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눈에 띈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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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숙녀들의 사회』, 제사 크리스핀, 박다솜 옮김, 창비
책소개
삶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수트케이스에 삶을 욱여넣고 자신에게 영감을 준 예술가들을 지도 삼아 패기 있게 떠난 여자가 있다. 문학잡지 편집장이자 서평가인 크리스핀은 서른살에 자신의 인생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생각하여 자살을 시도하고, 그마저 실패하자 유럽으로 떠난다.
‘천재’ 제임스 조이스의 아내로만 불렸던 노라 바너클,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작가 진 리스, ‘위대한 시인’ 윌리엄 예이츠의 청혼을 거절한 혁명가 모드 곤, 동성애자임을 숨기고 사회적 질타를 피하기 위해 선택한 결혼으로 평생 고통받은 서머싯 몸. 세상에 맞서 탈주하고 방랑한 여성들과, 스스로를 구속하고 억압하는 ‘남성성’과 싸워야 했던 남성들. 크리스핀은 이들을 ‘죽은 숙녀들’이라 일컫고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이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뎠고 어떻게 어둠 속에서 헤어나왔는지를 탐구한다.
크리스핀은 예술가들의 전기, 예리한 문학적 분석, 개인적 체험을 제프 다이어 · 알랭 드 보통을 연상시키는 유려한 문장과 아포리즘을 통해 하나로 엮어낸다. 『죽은 숙녀들의 사회』는 흥미진진하고 다채로우면서 번뜩이는 통찰과 유머가 가득한 철학적 에세이로, 이 책을 집어든 독자는 고독하지만 위대한 저항을 해낸 숙녀들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물의 약속』, 루스 퀴벨, 손성화 옮김, 올댓북스
책소개
저자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물건들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왜 새 물건들을 갖고 싶어하고, 사들이고 후회하고 처분하고 다시 소망하는 식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지 그리고 때로 전혀 예상치 못한 물건들로부터 위로받고 자신의 분신처럼 애착을 갖고 오래 간직하게 되는지 들여다본다. 총 8개의 에피소드와 그와 관련된 사회학적, 인문학적, 역사적 측면 등 다각도의 깊이 있는 성찰로 구성되어 있다.
"마티스의 안락의자"에서는 우리의 물질주의에 대한 생각을 환기시킨다. 보통 새로운 물건을 사들이는 행위는 새롭거나 아름다움에서 오는 행복이나 기쁨, 희귀하거나 고급스러운 것을 갖는 데서 오는 자신감, 사회적 지위 등에 대한 약속이다. 그런데 마티스 작품의 원천이 되었던 안락의자는 "사물을 발견하고 깊은 애착을 느끼는 것, 그것을 돌보고 진가를 알아보는 일"이라는 또다른 유형의 물질주의가 있음을 상기시킨다.
"시몬 드 보바르의 자전거"에서는 제약 있는 환경 속에서도 소유자의 의지표현, 행동의 이행, 자유를 표현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보여준 그녀의 물건(자전거)에 대한 탐구가 이어진다. "에드워디안 스타일 옷장"에서는 저자가 이십 년간 함께했던 오래된 옷장에서, 사물의 가치가 객관적이 아니라 주관적인 기준에서 '쓸모있고 아름다운' 면에서 의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한다.
또 중고 가게에서 발견한 "벨벳 재킷"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물음에 '벨벳 재킷을 입은 사람'과 같이 '그 물건의 주인이 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것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제거해주겠다는 약속'을 발견한다.
『시간의 탄생』, 알렉산더 데만트, 이덕임 옮김, 북라이프
책소개
유럽 역사학계 최고의 지성 알렉산더 데만트 교수의 30년 연구가 응축된 역작. 고대에서 현대사회까지 3천여 년의 문명사 동안 ‘시간’이라는 개념과 그것을 대하는 관점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밝혀낸 책이다. 일상적인 계획을 비롯해 시간을 셈하는 방식, 7일을 한 주로 구성하고, 각 날에 요일을 붙이고, 달마다 이름을 붙이며, 달력을 만들고 절기와 나이 그리고 영원의 개념을 만든 것, 저자 알렉산더 데만트는 이 모든 것들이 고대의 유산에 포함된다고 말한다.
저자의 방대하고 깊이 있는 지식,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펼쳐낸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인류 문화사의 수많은 요소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시간에 대한 모든 것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본문과 책 말미에는 시간의 문화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다양한 기록과 예술작품 50여 장을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아울러 이 책의 기념비적 의미를 더했다.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인 시간 뒤에 숨겨진 놀라운 진실들, 그것들은 다시금 우리를 시간의 본질로 이끌며 우리 앞에 놓인 미래의 시간들에 새로운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무정한 빛 - 사진과 정치폭력』, 수지 린필드, 나현영 옮김, 바다출판사
책소개
굶주림에 뼈만 앙상한 난민들, 전쟁통에 팔다리가 잘린 아이들, 폭탄테러로 산산조각 난 그을린 주검들…… 사진은 세계가 발하는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빛을 담아낸다. 그러나 이 불편한 진실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기에 외면당하고, 희생자를 모독하고, 감상자의 관음증을 부추기고, 자극에 지쳐 점점 참상에 둔감하게 만드는 ‘재난 포르노그래피’에 불과하다고 매도당한다. 사진의 진실과 객관성을 불신하는 포스트모던 비평은 메시지 대신 메신저를 공격하기까지 한다.
정치폭력과 고통을 찍은 사진이 착취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비난은 정당한가? 이런 사진을 보는 올바른 태도란 무엇인가? 사진 속 사람들과 우리는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가? 사진은 세상을 더 살 만하게 바꿀 수 있는가? 사진은 어둠을 비출 수 있는가?
책은 이 물음들에 답하기 위해, 사진에 대한 회의를 피력한 발터 벤야민, 베르톨트 브레히트, 수전 손택의 주장을 살펴보고, 홀로코스트와 중국 문화대혁명에서 시에라리온의 집단학살과 아부 그라이브의 포로 학대까지 정치폭력을 증언하는 사진들을 검토하고, 로버트 카파와 제임스 낙트웨이, 질 페레스라는 우리 시대 대표적 포토저널 리스트들의 작품들을 분석한다.
어찌할 수 없는 세계의 비참 앞에 ‘외면해!’라고 말하는 회의주의자들에게, 저자는 그럼에도 보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고 대답한다. 고통스런 사진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사진이 전하는 무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희생자가 처한 프레임 밖의 현실을 이해하고 행동할 것을 요청한다. 혁명의 낙관주의가 사라지고 냉전 이후 인간의 잔인성이 폭발한 이 허무주의 시대에도, 저자는 카메라가 이끌어내는 ‘공감의 도약’을 믿으며, 사진이 ‘연대’의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놀라운 인체의 원리』, 데이비드 맥컬레이 그림, 리차드 워커 글, 김명남 옮김, 박경한 감수, 크래들
책소개
칼데콧상 연속 수상자인 데이비드 맥컬레이는 단순한 것이든 복잡한 것이든 매사에 호기심이 많았다. 건물이 서 있는 이유부터 기계가 에너지를 써서 온갖 일을 해내는 방법까지 별것을 다 알고 싶어 했지만, 몸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어서 한동안은 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던 맥컬레이는 드디어 도구와 기계로부터 인체와 생명의 원리로 관심을 돌렸다. 그는 몇 년에 걸쳐 해부학 수업을 듣고, 해부 실습을 참관했고, 다양한 수술을 참여하는 사전 조사 시간을 거친 후, 인체 탐구서 <놀라운 인체의 원리>를 출간했다.
맥컬레이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우리 몸을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인체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을 탐구한다. 원자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서 세포들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설명해 나가는데, 글에 담긴 정보량은 고등학교 생명과학 교과서에 맞먹을 정도다. DNA, 다양한 조직, 장기, 계통, 면역반응, 움직임, 생식을 자세하게 다룬다.
말풍선, 작은 그림들, 유머러스한 장치들 덕분에 아이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청소년이나 어른들 역시 방대하고 묵직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활기차고 생생한 색연필 그림을 보고 설명을 읽다 보면, 몸속의 기관들이 바깥세상과 관계하는 놀라운 방식을 파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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