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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톡톡] 임신 중 증상 - 자번, 자간, 자종

by 북드라망 2015. 4. 2.


아가야, 천명의 시간을 함께 하자

- 자간, 자번, 자종 -




임신을 하면 초반에 나타나는 증상이 입덧이다. 그러다 임신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태아가 성숙해 가면서 그에 따른 증상들이 임신부에게 나타난다. 『동의보감』에는 임신 중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을 열거하고 있다. 자간, 자번, 자종, 자림, 자수, 자리, 자학, 자현, 감기, 임신부가 말하지 못하는 것, 태아가 뱃속에서 우는 것, 임신부의 뱃속에서 종소리가 나는 증상들이 그것이다. 이름도, 증상도 이상하다. 입덧을 시작으로 임신 중 엄마가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증상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 중에서 자간, 자번, 자종에 대해서 먼저 알아보자.



자간: 아가야, 엄마와 혈을 나누자꾸나


임신부가 풍을 맞아 목과 등이 뻣뻣하고 힘줄이 오그라들며 이를 악물고 말을 잘하지 못하며, 담(痰)이 그득하여 정신이 혼미한 증상들이 발작했다 멎었다 하며, 혹은 경련이 일어나고 인사불성이 된 것을 ‘자간(子癎)’이라고 하며, ‘아훈(兒暈)’이라고도 한다. 심하면 몸이 뒤로 젖혀지기도 한다. 

─「잡병편」, 부인, 법인문화사, 1,669쪽


자간은 임신부가 중풍이나 전간처럼 목덜미와 등, 사지가 뻣뻣해지고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말을 못하고 정신을 잃는 증상이다. 주로 임신 말기와 분만 때, 또는 분만 뒤에도 발생한다. 이것은 간의 기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간은 체내의 기(氣)가 운행되게 하고 발전시키며 소통하고 배출함으로써 막힘없이 트이게 하는 소설 작용을 주관한다. 기가 통하지 않게 되면 기가 막혀서 병리적 변화를 겪게 되는데 자간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자간이 생긴 근본적인 원인을 더듬어보면 혈이 부족한 데 있다. 간은 혈액을 저장하는 창고이면서 혈액량을 조절하는 컨트롤 타워다. 간의 혈이 부족하면 우리 몸의 인대와 힘줄, 관절 운동이 원활하지 못하다. 근육과 근막에 혈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못해서 정상적으로 굽혔다 폈다 하는 동작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근육과 관련된 질병 대부분은 간 기능과 관계가 있다.


간의 혈이 부족하면 혈이 근육을 보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열의 속성을 가진 사기인 열사(熱邪)가 성하게 되어 간의 음혈(陰血)을 상한다. 간의 음이 부족하니 음이 양을 제어하지 못해 양이 위로 치솟는 것이다. 그러면 간풍(肝風)이 몸 안에서 움직여 사지가 마비되고 근육 경련이 일어난다. 심하면 사지 경련, 수족 떨림, 입아귀가 경직되어 입이 열리지 않고, 몸이 뒤로 뒤틀려 반듯이 누울 수 없는 증상까지 보이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임신 중에 일어나는 것이 자간이다.


결국, 자간은 임신부의 혈 부족 사태에서 온 것이다. 엄마의 혈이 태아에게 기관을 만들고 형태를 만드는 일을 하면서 엄마에게 불어 닥친 균형의 어그러짐이다. 엄마는 이 사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태아와 대화해야 한다. 

“엄마는 앞으로 부족한 혈을 만들기 위해서 많이 먹을 거야. 이 혈을 너와 내가 잘 나누어 쓰자꾸나.”

태아와 대화하는 것은 태아를 이미 한 생명으로 인정하고, 서로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이다.


대화, 균형을 찾기 위한 과정



생명은 늘 힘의 쟁투를 벌인다. 그러니 태아와 엄마도 마찬가지다. 전적으로 엄마가 태아를 위해 희생하지도, 태아가 엄마를 위해 봐주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태아는 필사적으로 자기 몸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엄마는 태아에게 이 사태를 인식시키고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 의견을 나눠야 한다. 하여 엄마와 태아의 교감이 잘 이뤄졌다면 자간도 서서히 사라지지 않을까? 태아와 대화 후에는 뭉친 간의 기운을 풀어주기 위해 엄지와 둘째 발가락뼈가 갈라지는 지점에 있는 태충혈(太衝穴)을 문질러 주는 것도 좋겠다.



자번: 아가야, 엄마의 변화는 당연한 거로구나


이와 함께 임신부에게 나타나는 증상은 자번이다.


임신부가 가슴이 답답해하고 초조해하며 괴로워하는 것을 ‘자번(子煩)’이라고 한다. 이것은 흔히 임신 4~5개월 사이에 상화(相火)의 기가 성하거나 그 계절의 군화의 기가 성한 몹시 더울 때 생기는데, 모두 번조증이 나고 태동(胎動)이 되어 불안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죽엽탕, 죽력탕을 쓴다. 

─「잡병편」, 부인, 법인문화사, 1,669쪽


자번은 임신 4~5개월 즈음에 생기는 번조증이다. 임신부의 생리적 활동이 울체되어 일어난다. 이 또한 간 기능과 관련이 깊다. 앞에서 간은 기를 소통시키는 소설 작용을 주관한다고 하였다. 기가 가슴부위에서 꽉 막혀 답답하고 초조해하며 괴로워하는 것이다. 기의 울체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작동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같은 감정이 있다. 이러한 감정을 발산해서 흩어주지 못하면 우울증이 생기고, 과도하게 쌓인 감정은 분노로 터져 나온다. 그래서 자번을 겪는 임신부는 쉽게 화가 나고 정신적으로 우울해한다. 자번은 가슴에 손을 얹어보면 쿵쿵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가슴이 심하게 뛴다. 이런 증상은 더위가 심해지면 열감이 더해져 더욱 심해진다. 이럴 때는 대나무의 약성이 도움이 된다.


대나무를 갈라서 기왓장 걸치듯이 여러 개 걸쳐 놓고 밑에서 열기를 가하면 양쪽으로 물이 쭉쭉 샌다. 이것을 그릇에 모아 얼른 밀봉하면 죽력(竹瀝)이 되는데, 비교적 심한 허열, 갈증, 번조증, 열이 있는 가래를 풀어 내려서 맑게 한다. 대나무 잎인 죽엽(竹葉)도, 집에서 쉽게 요리해 먹는 죽순(竹筍)도 비슷한 효능이 있다.


자번이 나타날 때는 대나무를 드세요~



임신 4~5개월에는 태아의 형상이 갖추어지는 시기다. 혈맥이 이루어지고 육부가 차례로 생기고, 사지가 생기면서 형태가 완전해진다. 몸의 토대가 갖추어지면서 활발 발한 생명활동을 시작한다. 이는 화(火)의 정기를 받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러니 임신부는 태아의 화기가 더해져 화의 기운을 심하게 느끼게 된다. 이러한 변화가 만들어낸 것이 번조증이다. 그러니 이 시기의 번조증은 병이 아니라 당연히 일어나는 증상이다.


앞에서 열거한 임신 중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을 보라. 모두 자(子) 자가 들어 있다. ‘자’로 인해 생기는 증상들이라는 것. 자는 곧 태아다. 태아에게 목화토금수의 기운이 생성되면서 빚어내는 기운의 파노라마를 엄마도 겪고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이 자연스러운 변화를 그대로 인정하자. 이것이야말로 태아와 엄마가 이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지혜의 첫 스텝이다.



자종: 아가야, 천명의 시간을 함께 하자


다음은 자종이다.


임신부가 태중에 수기(水氣)가 있어서 흔히 임신 5~6개월에 온몸이 붓고 배가 불러 오르며 숨이 차거나 배가 비정상적으로 불러 올라 가슴보다 더 올라오고 기가 치밀어서 편안치 못한 것을 ‘자종(子腫)’이라고 하는데, 만약 제때에 치료하지 않으면 반드시 태아가 상한다. 이런 때는 이어탕을 쓰고 잉어죽을 늘 먹는다. … 혹 머리와 얼굴은 붓지 않고 두 다리가 약간 붓거나 심하면 발등에서부터 무릎과 허벅지까지 부종이 있고, 발가락 사이에서 누런 물이 나오는 것을 ‘자기(子氣)’라고 하며, 또는 ‘취각(脆脚)’이라고도 한다. 

─「잡병편」, 부인, 법인문화사, 1,670


자종은 임신 5~6개월에 접어들어 온몸이 붓고 소변의 양이 감소하는 증상이다. 비장과 신장은 수액을 승발하고 운반하는 일을 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쉽게 말해 물이 고여 잘 돌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자종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은 임신 5~6개월에는 족태음비맥과 족양명위맥이 태를 기르기 때문에 비장의 습(濕)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때 잉어죽을 먹으라고 나와 있다. 잉어는 기를 내려 소변을 잘 나가게 하고 부은 것을 내리며 태아를 안정시킨다. 뽕나무 뿌리 껍질과 붉은팥을 달여 먹으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맛이 쓰긴 하지만 치자를 구해서 미음에 조금 타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황제내경』에서는 신장을 ‘작강’(作强)을 주관하는 관리에 빗대었다. 작강은 무슨 뜻일까? 작은 만든다, 일으킨다는 뜻이 있으니 무언가 만들어내는 것과 관계가 있다. 강은 굳세다, 강하다는 뜻이니 뭘 만들어도 단단하고 강하게 만든다는 뜻일 터. 신장은 생명을 창조해 내는 선천의 정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정을 간직한 신장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은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존재라는 말이다. 낳는 것, 창조의 명(命)을 가진 존재라는 것.


임신, 천지 만물의 조화에 힘을 보태는 과정



오호라, 그래서 두 개의 신장 중에 오른쪽 신장을 명문(命門)이라고 하는구나. 그렇다. 낳는 것, 그것은 존재의 근본이고, 이치고, 천명(天命)이다. 태아가 자신의 몸속에서 자라고 있는 임신부는 천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천지 만물의 조화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 그러니 자간, 자번, 자종은 엄마의 뱃속에서 태아가 자라고 있다는 메시지다. 이 메시지를 엄마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면 이 무한한 자기 긍정의 에너지가 태아를 성숙시킨다. 자간, 자번, 자종의 명약은 바로 이것이다.



글_이영희(감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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