 수도 없이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아기를 들었다가 놓았다가 해야 하는데, ‘몸이 무겁다’면 빈번하게 해야 하는 그 활동이 중노동이 되고 만다. 왜냐하면, 아기 무게에 늘어난 살의 무게를 더해서 들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허리, 무릎, 등에 통증이 생긴다. 


심각한 것은 문제가 살이 ‘쪘다’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진짜 문제는 악순환이다. 몸은 무거워지고 아기는 더욱 활발해졌다. 당연히 아기가 활동하는 동안에는 아기를 내내 쫓아다녀야 한다. 끼니를 놓치기 일쑤다. 아기가 낮잠을 자는 동안에 밥을 차려 먹으면 되겠지 생각은 하지만, 이미 체력이 탈탈 털렸으므로 밥을 차려놓고 먹을 의지가 별로 없다. 게다가 그렇게 먹는 동안 아기가 깨면 더 문제다. 아기가 일어나 매달리기 전에 잽싸게 먹고 치울 수 있는 음식을 찾게 된다. 아빠는 주로 덮밥을 해먹거나, 비빔밥을 먹거나 했다. 그렇게 먹고 난 다음에도 배는 어쩜 그렇게 빨리 꺼지는지 내내 힘이 달린다. 과자, 초콜릿, 음료수 따위를 자꾸자꾸 입에 넣어야 버틸 수 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아기가 잠이 들면, 낮에 쌓인 초조감을 보상받기라도 하듯이 야식을 먹었다. 요약하면 끼니를 놓치고 때우는 한그릇음식-간식-야식의 싸이클이다. 무엇 하나라도 빠지면 하루를 살아내는 게 너무 힘들다.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아빠는 그런 식으로 살들을 키웠다. 그러다가, 계절이 바뀔 무렵이었나... 작년에 입던 옷들을 꺼내서 입어보는데 어느 것 하나 맞는 게 없었다. 특히 바지는 바지가 찢어지든가, 내 엉덩이가 터지거나 할 정도였다. 그래서, 결국 새 옷을 사야만 했다. 


그 시점에서 아빠는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죽자 살자 살만 빼면 되는 건 아니었다. 아기를 좀 더 잘 돌볼 수 있는 몸, 움직이는 데 딱히 불편이 없는 몸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자면 살도 좀 빠져야 하고, 근육도 좀 붙여야 한다. 결국 음식조절과 근력운동이다. 음... 그러니까 좀 건강한 몸이 되고 싶었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야식을 끊었다. 아예 확 안 먹어버릴 수는 없으니, 오이나 토마토 같은 걸 대신 먹었다. 다음엔 간식을 확 줄였다. 간식도 과일이나 낫또 같은 걸 먹었다. 그리고 저녁마다 방에서 운동을 했다. 주종목은 푸쉬업과 스쿼트, 케틀벨 스윙이었는데, 요즘은 몇가지를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하면서 한다. 대략 이틀 운동하고 하루는 스트레칭만 하는 패턴이다. 그 다음엔 쌀밥 양을 줄이고 대신에 계란이나 두부, 소고기를 더 먹는다. 점심엔 주로 파스타를 해먹고 저녁은 아예 샐러드와 삶은 계란, 스테이크로 굳혔다. 밤에 배가 고플까봐 샐러드를 엄청나게 먹는다. 이제 한달 남짓 되었는데, 그 사이에 4키로 정도가 빠졌다. 근육도 조금 생긴 듯한데 만져보지 않으면 티가 나진 않는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요즘 기분은 좋다. 무엇보다 낮에 아기를 보면서 덜 피곤하다. 아기를 안아 올릴 때도 훨씬 가뿐한 기분이 든다. 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낮에 달달한 간식을 찾았던 건 아무래도 스트레스 때문이었던 것 같다. 뇌 속에 보상회로가 ‘단것’을 향해 고속도로를 뚫어놓았던 건데, 저녁마다 하는 운동이 그걸 벌충해 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정말 다행인 건 점점 식욕을 참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다양한 대체제들을 심어 놓은 것도 큰 역할을 했지만 무엇보다 진짜 배고픔과 먹고 싶은 기분을 구분하는 능력, 그걸 제어하는 능력이 점점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엔 ‘10키로쯤 왕창 빼겠어’ 같은 목표였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체중이야 지금 이대로여도 아무 상관없다. 오히려 그런 수치들이 아니라, 현재의 생활상태가 오래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자연히 건강해지고, 아빠가 건강해지면 우리 딸에게도 좋지 않겠나 싶다. 


_아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