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맞춘 것은 아닌데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가 나온 날, 경기도 수지 '문탁네트워크'에서 고미숙 선생님의 <로드클래식>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해서 뜻 깊게도 ‘로드클래식’을 수강하러 오신 분들이 가장 먼저 『고미숙의 로드클래식』을 만나 보실 수 있었지요.^^). 문탁의 강좌반장 지원과 고은, 웹진팀의 봄날 기자님은 너무나 훌륭하게도 수강생들의 예습을 위해(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곰샘과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문탁네트워크 홈페이지에 실려 있구요, 꼭 문탁에서 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요기를 눌러주셔요). 예습은 『고미숙의 로드클래식』을 읽으실 저희 북드라망 독자님들도 하시면 좋겠지요? 그래서 같이 보시자고 얻어 왔습니다.^^(예습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수업 시간에 충실한 것이겠지요? 그…그러니까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길 위에서 길 찾기』가 본 수업이다… 뭐, 그런 말씀입니다욥~ 데햇!)
'고전'은 삶과 세상을 연결해 주는 접착제,
'길'은 느닷없는 마주침
6월 3일에 시작하는 강좌 <로드클래식>의 개강에 앞서, 강좌반장 지원이와 고은이 그리고 웹진팀의 봄날기자가 고미숙 선생님을 만났다. 미국에서 돌아오시자마자 충남 서산으로, 어디로 다니시기 바쁜 고미숙샘을 세 사람이 남산강학원으로 찾아가 인터뷰시간을 가졌다. 지원의 정리로 '로드클래식' 에 대한 궁금함을 풀어보자^^
사진 왼쪽부터 봄날 기자 고은, 고미숙 선생님, 문탁의 강좌 반장 지원.
지원
고미숙 선생님께서 본격적으로 고전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신 것은 『열하일기』를 리라이팅 하신 뒤부터라고 알고 있습니다. 강학원과 감이당의 MVQ, 길벗 등의 활동들을 보면 선생님에게 ‘길’이라는 주제가 쭉 이어져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하일기』 리라이팅에서부터 '길에 나서야한다!'라는 생각까지의 흐름이 궁금합니다.
고미숙
『열하일기』를 처음 만난 것은 ‘길’이나
‘여행’이라는 주제보다는 ‘문장’이라는 주제였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문제적인 글을 쓴 사람들에 대한 특집을 준비하고 있었다.
독일의 카프카, 중국의 루쉰 등. 한국에서는 연암의 열하일기를 꼽았다. 그런데 그렇게 꼽힌 이 글이 여행기다보니, 다른 여행기들과
비교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걸리버 여행기』, 『돈키호테』, 『서유기』 등 학교를 다니면 주워듣는 여행기들을
비교하며 읽었다. 이후 『돈키호테』를 주제로 강의를 한 적도 있고, 반응이 좋아서 『열하일기』 강의를 하며 곁다리로 『서유기』
얘기도 많이 했다. 이후의 과정을 보면 뜬금없이 『열하일기』와는 다른 맥락에서 『임꺽정』을 만났다. 집에 있을 때에는 백수
쓰레기(?)였던 칠두령이 길 위를 떠돌아다니며 살고, 길에 있을 때 멋있어 보이고 편안해 보이고, 길에선 살아 움직였다. 이런
생각들 속에서 우리 시대의 ‘청년백수’, ‘길 위의 청년’ 같은 주제가 떠올랐다.
고은
‘국경을 넘는 신체’라는 표현을 사용하셨습니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신체를 가지고 살고 있는 걸까요?그리고 이것이 문제라면 길 위의 신체는 어떤 신체인가요?
고미숙
지원
『열하일기』, 『동의보감』 등 그간 선생님의 작업들은 주로 동양고전과 관련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강좌의 텍스트들은 주로 서양고전들입니다. 2012년 ‘유머와 열정의 패러독스, 열하일기’ 강의에서는 『걸리버 여행기』를 『열하일기』와는 ‘쨉도 안되는 여행기다’라고 표현하셨는데, 특별히 서양고전을 선택하게 된 이유나 전환점이 있을까요?
고미숙
'로드클래식'의 고전들은 서양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좌충우돌이다. 『돈키호테』가 물론 서양적인 많은 것을 갖고 있지만, 서양 안에 비서양에 가깝다. 그래서 <돈키호테>는 남미의 포스트 모던 문인들이 근대를 극복하기 위한 문학으로 굉장히 좋아한다. 소설 문법을 다 깨는, 도대체 이런 식의 사유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싶은, 정말 대책 없는 작품이다. 이는 셰익스피어나 괴테와는 다른 21세기적 문학이다. 『걸리버 여행기』도 황당하다. 스위프트는 사제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신성 모독적인가!『서유기』는 말할 것도 없고,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미국 문학의 대표격인데, 화폐 바깥에 있는, 아무도 길들일 수 없는 그런 주인공이 미국 문학의 대표다. 이런 작품들은 위대한 고전이지만 서양 문학의 정수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런 길에서 삐져나온 이단아 같은 것. 그렇게 될 수 있는 이유가 ‘여행’이라는 주제 때문일 것이다.
고은
‘길’에 대해 이야기하고 계시는 고미숙 선생님께서도 새로운 길 위에 계신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 길 위의 시간들에서 선생님이 직접 경험하신 것 들이 궁금합니다.
고미숙
고은
월간 중앙에 연재하신 글에서 유목은 "절대성, 고정성이 사라지는 것이며 문명 한가운데에서 문명의 외부를 사유하는 것이다"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특히 "시공간을 전혀 다르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이 감명 깊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강좌의 텍스트들은 전부 국경을 넘는 여행기입니다. 유목은 비일상적이고 물리적인 변화가 있을 때에서야 가능한 것인가요?
고미숙
지원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함께 많은 이들이 해외여행을 다니게 되고, 과거와 달리 해외여행을 위한 문턱도 많이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여행은 너무 쉽게 ‘상품’이 되어버립니다. 고미숙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길’은 이러한 여행과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고미숙
10년 전, 내가 중학생일 때 이우학교에 고미숙 선생님이 강의를 오신 적이 있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주제로 진행되었던 강의의 끝자락에 나는 엉뚱하게도 “책을 읽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나요?”라는 질문을 던졌었다. 한 바탕 웃음이 터진 뒤에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었다. “있으면 해라. 없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건 나에게 꽤 큰 전율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10년이 지나는 동안 책 한권을 잡지 않았다. 그러다가 무슨 인연에서인지, 3년 전 군대에서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신기한 것은, 그 책들 중에 고미숙 선생님이 리라이팅 하신 '열하일기'가 있었다. 그리고 전역하자 마자 내가 문탁에서 처음만난 강의도 문성환 선생님의 <연암-『열하일기』> 강의였다. 이제는 내 삶에서도 책을 읽는 일이 떼어 놓을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책은 내 삶을 바꿨다. 그런 말씀을 고미숙 선생님께 전하며, 어떤 대답이 돌아올 줄 알면서도 또 한 번 엉뚱한 질문으로 인터뷰를 마치고 싶었다.
지원
여행을 떠나기 위해 꼭 고전을 읽어야 하나요?
고미숙
나는 굉장히 실용적인 사람이다. 내가
고전을 읽으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이롭고 재미있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함께가는 혹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많은 걸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없어도 할 수 있다면 괜찮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그런 식의 상상력을 다 빼앗아 버렸다. 임꺽정은 책을 읽지
않아도 길 위에 나서는 것 자체가 상상력이었다. 이미 야생성을 몸에 지니고 있었지만 지금 우리가 가진 신체는 우리를 상품의
소비자로 만들 뿐이다. 고전은 세상과 나를 연결해주는 접착제다. 거창하고 진지한, 심오한 것이 아니다. 즐겁게 삶의 새로운 형식을
발명하고 창안해 내는 것이다. 고전보다 더 좋은 것이 있으면 해라. 길 위에 나서면 자연, 문명, 습속도 만나게 되겠지만, 결국
우리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고전은 사람을 공부하는 것이다.
ps.
지원 : 나는 또 여행을 가고, 고전을 읽게 되지 않을까?
고은 : 인터뷰를 하면서 명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선생님이 뿜어내시는 길의 생동감만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이번 강의에서 생동감의 실체를 자세히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리_지원(문탁 네트워크)
북드라망판(^^)『고미숙의 로드클래식』 고미숙 선생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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