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재 ▽796 프란츠 카프카, 유령들이 출몰하는 나라 프란츠 카프카, 유령들이 출몰하는 나라 1. 오래된 쪽지의 저주 「낡은 쪽지」는 카프카가 1917년에 쓰고, 1919년 작품집 『시골의사』에 발표한 단편 작품입니다. 원래 제목은 ‘중국에서 온 오래된 쪽지(Ein altes Blatt; An Old Manuscript)’예요. 오래 전에 씌어졌던 것, 먼 곳으로부터 온 것. 카프카는 수신자와 발신자 사이에 놓인 아득한 거리를 이야기해보려 했습니다. 오래된 쪽지는 왜 이제야 도착하는 걸까요? 이제 와서 뭘 어쩌라구? 쪽지 안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먼 곳의 발신자는 황제의 궁궐 앞 광장에서 구두를 수선하는 사람입니다. 쪽지 속의 그는 갑자기 쳐들어온 유목민을 아연질색하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목민들이 수도의 모든 것들을 뜯어 먹고 있었죠. 그들이 딱히 무력을.. 2017. 10. 12. 서당개 <논어> 읽기 - 단단해질지어다 단단해질지어다 子曰 博學於文 約之以禮 亦可以弗畔矣夫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널리 글을 배우고 예로써 요약한다면 또한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논어(論語)》옹야(雍也)편 25장※ 한문의 초식 : 한자(漢字) 풀이※ ※ 구절에 관한 주석들 ※*** 요즘 인기 있는 유형 중 하나가 ‘뇌가 섹시한 사람’, 이른바 ‘뇌섹남’이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을 선두로 잡다한 지식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꽤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우리의 뇌를 심하게 자극하는 '깊이' 있는 지식을 원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어떤 소재를 가지고도 한두시간 '떠들' 수 있을 정도의 ‘교양’을 원할 뿐이다. 고백하자면, 나도 그런 ‘교양인’이 되고픈 욕망이 컸다. 잡다한 것을 알아두면 자연스레 사람들.. 2017. 10. 11. 퀑탱 메이야수, 『형이상학과 과학 밖 소설』- 과학 밖 세계, 과학 밖 서사 과학 밖 세계, 과학 밖 서사퀑탱 메이야수, 『형이상학과 과학 밖 소설』 우리는 흔히 ‘공상과학소설’이라고 부르는 장르를 잘 알고 있다. 그것은 공상적인 모험담에다 과학 지식을 버무려서 그럴듯하게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을 이른다. 우리는 보통 그것을 영어 약칭인 SF(Science Fiction)라고 부른다. 이제는 SF가 소설에만 한정되지 않고 여러 분야로 다양하게 퍼져 나가 있다. SF 소설, SF 영화, SF 드라마, 그리고 심지어 SF 연극도 있다. 게임의 영역은 그 자체가 SF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나도 SF 형식에 담긴 작품들에 푹 빠져서 그런 장르만 찾아보기도 했다. 예를 들면 『배틀스타 갤럭티카(Battlestar Galactica)』, 『센스 8(Sense 8)』 같은 드라마는 한동안 내 .. 2017. 10. 10. 신생아 돌보기 2탄 _ 어렵지만 아빠는... 신생아 돌보기 2탄 _ 어렵지만 아빠는... ‘아기를 낳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키우는 것은 그보다 더 어렵다.’ 이 말은 아빠, 그러니까 내가 이제 그만 결혼해서 아기 낳고 살라던 친구들에게 한 말이다. 그렇다. 아기 낳기나, 기르기 모두 어렵다. 그리고 당연히 결혼 생활도 쉽진 않다. 그래서 나는 앞서 밝힌대로 세가지를 모두 하지 않으려고 했다. ‘불의를 보면 일단 참고, 어려운 일은 될 수 있으면 피하고 보자’가 명시적인 생활신조는 아니나, 본인의 무의식 저변을 지배하는 관계로 그랬다. 결혼이야 어떻게 무른다 해도 아이는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결혼도 했고, 아기도 돌보고 있다. 인생은 얼마나 기가 막힌 것인지!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것이 매일매일 어렵지만, ‘어렵.. 2017. 9. 29. 이전 1 ··· 83 84 85 86 87 88 89 ··· 199 다음