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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3

[나의 석기 시대] 선사의 먹거리 선사의 먹거리1. 석기 시대의 고기전(展) 인간과 동식물이 ‘고기’의 차원에서 존재론적으로 동등하다는 점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본다. 이런 만물 동등성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선사의 전시가 있다. 전곡 선사 박물관 웹페이지에서 지금도 열어 두고 있는 온라인 〈고기전〉(링크)이다. 나는 24년 초겨울 이 전시회에 직접 다녀왔다. 그런데 전시 공간의 전체 색감 구성(선혈이 낭자한 고기핑크)이라든가 관람 동선이 주는 역동성(구불구불 소장의 형태) 부분만 빼면 온라인 전시회를 보는 것으로도 고기로서의 인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실제 전시 공간은 여러 가지로 불편한 느낌을 주었다. 우선 입구에 다양한 고기들을 동물 별로, 주로 먹는 부위 별로, 저장 방식 별로 매달아 전시해 두었는데 머리 위에서 피가 .. 2024. 12. 5.
[나의 석기 시대] 고기로 태어나서 고기로 태어나서1. 채식주의자는 어디에 있는가?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 문학상을 탔다. 세계 문학의 시류를 타기 위해 『채식주의자』를 집어 들었다. 그림 형제가 수집한 유럽의 민담들, 그리고 우리의 옛이야기 등에서 보면 늘 먹고 먹히는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풀을 먹는다’라는 테마에 관심이 갔다. 그런데 『채식주의자』는 먹고 먹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직 ‘먹는’ 문제밖에 나오지 않는다.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 불꽃」의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의 두 부분은 오직 ‘누가 먹을 것인가’를 두고 다툰다. 절대적 육식 거부에서 절대적 식사 거부로까지 나아가는 중심 인물의 행보가 산업 사회의 포악한 육식 문화를 비판하는 것 같지만, 실은 철저하게 ‘나는 나만 먹겠다!’를 고집.. 2024. 11. 28.
[요요와 불교산책] 무엇이 비린 것인가? 무엇이 비린 것인가 세상의 살아있는 생명을 수호하지 못하고, 남의 것을 빼앗으면서 그들을 해치려 하고, 계행을 지키지 않고, 잔인하고, 거칠고, 무례한 것, 이것이야말로 비린 것이지 육식이 비린 것이 아닙니다.(『숫타니파타』 『아마간다의 경』)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를 읽었다. 새벽이라는 돼지가 있다. 새벽이는 직접행동DxE(Direct Action Everywhere) 활동가들이 화성에 있는 한 종돈장에서 훔쳐온 돼지이다. 이들은 왜 돼지를 훔치는 절도의 범죄를 저질렀을까? 디엑스이 활동가들은 2019년 4월부터 자발적 참여자들과 함께 매주 도살장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들은 온몸으로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차를 막았다. 도살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마지막으.. 2022.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