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불교가 좋다

[정화스님 멘토링] 저는 거절을 못하는 성격입니다

by 북드라망 2016. 10. 21.

조건없이 주고 받는 관계는 없습니다

 

 


❙ 거절을 못해요

 

질문: 결단력이 없어서 꾸준하게 밀고 나가지를 못해요. 그래서 인간관계에서도 거절을 잘 못 하고 끌려가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해야 거절을 잘할 수 있을까요?

 

스님: 왜 거절을 못 하나요?

 

질문: 내가 거절을 하면 상대방은 내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나를 설득하려 들어요. 그리고 내가 거절했을 때 ‘상대방이 기분이 나쁘거나 실망하면 어떡하지?’ 라는 마음이 들어요.

 

스님: 상대방이 실망하거나 기분 나빠하는 것은 상대방의 문제예요. 그것은 내가 고민할 문제가 아니에요. 상대방의 감정까지 고민하면 내가 힘들어요. 내가 싫으면 그 사건에  대해 분명히 싫다고 이야기하고 그 이유까지 설명해 주면 좋아요. 그 다음 문제는 상대의 문제지 내가 고려할 문제가 아니에요.


사람이 타고났을 때 유전정보라든지 주변 환경이 겹쳐지면서 형성된 인지의 배선이 있어요. 그 인지배선을 처음부터 내가 선택한 것처럼 보여도 내 안에서 오랜 세월 쌓아온 경험으로 선택한 것이 많아요. 거절했는데도 상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가 거절한 이유를 말해주고 정확하게 내 의사를 표현해야 해요. 거절했기 때문에 상대방이 기분 나빠서 나랑 안 만나겠다고 하면 그대로 관계를 끊어도 돼요. 그런 사람은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거절은 '분명히' 해야한다.


질문: 만약 그것이 가족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님: 가족이면 적당한 관계에서 끊으면 돼요. 가족은 안 볼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가족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으로 타인입니다. 가족에게도 거절할 때는 정확하게 말을 해야 해요. 가족의 요구를 내가 거절하면 상대는 “가족인데 그것도 못 해주느냐?” 고 할 거예요. 내가 들어주지 못하는 이유와 감정 상태를 분명하게 상대에게 이야기하는 훈련을 해야 해요. 그래야 상대한테 오해가 안 생겨요. 당신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고 나는 이런 상황이 되면 이런 감정이 생기기 때문에 거절을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해야 해요. 이렇게 설명했는데도 상대가 오해하면 그것은 상대의 문제에요.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만드는 능력까지 나한테는 없어요. 하지만 거절은 분명히 해야 해요. 

  

❙ 잠이 너무 많아요

 

질문: 저는 바깥 활동을 별로 안 하고 집에 상주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잠을 많이 자게 돼요. 잠이 많아서 잠을 줄이려고 바깥활동을 하다보면 피곤해지니까 집으로 돌아와서 일찍 자게 돼요. 잠을 몰아내려고 바깥 활동을 하는 것인데 오히려 역효과더라고요. 잠을 많이 자니까 죄책감도 들고 몸도 더 피곤해져요. 어떻게 하면 잠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을까요?


잠을 너무 많이자는데..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요?

스님: 잠을 하루에 몇 시간을 자나요?

 

대답: 저녁에는 8시간씩 자고 낮에는 2시간씩 자요.

 

스님: 저녁 시간에 자는 잠을 1시간 줄이거나 아니면 그대로 8시간을 자요. 대신 낮에 2시간씩 자지 말고 30분만 자도록 하세요. 일반적으로 8시간 자는 것은 아주 정상적이어요. 잠이 좀 없는 사람은 6시간 자고, 더 없는 사람은 4시간을 자요. 기본적으로는 잠을 자야 해요. 그런데 잠을 10시간이 넘도록 자거나 6시간 미만으로 자면 건강에 해로워요. 아주 특수하게 신체를 단련해서 잠을 많게 하거나 적게 하는 사람은 극히 소수니까 그 사람들을 표준으로 삼으면 안 됩니다. 낮잠을 2시간씩 자는 것은 좋지 않아요. 낮에는 30분 정도 자면 아주 좋다고 해요. 시계를 맞추어 놓고 30분 정도 자고 일어나 한 바퀴 돌면서 잠을 깨우세요.

  낮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잡동사니처럼 계속 쌓아놓기만 합니다. 밤에 잠을 잘 때는 외부를 향한 감각지각의 문을 닫고, 낮에 쌓아놓았던 정보를 내부에서 필요한 정보로 기억체계를 바꾸는 작업을 해요. 그리고 불필요한 정보는 제거하고 어떤 정보를 선택하여 다음날 행동할 것인지, 자기의 습관으로 만들 것인지, 기억의 채널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바로 잠이에요. 

  기본적으로 8시간을 잔다면 실제 2시간은 깊은 잠이고 나머지 6시간은 꿈꾸는 시간인 얕은 잠이에요. 꿈꿀 때는 낮에 정신이 깨어 있는 것과 같은 상태입니다. 다만 운동신경 스위치만 다 꺼 놓은 상태예요. 그래서 꿈을 꾸어도 운동이 안 일어나는 거지요. 인체가 40억 년 동안 살아오면서 필요한 조건으로 신체를 구성하도록 만든 것이지요. 잠을 8시간 자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낮에 자는 2시간이 문제인 거지. 통계에 의하면 낮에 2시간 자는 것은 건강에 해로우니까 밤에는 8시간 푹 자고 낮에는 30분만 잘 수 있게 훈련하도록 하세요.

 


❙ 관계에서 전체를 못 봐요

 

질문: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는 마음에 다른 주변 상황을 보지 못해요. 전체적인 상황과 관계를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당장 해결하려는 문제의 관계만 보여요. 전체를 어떻게 하면 볼 수 있을까요?

 

스님: 지금까지는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만을 해결하도록 삶이 축적되어왔어요. 지금까지 그 일을 안 해왔기 때문에 안 되는 거여요. 안 해왔던 것까지 문제 삼으면 고통만 생겨요. 전체를 보려는 노력을 조금씩 넓혀가다 보면 그것이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확장이 되면서 별로 노력을 안 해도 전체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질문: 넓혀가는 작업을 어떻게 해야 되나요?

 

스님: 다양한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통해 선택하는 것인데,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경험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독서나 전해들은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경험을 늘리는 거지요. 예를 들어 지금 장자를 읽는다는 것은 2,3천 년 전에 장자가 세상을 어떻게 살았는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에요. 고전은 많은 사람이 세상을 다른 식으로 볼 수 있도록 영감을 주거나 취할 만한 지혜가 담긴 책이지 그것만이 유일한 세상의 진리라고 받아들이면 절대 안 돼요. 몇 천 년이 지나도록 지금까지 고전이 내려온 것은 지금 인류에게 그 경험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죠. 

 

 

❙ 조건 없이 주고받는 관계가 안 돼요

 

질문: 주고받는 관계에만 익숙해서 그런지 조건 없이 주고받는 관계가 안돼요. 자본 축적의 역사가 내 몸에 각인된 것인지 자꾸 챙기는 것에만 마음이 가요. 어떻게 해야 조건 없이 주고받는 관계가 될까요?

 

스님: 기본전제가 잘못되어 있어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주고받는 조건의 관계예요. 조건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의 문제인 거지 조건 없이 주고받는 관계는 없어요. 

  


자연은 그냥 주는 것 같은데 하나도 그냥 주는 것이 없어요. 다 주고 받는 관계이지. 주고받는 관계는 서로 평행을 유지하기 위해서예요. 나만 더 가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 남미나 아프리카에 가보면 가운데 텅텅 비어있는 나무가 있어요. 나무 스스로 성장할 때 개미가 들락날락하기 좋게 구멍을 조금 뚫어 놓아요. 그럼 개미가 그 구멍을 쉽게 확장할 수 있어요. 또 나뭇잎에서는 개미가 좋아하는 꿀 같은 것을 만들어서 개미한테 계속 줍니다. 그러면 개미는 그곳에 자기 삶의 터전을 만드는 것이지요. 그러다 그 나무를 해치는 곤충이 오면 개미들은 다 달라붙어 그 곤충을 몰아내는 거죠. 서로 주고받음으로써 생명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무와 개미의 이런 주고받는 관계가 깨져버리면 더는 서로 생존할 수 없는 거죠. 


현대는 주고받는 관계가 잘못 구성되어 있어요. 자본가들은 돈을 쌓아놓고 돈을 풀 데가 없어서 안 풀고, 영세한 사람은 돈이 없어서 힘들어하죠. 자연 질서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는 조건 없이 주고받는 것은 없어요. 단, 어떤 상태로 주고받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에요. 식물도 동물도 서로 이용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조건 없이 주고받는 관계란 상상 속에서만 있는 것이니까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에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