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스님 멘토링] 공부도 결국엔 '몸'으로 하는 것!
질문 1. 제가 뭔가를 바꾸고 싶어서 공부를 하러 왔는데요. 힘들어요. 공부하려면 생활패턴도 바꾸고 그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돼서 속상하고 힘들어요. 그리고 여기서 하는 공부에 제가 못 미치는 것도 같고요. 열심히 살고, 열심히 공부를 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스님: 우선 열심히 하지 마세요. (일동 웃음) 우선 기본적으로 노는 것 비슷하게 해야 합니다. 열심히 하려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를 주어 가면서 하면 뭔가 될 것처럼 보여도, 그것 자체가 신체적으로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공부를 한다는 건 현재 내 몸과 마음이 즐겁고 편하려고 하는 건데 적당한 스트레스를 주어가면서 해야죠. 그런데 스스로가 설정한 목표라든가 주변에서 요구하는 눈에 맞추면 그렇게 뭔가가 자꾸만 간절해지거든요. 이게 스트레스가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결석하고 싶으면 결석하고, 써내고 싶으면 써내고 그러세요. 그러다가 누가 뭐라고 말하면 그건 뭐라고 하는 그 사람이 잘못하는거니까...... (일동 웃음) 그건 내 잘못이 아녜요. 신경 쓰지 마세요.
질문자: 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는데도.....
스님: 네. 선생님이 뭐라고 하셔도, 머릿속으로는 ‘아, 저 사람이 잘못하고 있구나’(일동 웃음)하고 생각하세요. 그걸 겉으로 표현하면 좀 거시기 하니까 겉으로는 그냥 잘 듣는 것처럼 하고 계세요. (일동 웃음)
물론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보면 선생님의 말씀이 다 맞지만, 지금 내가 그걸 못하고 있으니까 문제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못하고 있는 것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마음속으로 편안하게 생각하세요. 그런데 겉으로 듣는 척은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듣는 척이라도 하지 않으면 여기 이 공부의 장에서 서로 만날 이유가 없어요.
그렇게 한참을 있다 보면 뭔가가 쌓입니다. 쌓여야 됩니다. 뭔가 쌓이다 보면 어느 날 신체가 새로 접속을 합니다. 접속장치가 변화가 왔을 때 기존의 것들과는 다른 상태가 되는데, 기존의 접속장치와 새로 만든 접속 장치가 서로 충돌을 하게 됩니다. 공부는 그때부터 하게 되는 거지요.
그런데 지금은 기존의 공부 안하던 접속 장치와 새로 공부하는 장치가 서로 충돌하고 있으니 당연히 힘이 많이 들죠. 이렇게 힘든 상태인데 마치 완벽하게 공부하는 접속 장치로 안테나가 되어있는 것처럼 자신을 보면, 그건 자신을 아주 많이 모르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자신을 비난하게 되는 것이구요.
시간이 많이 흐르게 되면 저쪽 공부 안하던 안테나가, 이쪽 공부 하는 안테나로 50%이상 넘어 오게 돼있어요. 공부는 그 때 열심히 하는 거예요. 그렇게 되기 전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려고 해도, 잘 되지도 않고, 이해가 되지도 않아요.
왜냐하면 어떤 한 부류에 대해 이해를 하려면, 책 한 페이지를 읽었을 때 모르는 개념들이 너무 많이 있으면, 아무리 읽어도 읽은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읽다보면 10개 모르는 개념에서 9개, 7개......줄어들다가 한 3개 정도 모르는 상태가 되면 이제 그 내용을 이해하는 게 쉬워집니다. 이렇게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면 접속장치가 바뀌게 됩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덜 열심히 해도 더 열심히 한 것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지식의 양이 필요한 거죠.
그리고 지금은 주로 다른 사람에게 배우는데, 배운 건 배운 것이지 내 것이 아니거든요. 내가 살아온 과정과 배운 것이 혼합되어 숙성되어야 하는데 새로 배운 것이 더 많아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 역사와 새로 배운 역사가 혼합됐을 때, 자기 독자적으로 자신의 삶과 책과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은 당연히 어렵고, 열심히 하려고 해도 안 되죠. 지금은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고, 모르는 게 있으면 가만히 아무 생각 없이 말고, 멍 때리고 계세요. 멍 때리고 있어도 신체는 무의식적으로 계속 작용을 합니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지식이 멍 때리는 과정에서 접속을 합니다. 그러다가 불현듯 뭔가 쑤욱 올라옵니다. 그것이 자기화 된 지식의 출발입니다.
멍때리기가 자기화 된 지식의 출발점이다.
공부를 하려면 신체가 활성화 돼야
질문 2. 저는 ‘백수다’에서 공부하고 있는데요. 저는 마무리 하는 힘이 너무 부족해요. 공부하거나 글을 쓸 때도 생각을 밀고 나가지 못하고 빨리 끝내고 싶어 해요. 그래서 용두사미가 되는데, 마무리를 잘하는 힘을 기르고 싶어요.
스님: 아까도 말했지만 공부를 하려면 신체가 활성화 돼야 되는데요. 신체를 활성화는 데는 운동을 얼마나 하는가가 중요해요.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건 바로 운동이에요. 하루 생활 중에서 먹고 운동하는 걸 잘 살펴봐야 하는데, 먹고 운동하는 게 부족하면 사고가 잘 안될 수가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다른 사람에게 너무 칭찬을 들으려고 하지 마세요. 아무도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맞출 수가 없고, 또 다른 사람에게 맞춘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변덕스러우니까요. 물론 칭찬해 주어야 할 때 받는 것은 좋지만, 안 해 주어도 그 사람이 문제예요. 내가 알면 그만이잖아요.
우리는 나에게 맞는 소리 즉 칭찬 세 번과 비난 한 번을 같은 강도로 느낍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은 칭찬을 다섯 번 정도 듣고, 꾸중을 한번 들으면 아이들이 꾸중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데 우리 부모님들은 대개 칭찬에 인색하고 꾸중은 잘하셨어요. 사회 생활을 잘하게 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래서 우리한테는 꾸중만 많이 듣고 자란 것 같은 생각이 내재돼 있어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칭찬을 받아 인정받으려는 마음이 내재해 있는 게 보통 우리들 대다수 사람들인데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이런 칭찬에 대한 억압과 지향성이 있어서 그래요. 이런 마음에서 뭔가 빨리 해내고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압박이 오지요. 그래서 결과 중심적이 되고, 거기서 빨리 마치고 벗어나고 싶은 습성이 생기게 된 것이지요. 그럴 때 너무 자책하지 말고, 다른 사람도 다 그렇거니 생각하세요.
칭찬 받으려는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다만 다시 자신을 다잡아서 세우고자 할 때, 그냥 머리로 해서는 안되고, 그것을 하는 데 중요한 힘이 바로 운동에서 나옵니다. 하루에 내가 운동을 얼마나 했는가가 아주 중요해요.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하는 방법’이에요. 근데 운동만 계속 하고 있으면 안됩니다. 거기에 사고를 만들어 내는 힘을 같이 길러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질문하고 듣고 독서하는 것인데 이게 생략되면 신체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는데, 생각을 안하게 되는 거예요. (일동 웃음)
적당히 외부의 평판도 봐야하고, 적당히 자기의 이익도 봐야
질문 3. 제가 생각해도 남들에게 신경을 크게 쓰는 것 같은데 그것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스님: 그건 극복하려고 할 게 아니라, ‘누구나 다 그렇게 하는구나!’라는 걸 먼저 인정하고, ‘내가 잘못한 건 아니구나’라고 자기 자신에게 얘기해 주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류가 처음에는 평판이 별로 필요 없었어요. 그냥 자기 식으로 자기에게 이익되는 것만 생각하고 살던 시기가 있었어요. 근데 그렇게 살다보니 사회에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평판’이라는 개념이 들어왔어요. 그때부터 이익과 평판이 균형을 맞추어야만 된다, 라는 삶의 조건이 내재되기 시작했어요. 적당히 외부의 평판도 봐야하고, 적당히 자기의 이익도 봐야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과도하게 외부의 평판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요. 사실 평판도 중요해요. 왜냐하면 ‘평판을 무시하면 삶의 어려움이 닥친다, 자신한테도 불리하다.’는 게 우리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내재적으로 획득된 지식이에요. 근데 그 부분이 강조되니까 문제죠. 그러니까 “아, 내가 좀 과도하게 기울어져 있구나! 그렇게 너무 많이 외부를 안봐도 돼.” 이것만 알면 돼요. 말하자면 중도에다 균형을 맞추는 거지요. 이 중도와 균형을 맞추는 게 아까 말한 공부하는 과정이지요. 근데 그건 시간이 좀 필요한 문제지요.
이익과 평판의 균형이 중요하다.
척추를 똑바로 세우면 마음의 균형이 잘 잡힌다
질문 4. 스님, 근데 균형을 잘 맞추는 방법론이 좀 있지 않나요?
스님: 호흡한다는 게 사실 대단히 훌륭한 운동이에요. 허리를 쭉 펴고 앉아서 숨 쉬는 것만 들여다 보는 거예요. 그게 균형을 맞추는 훈련이 되고요. 근데 그러다가 외부에서 오는 정보가 스스로 차단되는 때가 있어요. 이게 집중이 된다는 얘기예요. 온전히 자기로만 존재하는 상태지요. 그걸 우리 수행자들은 삼매(三昧)라고 하는데, 이런 말 들어보았지요? 그런데 그 상태는 대부분이 즐거움이 수반돼요. 매일 아침저녁으로(일상의 다른 일에 방해받지 않을 정도의 시간을 들여) 허리를 세우고 똑바로 앉아 호흡을 보면 좋지요.
마음이 좀 울적하거나 들뜨거나 할 때엔 걷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마음이 울적할 때는 손을 허리 뒤에다 놓고 뒷짐을 턱 지면서 (약간 건방진 태도로) 걸으면 마음이 많이 균형이 잡힙니다. 그리고 마음이 들뜰 때는 팔을 앞으로 해서 꼭 껴안고 걸으면 너무 울적하지도 너무 들뜨지도 않는 적당한 상태, 즉 균형 잡힌 마음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척추를 똑바로 세우면 균형을 잘 잡을 수 있으니까 이런 상태로 5분만 걸어도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 상태가 들뜨고 있는지 울적한 상태인지,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리_해성(목요 감이당 대중지성)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 정화 지음/북드라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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